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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소셜커머스의 민낯 '또다른 甲'

  • 2015.04.28(화) 11:48

입점업체 줘야할 판매대금, 한두달 뒤 쪼개서 지급
대주주는 빌려준 돈 회수하고 임원보상은 차곡차곡

 

40대에 접어든 이후 점점 '꼰대'가 되는 모양입니다. '스타트업'보다 '벤처'라는 말이 익숙한 제게 요새 급성장한 젊은 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자꾸만 '거품'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니 말입니다.

특히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의 생존방식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단순히 적자를 봐서 그런 게 아닙니다. 경기가 좋으면 흑자, 나쁘면 적자를 낼 수 있습니다. 사업초기라 어려움도 크겠죠.

◇ 돈 묶인 입점업체

제가 걱정하는 건 소셜커머스의 생존방식입니다. 30대 안팎의 젊은이들이 주축을 이룬 회사가 흔히 말하는 '갑질'에 기댄 성장을 하고 있다면, 그들의 가파른 성장 뒤에 수많은 입점업체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면?

얼마전 소셜커머스 3사의 실적 발표 이후 쓴 쿠팡·위메프·티몬의 '독한' 생존법이라는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몇천만원씩 그냥 돈이 묶이더라구요. 판매자나 파트너사의 고혈을 빨아먹고 버티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라고 봅니다. (중략) 너무 불안합니다."

 

◇ 쪼개서 주는 판매대금


소셜커머스 3사는 판매기간(딜기간)이 끝나도 입점업체에 돈을 한꺼번에 주지 않고 약 한달에 걸쳐 2~3차례로 쪼개서 줍니다. 예를 들어 입점업체가 한달간의 판매를 통해 모든 배송을 끝냈다고 가정하죠. 판매대금의 70%는 배송종료 후 열흘 뒤 들어옵니다. 나머지 20%는 여기서 열흘이 지나야 들어오고 다시 또 열흘 뒤 10%가 최종적으로 들어오는 식입니다.

 

딜 기간 중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도 그 돈이 입점업체 주머니에 온전히 들어오려면 최소 한달에서 두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그 사이 발생하는 사무실 유지비와 직원들의 월급 등은 입점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합니다. G마켓·옥션·11번가가 1주일 안팎이면 판매대금을 모두 지급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 외상으로 커온 소셜커머스

소셜커머스 3사가 지난해 입은 영업손실은 1750억원이 약간 넘습니다. 한해 올린 매출로는 상품원가와 판매관리비(인건비, 광고선전비·판매촉진비) 등 회사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도 감당하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도 회사가 굴러가는 건 어디에선가 현금이 계속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커머스 3사는 입점업체에서 외상으로 들여온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현금을 받고 파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요. 상품 판매대금이 회사로 들어오는 시기와 입점업체에 이 돈을 지급하는 시기가 달라 이를 이용해 회사유지에 필요한 돈을 충당하는 것입니다. 3사는 입점업체에 지급해야할 돈으로 직원들 월급도 주고 광고도 하며 회사를 키워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매입채무·미지급금의 비밀

현금흐름표를 보면 분명해집니다. 소셜커머스 3사는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플러스(+)로 유지했습니다. 비용으로 잡아놨어도 실제로는 회계기간 중 돈이 나가지 않았거나 외상으로 구입해 당장 현금지출로 이어지지 않은 부채가 많았기에 가능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매입채무와 미지급금입니다. 모두 입점업체나 협력회사에 줘야할 돈이죠. 소셜커머스 3사의 지난해 매입채무와 미지급금 증가액은 2940억원에 달합니다. 이 돈으로 3사는 투자도 하고 차입금도 상환했습니다. 투자활동과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각각 마이너스(-)인 것에서 알 수 있죠. (다만 지난해 유상증자를 한 쿠팡은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였습니다.)

 


◇ 광고비만 문제일까

언론은 소셜커머스가 몇년째 적자를 보면서도 막대한 광고마케팅비를 쏟아붓는 점을 비판합니다. 하지만 이는 한쪽만 본 겁니다. 광고마케팅비보다 입점업체와 협력회사에 줘야할 돈을 미루면서 생존하는 그 방식이 더 큰 문제입니다.

소셜커머스 시장이 계속 커진다면 별 탈 없는 모델일 수 있습니다. 먼저 들어온 입점업체의 돈을 다 써버렸어도 나중에 들어온 입점업체의 돈으로 갚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 구조가 깨진다면 수많은 소상공인들은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할지 모릅니다. 재무상태표에 나온 소셜커머스 3사의 지난해 말 매입채무와 미지급금은 6340억원에 달합니다.

◇ 380억이면 두달 버틴다?

