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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의 비밀]①10명중 4명이 선택한다

  • 2016.09.07(수) 15:54

편의점·마트 맥주 매출 중 40% 이상 차지
가격할인이 급성장 요인..국산맥주시장 잠식

수입맥주가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일본 맥주뿐만 아니라 호주, 네덜란드, 체코 등 전세계 다양한 국가로부터 물 건너온 수입맥주의 연합 공세에 밀려 국산맥주들은 시장에서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내막을 살펴봤다. [편집자]
 
편의점을 방문하면 2000원대~3000원대 가격의 수입맥주 4개를 묶어 1만원에 판매하는 할인행사를 흔히 볼 수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지난 6일 오후 4시께 찾은 서울 중구 명동의 세븐일레븐. 이곳 주류코너 냉장고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손이 닿는 부분(2~6번째 칸)에 수입맥주가 자리하고 있다. 국산맥주는 손길이 가기 어려운 맨 위칸과 아래칸(7~8번째 칸)에 있었다.

이날 편의점에서 만난 대학생 김지은씨(23)는 "맛이 밍밍한 국산맥주보다는 거품이 부드럽고 맛이 진한 수입맥주를 주로 마신다"며 "가격은 수입맥주가 국산맥주보다 좀더 비싸지만 요즘엔 할인행사를 많이해서 사먹을만 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냉장고에는 '골라담아, 4개 만원'이라는 행사문구가 붙은 13종의 수입맥주를 볼 수 있었다. 개당 최대 3900원인 수입맥주를 30% 가량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이날 오후 2시께 찾은 서울 구로구 이마트 신도림점 주류코너에도 '4개 구매시 9400원'이라고 써붙인 수입맥주 제품 10여종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 점포는 주류코너 중에서 절반은 수입맥주, 절반은 국산맥주에 할애하고 있다. 

 

편의점과 마트는 올해들어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의 전쟁터로 변했다. 젊은층 사이에서 수입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국산맥주는 수입맥주에 밀려 구석자리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편의점 냉장고안에서 사람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자리(위에서 3~4번째칸)는 수입맥주가 점령하다시피 한 상태다. 

 

▲ 지난 10년간 맥주 수입 현황. [자료=관세청]

 

업계는 수년전까지만 해도 냉장고 속에서 변방을 사수하던 수입맥주들이 지난해부터 중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년 전부터 수입맥주 업체들이 500원 가량의 마진을 포기하며 본격적인 할인행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입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서 물 건너온 맥주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1553억원으로 전년(1223억원)에 비해 27% 증가했다.

 

▲CU의 맥주 매출 비율. [자료=BGF리테일]

특히 편의점과 마트에서 수입맥주 판매성장세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전체 맥주 매출대비 수입맥주 매출비율은 지난 6월 32%에서 지난 7월부터 44%로 올랐다. CU는 수입맥주 비율이 지난해 40%를 넘어선 후 올해들어 47%로 올라섰다. 

 

대형마트인 롯데마트는 지난 6월 30%였던 수입맥주 매출 비율이 지난 8월 41%로 증가했다. 이마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마트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수입맥주 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8% 상승했다고 전했다. 전체 맥주 매출이 6.3% 성장한 것에 비하면 수입맥주 성장세가 3배 가량 높은 것이다.

 

이승구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맥주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국내 주류업체들에게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수입맥주 업체들이 강한 판촉활동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도 국산 맥주시장은 수입맥주 성장에 따른 시장 잠식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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