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을 서두르는 가운데 홈플러스 이사회가 매각작업의 막판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테스코는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만, 홈플러스 이사회의 협조 없이는 지분매각이나 배당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가기 어렵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정관은 주주가 회사주식을 양도시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식양도제한은 법인등기부등본에도 나와있다.
이 규정은 테스코가 삼성과 합작으로 한국에 진출할 때 어느 한쪽이 임의로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테스코가 삼성이 보유한 홈플러스 잔여지분을 사들여 단일 최대주주가 되면서 의미없는 조항이 됐지만 정관변경이 이뤄지지 않아 지금껏 남아있게 됐다.
따라서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매각하려면 테스코 이사회뿐 아니라 홈플러스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한다. 지난 4일 현재 홈플러스는 이사회 개최시기를 확정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테스코 입장에선 MBK로부터 잔금을 받기 전 홈플러스 이사회를 열어 안건을 통과시키면 되기 때문에 (이사회 승인 여부가) 당장 해결해야할 급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거래종결 전 이사회를 설득하지 못하면 골치아픈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이사회는 도성환 사장과 안희만 부사장 등 한국측 임원 2명과 데이비드 서도우, 키스코웰 등 영국측 임원 2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돼있다. 이사회 결의는 이사진 과반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현재의 이사회 구조에서 차질없이 주식매각을 진행하려면 도 사장이나 안 부사장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홈플러스 이사회가 주식양도를 승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테스코의 지분매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테스코는 홈플러스에 주식매입을 요구하거나 인수자를 지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홈플러스가 응하지 않으면 당초의 인수자(MBK)와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매각시기가 길게는 두달 가까이 지체되는 문제가 생긴다.
테스코가 추진하는 1조3000억원의 배당도 홈플러스 이사회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 원칙적으로 배당은 주주총회 결의사항이지만 올해 3월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서 이사회 결의만으로 배당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배당에 대한 한국측 임원들의 반대로 테스코가 배당으로 매각대금을 먼저 빼가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홈플러스 정관상 주총 결의로 배당을 받으려면 30일전 주총소집통지가 있어야하는데, 이 경우 매각대금을 최대한 빨리 회수하려는 테스코측의 의도가 틀어질 수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테스코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홈플러스 임원들은 그렇지 않다"며 "도 사장과 안 부사장이 '먹튀' 논란을 방조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2014년 기준 홈플러스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1조5680억원으로, 법적으로 1조3000억원대의 배당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64억원에 불과해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배당을 해주려면 차입이나 증자 등 외부로부터 돈을 끌어와야 한다. 이 때문에 도 사장과 안 부사장은 테스코의 배당에 반대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