만약 소셜커머스가 매입채무나 미지급금 돌려막기에 실패한다면 갖고 있는 현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위메프 감사보고서 주석에는 그 힌트가 나와있습니다.

"당사는 부채상환을 포함해 60일에 대한 예상 운영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요구불예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한 잠재적인 효과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두달은 버틸 수 있다는 얘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분한가요? 위메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말 약 380억원입니다.

 

▲ 위메프의 2014년도 감사보고서에 나온 유동성 위험 관리방법.


◇ '돈 나갈 일 없다더니…' 대주주의 변심

또하나 재미있는 건 그 뒤에 나온 내용입니다. 위메프는 매입채무·미지급금·장기부채 등의 만기를 나열하고는 "당사는 이 현금흐름이 유의적으로 더 이른 기간에 발생하거나, 유의적으로 다른 금액일 것으로 기대하지 않습니다"라고 적어놨습니다.

갑자기 돈이 나갈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건데요. 작년에도 똑같은 문구가 감사보고서 주석에 있었죠. 하지만 위메프 대주주는 생각이 달랐던 모양입니다. 위메프의 모회사인 원더홀딩스는 위메프로부터 2017년 돌려받기로 한 빚 100억원을 지난해 앞당겨 받았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위메프 홍보팀 관계자는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군요. 결국 대답은 위메프 창업자인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가 해야할 것 같습니다.

◇ 투자받은 돈은 어디에

쿠팡과 티몬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석연찮은 부분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쿠팡은 지난해 미국의 벤처캐피탈로부터 총 4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돈 약 4350억원입니다. 하지만 쿠팡에 유상증자로 들어온 돈은 1500억원뿐이었습니다. 전체 자금의 3분의 1만 쿠팡에 보낸 것입니다. 나머지는 미국에 있는 쿠팡 모회사인 포워드벤처스LLC에 있다고 합니다.

쿠팡은 유상증자로 들여온 1500억원도 3분의 2를 외화예금 형태로 은행에 보관해뒀습니다. 로켓배송과 물류센터 신축 등 국내에서의 사업확대를 꾀하고 있는 회사가 투자금을 달러로 갖고 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적자나도 괜찮아' 그들만의 보상법

티몬은 손익계산서에 70억원 가량의 주식보상비용을 잡아놨습니다. 당장 돈이 나간 것은 아니지만 영업손실의 30%에 이르는 비용이다보니 적은 금액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신현성 티몬 대표 등 임직원에게 보장된 일종의 스톡옵션으로 알려져있습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근무하거나 경영목표를 달성하면 총 200억원이 넘는 돈이 티몬 임직원에게 돌아갑니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티몬 홍보팀 관계자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쿠팡도 티몬만큼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임직원들에 대한 주식보상비용으로 지난해 26억원을 판관비로 처리했습니다. 이 가운데 김범석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몫이 18억원입니다. 적자인 회사가 소수의 임원들을 위한 보상에는 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 입점업체 "남는 게 없어요"

소셜커머스 임직원들이 보상을 받든 말든 입점업체에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냐 아니냐겠죠. 상품대금이 늦게 들어오더라도 이익이 많이 나면 그나마 괜찮을 거구요.

"한달 운영하고 정산해보니 남는 게 없네요. 입점비, 판매수수료, 운송비 빼고나니 8만~9만원 적자봤어요."

소셜커머스 입점업체가 모여있는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소셜커머스 3사에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평균적인 판매수수료율을 물었더니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유통업계에선 소셜커머스 3사가 판매대금의 15~20%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G마켓·옥션·11번가 등 오픈마켓에 비해  2배 가량 높습니다. 소셜커머스업체 관계자는 "우리 조건이 마음에 안들면 (입점업체는) 계약을 안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하더군요.

◇ 성공신화, 신기루 안되려면

"결국 폭탄 돌리기입니다. 남의 돈이면 어때요?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그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고 믿는데…."

취재과정 중 만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3사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내에서 태동한지 5년밖에 안된 소셜커머스에 대한 평가치고는 꽤 차갑게 들렸습니다. 이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3사 중 한두곳은 문을 닫거나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마존과 대결하겠다는 소셜커머스의 당찬 각오는 좋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건 대기업들도 해내기 힘든 일이죠. 그런데도 소셜커머스가 평가절하되는 이유를 3사는 한번쯤 곱씹어 봐야 합니다.

 

설마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는 지금의 구조로 사업을 계속 끌고갈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니겠죠? 그렇게 성공했더라도 누군가의 희생과 눈물 위에서 이뤄낸 것이라면 그 성공은 어느날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릅니다. 흔한 말로 영원한 갑(甲)이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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