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위스키 '윈저 12년'의 1위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토종 위스키 '골든블루'가 윈저의 턱밑까지 추격에 나서면서다. 저도주 골든블루는 작년 '임페리얼'을 제치고 2위에 오른 뒤 2년여 만에 정상까지 넘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9일 비즈니스워치가 입수한 '위스키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디아지오코리아의 주력제품 '윈저' 12년과 17년 판매량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8월 '윈저 12년' 판매량은 약 16만6000상자(1상자=500㎖ 18병)로 작년동기대비 23% 감소했다. 이 기간 '윈저 17년'은 약 8만1000상자로 전년동기대비 21% 줄었다.
알코올 도수 40도 '윈저'는 스코틀랜드 원액을 국내로 들여와 병입하는 '국산 브랜드 위스키(로컬 위스키)'로 임페리얼과 함께 국내 위스키 시장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윈저 17년'은 2000년부터, '윈저 12년'은 2009년부터 1위 자리를 줄곧 지키고 있다. 하지만 위스키 시장에 알코올 도수 40도 이하의 저도주 바람이 불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36.5도 위스키 '골든블루'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1~8월 12년산급 위스키인 '골든블루 사피루스' 판매량은 약 15만상자로 전년동기대비 27.8% 증가했다. 이 기간 17년산급 위스키 '골든블루 다이아몬드' 판매량은 약 7만2000상자로 전년동기대비 29.9% 늘었다.
1위가 주저앉고 2위가 일어서면서, 둘 격차는 좁아지고 있다. '윈저 12년'과 '골든블루 사피루스' 판매량 차이는 작년(1~8월) 약 9만8000상자에서 올해(1~8월) 1만5000상자까지 줄어들었다. 올 1~8월 '원저 17년'과 '골든블루 다이아몬드' 격차는 1만 상자 내로 좁아진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선 '골든블루'가 이미 '윈저'를 앞지르기도 했다. 지난달 유흥 주점이 밀집된 강남구에서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는 '윈저 17년'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점유율 싸움의 '기세'는 두 회사 실적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7월~2016년 6월 디아지오코리아 매출(3421억원)은 전년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반면 (주)골든블루의 이 기간 매출은 1286억원으로 1년 전보다 32.9%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0월까지도 윈저 12년과 17년, 골든블루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 판매량 차이가 각각 1만상자 가량 나고 있다"며 "연말에 골든블루가 윈저를 앞서거나 비슷해지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컬위스키 전체로 보면 여전히 디아지오코리아가 1위를 지키고 있다. 올 7~10월 로컬위스키 점유율은 디아지오코리아 36%, 골든블루 23.5%, 페르노리카코리아 20.7%이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작년부터 저도주 위스키를 잇달아 출시하며, 저도주 시장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작년 3월 출시한 35도짜리 윈저 '더블유 아이스'는 올 1~8월 7만5000상자 판매되며, 윈저 공백을 메우는 데 성공했다. 최근엔 17년산 저도주 위스키 '윈저 더블유 시그니처'를 출시하며, 가격대가 비슷한 '골든블루 다이아몬드'에 '맞불'을 놨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업계가 저도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더블유아이스, 시그너처 등의 저도주를 선보이며,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