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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식 판권 전략` 벤치마킹 활발..왜?

  • 2016.01.12(화) 16:22

제약업계, 도입신약 판권 경쟁 치열
매출 확대 기여..영업에도 시너지 기대

최근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국내 판매를 둘러싸고 제약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다국적제약사의 덩치 큰 대형품목을 들여오면 회사의 매출이 급격히 확대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행 판매'의 수익률이 낮긴 하지만 자사의 다른 제품을 함께 '끼워' 팔 수 있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다국적 제약사의 '잘 나가는 신약'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제약사들이 판권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종근당·부광, 다국적 제약사 판권확보 성공

 

종근당은 최근 한국 MSD의 5종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이 지난 2000년부터 판매한 '글리아티린'과 '자누비아' 등 제품 역시 종근당으로 판권이 넘어왔다.

 

위궤양치료제 '셀벡스'도 올해 판매사가 바뀌었다. CJ헬스케어가 판매하던 이 제품은 부광약품으로 판권이 넘어갔다.

 

종근당과 부광약품은 도입신약의 판권을 확보하면서 기존에 판매하던 제품들과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여기서 도입 신약은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후 국내 제약사들이 들여와 판매하는 신약이다. 현지업체들에 비해 영업망이나 조직 등을 갖추기 어려운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사에게 영업을 맡겨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도입신약 확보에 주력하는 국내 제약사들의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한양행식 성장 전략'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유한양행, 다국적 제약사 대행판매로 성장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을 국내에 판매하면서 외형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형 품목인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는 유한양행이 지난 2011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 간염치료제 '비리어드'를 들여와 팔기 시작했다. 대웅제약이 판매했던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도 지난 2013년 유한양행이 판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같은 '대행 판매'의 수익이 높은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해 판매할 경우 영업이익을 매출의 80~9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신약을 본떠 만든 복제약(제네릭)을 판매해서 얻는 영업이익률은 15~20% 수준이다. 대행판매는 이보다도 적은 3~4% 대로 알려졌다.

 

제약업계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대형품목을 들여오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이익률이 1% 아래로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는 돈 없는 대신 '끼워' 팔아 수익 챙긴다"

 

반면 '끼워 팔기'는 도입신약을 판매할 때의 장점으로 업계에 회자된다. 수익률은 낮지만 병원이나 약국에서 인기가 높은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을 팔면서, 자사의 제품을 함께 팔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트라젠타, 비리어드, 프리베나 등 유한양행이 대형품목을 다수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한 2013년을 기점으로 메로펜, 안플라그, 아토르바 등 다른 제품의 매출이 함께 증가했다. 특히 유한양행의 복제약 아토르바는 지난 2012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10% 감소했다가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이듬해 16% 늘었다.

 

◇매출 신장엔 큰 기여..영업이익 효과는 미지수

 

회사의 매출 규모를 큰 폭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도 도입신약 판매의 장점으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0년 경구피임약 머시론을 시작으로 도입신약 판매에 속도를 내면서 매출액이 2010년 6600억원에서 2014년 1조200억원으로 1.5배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0년(970억원)에 비해 2014년 74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물론 이 기간동안 유한양행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매출액의 20~25%, 연구개발비(연결재무재표상)는 3~4%를 유지했다.

 

2010년까지만해도 10% 이상을 유지하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도 2011년부터는 4~7% 대로 떨어졌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처럼 효능 좋은 제품을 파는 게 아니면 종합병원에서 영업사원들을 잘 만나주지 않아 영업에 어려움이 있다"며 "도입신약을 들고 종합병원을 '뚫으면'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영업을 하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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