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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다음 수순은?..고개 드는 '인적쇄신론'

  • 2016.09.29(목) 16:59

신동빈 "미흡한 부분, 책임지고 고치겠다"
롯데 경영정상화 다짐 속 개선과제 산적
"그룹 인사, 안정보다 변화 우선할수도"

총수 구속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피한 롯데그룹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기나긴 재판과정과 그 사이 풀어야할 그룹내 현안을 감안할 때 신동빈 회장에 대한 영장기각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29일 새벽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을 만나 "우리 그룹에 여러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다. 제가 책임지고 고치겠다. 좀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룹 쇄신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롯데도 "하루빨리 경영을 정상화해 고객과 협력사, 임직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검찰수사로 위축된 투자 등 중장기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지난 2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조사를 받으려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험난한 지배구조 개선작업


당장의 경영공백은 피했지만 지배구조 개선, 경영정상화 등 롯데가 해결해야 할 현안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상장이 무산된 점이 뼈아프다. 한국거래소는 분식회계나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드러난 비상장사는 3년간 상장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롯데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현재 99%에 달하는 일본계 주주비중을 65%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지난 6월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과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등 한국 롯데의 주요 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와 같은 곳이다. 대부분의 지분을 일본 롯데가 보유해 이 지분을 낮추지 않으면 한국 롯데에 대한 신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어려울 수 있다.

 

신 회장 구속시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 경영진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일본 롯데의 지분은 압도적인데 비해 정작 총수인 신 회장의 지분이 미미한데서 비롯됐다. 신 회장이 구속을 피했더라도 이 같이 살얼음판 같은 지배구조는 두고두고 롯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 사업확대도 차질 '불안한 면세점'

 

호텔롯데 상장으로 들어온 자금을 면세점 확장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히려 롯데는 코 앞으로 다가온 서울지역 신규면세점 입찰에서 특허권을 따낼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롯데면세점의 등기임원으로 있던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 비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스톱 상태였던 투자를 재개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롯데케미칼이 인수하려 했던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이 미국 웨스트레이크에 넘어가는 등 롯데는 지난 6월 검찰 수사 이후 좀처럼 사업확대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 때문에 비록 총수의 구속은 면했지만 앞으로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질 것임을 감안하면 신 회장을 비롯한 그룹의 핵심경영진이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경영현안을 일일이 챙기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그간 그룹 경영이 마비되다시피 했던 터라 한동안 사태 수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검찰 조사전 진행했던 M&A라든가 호텔롯데 상장은 백지화된 상태며 현재 상황에서 이런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토로했다.

 

 

◇ '신동빈의 사람들' 전진배치 가능성 


그룹 내부에서는 신 회장이 하드웨어를 뜯어고치는 식의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기보다 우선 소프트웨어의 변화에 치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대표적인 게 인적쇄신론이다. 여기에는 그룹 수뇌부의 공백을 장기간 방치해선 안된다는 현실론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롯데는 이인원 부회장의 유고로 그룹 2인자 자리가 비어있는데다 황각규·소진세 사장 등 롯데정책본부의 핵심경영진마저 수사대상에 올라 그룹 수뇌부의 손발이 꽁꽁 묶여있는 상태다. 따라서 신 회장에게는 그룹과 각 계열사를 책임지고 이끌 새로운 인물이 절실할 수 있다는 게 인적쇄신론의 근거다. 벌써부터 롯데 안팎에선 몇몇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신 회장의 눈밖에 났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말 승진인사를 최소화해 조직안정을 우선했다면 올해는 '변화'라는 키워드에 맞춰 신 회장이 발탁한 사람들을 전진배치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영권 분쟁과 검찰수사를 통해 '내 사람'의 중요성을 절감한 만큼 신 회장으로선 진통이 있더라도 믿고 맡길만한 사람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현재로선 조기 인사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인사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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