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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③67년간 지켜온 '비밀'이 화 키웠다

  • 2015.08.06(목) 11:11

지배구조 논란..日자본, 국내 롯데 99% 지배
1948년 창업 신격호 회장, 日차명주식 의혹 곳곳에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 외벽에 대형 태극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은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과 더불어 일본 기업이냐, 한국 기업이냐를 놓고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롯데그룹 판 ‘왕자의 난’은 여느 기업의 경영권 분쟁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보통은 ‘누가 더 많은 지분을 가지느냐’를 가지고 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롯데 그룹은 그 이전에 ‘누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왕자의 난이 장기전에 돌입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 질문에 대한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자,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는 ㈜호텔롯데다. 호텔롯데 지분을 많이 가진 쪽이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등 80개 계열사의 주인이 된다. 호텔롯데 지분은 일본계 자본이 99% 소유하고 있다. 주식회사L투자회사 11곳(72.65%), 롯데홀딩스(19.07%), 광윤사(5.45%) 등이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는 1990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하며, 각종 세제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일본에 적을 둔 이 기업들의 지분구조는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여있다.

지난달 말 왕자의 난이 처음 일어났을 때 국내 언론은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광윤사가 27.56%,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각 20%씩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해왔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추정치일 뿐이다.

현재까지 가장 신빙성이 높은 것은 지난달 30일 신동주 전 일본홀딩스 부회장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가 대표로 있는 자산관리회사가 33%다. 나는 2%가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32%를 넘기는 직원지주회 의결권을 더하면 3분의 2 정도가 된다. 아키오 씨(신동빈 롯데 회장)의 의결권은 롯데홀딩스도, 자산관리회사도 나보다 적다”고 말했다.

즉 롯데홀딩스는 자산관리회사(광윤사)가 지분 33%를, 그 외 직원지주회 32%, 신동주 전 부회장 2%, 신동빈 회장 2% 미만 등을 소유하고 있단 얘기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신 전 부회장 말도 100% 믿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사진 = 이명근 기자)


‘왕권’을 두고 서로를 헐뜯는 과정에서도 일본 회사들에 대한 지배구조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달 3일 귀국한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와 우호지분과 관련해선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니다"고 답을 회피했다.

 

외신과 인터뷰한 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아버지의 음성파일과 문서, 동영상 등을 국내방송에 공개했지만 정작 중요한 지분 구조에 대해 추가 정보를 내놓지 않았다. 최근 SBS와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광윤사다. 그다음이 우리사주다. 이 두 개를 합하면 절반이 넘는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특히 호텔롯데의 지분을 72.65%나 보유하고 있는 주식회사L투자회사는 광윤사나 롯데홀딩스보다 더 베일에 싸여있다. 국내 5대 그룹인 롯데가 이처럼 불투명한 지배구조 형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도 개입했다.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의 해외계열사 소유 실태(주주 및 출자)를 파악 중”이라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롯데 오너들이 지분구조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자,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신격호 회장이 일본 롯데를 처음 세운 때는 1948년, 한국은 1967년 롯데제과가 시초다. 자본을 모으는 과정에서 차명주식이나 출처를 숨길 수밖에 없는 ‘돈’이 흘러 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롯데알미늄은 2004년까지 최대주주로 신격호 회장(지분 6.55%), 重光武雄(8.85%) 등이라고 공시했다. 일어로 시게미쓰 다케오로 읽는 重光武雄은 신격호의 일본 이름이다. 즉 동일한 한 사람을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공시해왔던 것이다. 롯데알미늄은 1999년부터 6년간 重光武雄와 신격호를 따로 공시해 실수로 보기도 힘들다.

또 롯데알미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식회사L제2투자회사주소지는 일본 동경 시부야쿠 하츠다이2-25-31로 나와 있는데, 이 주소는 신격호 회장의 일본 저택 주소와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일에 싸인 지분구조와 함께 신격호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 녹음파일이 전국에 방송되면서, 롯데그룹의 정체성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 3일 공항에서 '롯데는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는 질문에 신동빈 회장은 "한국기업이다. 매출의 95%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지만, 그의 말투는 일본어 억양을 지우지 못한 교포 말투를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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