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에비스(YEBISU)가 국내 프리미엄 맥주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수입맥주가 통상 '4캔에 1만원' 등 할인정책을 펼치는 것과 달리 에비스는 '노 세일' 정책을 고수한다는 계획이다.
7일 매일유업 자회사인 엠즈베버리지는 일본 최고(最古) 맥주 에비스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장사번영을 기원하는 신의 이름을 따온 에비스는 1890년 일본에서 만들어졌으며, 1906년 일본의 또 다른 맥주회사 삿포로가 에비스를 인수했다. 에비스는 맥주 원료인 맥아와 홉을 100% 계약재배하고, 보통의 맥주보다 숙성기간이 1.5배 긴 것이 특징이다.
에비스 국내 유통·판매를 맡은 류태일 엠즈베버리지 마케팅부 부장은 "에비스 장인만이 에비스를 만들며, 관능검사원 검사를 통과해야만 출시된다"며 "다른 맥주가 흉내낼 수 없는 맛"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에서 에비스는 '아사히 슈퍼 드라이'나 '기린 이치방 시보리'보다 비싸게 팔리며,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와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며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오루이(TsuKasa Orui) 삿포로인터내셔날 대표이사는 "에비스는 일본에서 127년간 신뢰를 받고 있는 맥주"라며 "한국 수입 맥주시장이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고, 일본 맥주 브랜드도 깊게 침투해 있어 지금이 진출 적기"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에비스가 수출되는 첫 해외시장이다.
▲ 오루이(오른쪽) 삿포로인터내셔날 대표, 이종완(가운데) 엠즈베버리지 대표. |
에비스는 국내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한다. 국내 판매가격은 편의점 기준 350ml가 3900원, 500ml가 4700원에 책정됐다. 이종완 엠즈베버리지 대표이사는 "수입맥주가 많이 성장해 일반화됐지만 좀더 고급스러운 맥주를 원하는 수요층은 있다"며 "에비스는 국내에서 슈퍼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에비스는 국내에서 '노 세일'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현재 수입맥주는 편의점 등에서 한캔(350ml)에 3000원대에 팔리고 있지만 '4캔에 만원' 등 행사를 통해 연중 할인판매되고 있다. 이 대표는 "에비스는 할인행사를 하지 않겠다"며 "대신 시음회나 전용잔 패키지 등을 통해 에비스만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볼륨(매출)에 대한 유혹도 있겠지만, 일단은 매출 목표도 특별히 잡지 않았다"며 "소비자들이 에비스만의 고급 이미지에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에비스의 프리미엄 가격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에서 에비스와 비슷한 가격대에 팔리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도 국내 도입 당시 고가 가격 정책을 펼쳤지만 최근엔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수입맥주 브랜드가 더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 등 저가 주류도 인기를 얻고 있다.
에비스 국내 유통·판매를 맡은 엠즈베버리지는 매일유업 자회사다. 매일유업은 2011년 엠즈베버리지를 100% 자회사로 설립한 뒤 삿포로 등 수입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엠즈베버리지는 2012년 조인트벤처 계약을 맺으면서 현재 매일유업 지분은 85%로 줄었다.
엠즈베버리지 매출은 2014년 195억원, 2015년 259억원, 2016년 293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커피숍 '폴바셋'이 매장에서 삿포로를 판매하는 등 매일유업이 지원에 나서면서다. 다만 지난해 4700만원대 영업손실을 내는 등 수익성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