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지난해 5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대표. |
쿠팡이 지난해 5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로켓배송 등 물류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쿠팡을 운영하는 포워드벤처스는 14일 실적발표를 통해, 작년 매출액은 1조133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5.3% 증가했다고 밝혔다. 직매입한 상품을 주로 로켓배송을 통해 판매한 상품매출액은 9904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87.3%를 차지했다. 2014년만 해도 상품매출액 비중은 55.9%였으나 지난해 이 비중이 크게 늘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비용부담이 컸다. 지난해 쿠팡의 영업손실은 5470억원으로 전년도 영업손실(1215억원)의 4배 이상 커졌다. 영업손실을 매출액에 견줘보면 1000원짜리를 팔때마다 500원을 손해봤다는 것과 같다. 로켓배송을 할때마다 그만큼 적자가 쌓였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쿠팡의 당기순손실액도 2014년 1194억원에서 지난해 5261억원으로 급증했다.
쿠팡 측은 "약 5200억원의 적자규모 중 물류와 로켓배송 등을 위한 선제적 투자비용이 89%를 차지해, 향후 사업 확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는 계획된 적자"라고 밝혔다.
쿠팡의 비용구조를 보면 급여와 용역비 등 인건비 항목이 2014년 1139억원에서 지난해 3329억원으로 늘었다. 쿠팡맨과 물류센터 근무자에 대한 인건비 지출이 많았다는 얘기다. 물류비와 지급임차료 등 물류센터 운영과 직접 관련있는 비용도 같은 기간 444억원에서 1329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직매입에 따른 재고부담도 늘어 지난해 쿠팡에 쌓인 상품재고는 1201억원 어치에 달했다. 쿠팡은 상품재고의 12%인 155억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수 천 억원에 달하는 적자에도 쿠팡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외부에서 투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일본 IT기업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1조1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이 늘어 1300%를 웃돌던 부채비율이 지난해는 151%로 떨어졌다. 쿠팡측은 이는 현대자동차(147%), 롯데쇼핑(138%), GS리테일(120%), 인터파크(175%)와 비슷한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앞으로도 쿠팡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고객경험을 만들어낼 때까지 지속적으로 투자해 나갈 것"이라며 "이미 받은 투자금으로도 재원이 충분하며 우리의 투자자들은 쿠팡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1년새 5000억원 이상을 까먹는 사업구조에서 지속적인 신규투자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쿠팡은 6000억원이 넘는 누적결손으로 지난해말 현재 자기자본이 4244억원에 불과하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투자가 계속되면 쿠팡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로켓배송 한건당 8000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추가적인 외부투자 유치가 어렵다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