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방글아 기자] "아시아 첫 매장을 베트남에서 내려고 해요. 마스터 프랜차이즈(가맹사업 운영사업자)를 찾는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계약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해서요. 방금 한 바이어로부터 저희 햄버거가 비싸다는 말도 들었지만 우리는 '시크릿 레시피'로 차별화를 할 거예요. 직접 만드는 마요네즈 소스인데요. 베트남 사람들도 한번 맛보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 핀란드 계열 햄버거프랜차이즈 '헤스버거(HESBURGER)'의 안톤 글라드키흐 국제프랜차이즈 디렉터
"저 분이 말레이시아 유통시장 담당 장관이세요. 말레이시아 정부에서는 베트남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어요. 저희도 경쟁을 거쳐 운좋게 이번 박람회에 올 수 있었는데요. 여기 부스를 내는데 한푼도 쓰지 않았어요. 모두 정부에서 지원해줬거든요." - 말레이시아 의류업체 '포니(PONEY)'의 크리스토퍼 리 국제BU 부장
"2006년부터 베트남에서 해외기업 컨설팅을 하고 있어요. 물리적 거리나 문화, 성장가능성 등을 따져 볼 때 베트남은 아시아권 기업들이 들어오기 좋은 시장이죠. 한국이 최근 중국과 겪은 사드 문제에 대해 알고 있어요. 안타깝지만 중국과 비슷한 일을 겪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많아요. 그리고는 다른 나라들로 관심을 돌렸죠. 베트남 정부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낼 수만 있다면 빨리 들어오는 게 좋을거예요. 이미 3년전부터 컨설팅을 의뢰해 오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 국제 컨설팅기업 NSO의 고분킴 매니징 디렉터
지난 1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베트남 국제 유통산업전 및 프랜차이즈쇼'는 14개국, 265개사가 참여해 북적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유통·협동조합·소비자보호를 담당하는 부처의 다토 세리 함자 장관이 직접 참석해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 지원을 받아 참여한 중소업체부터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롯데마트에 이르기까지 180곳이 대거 참여했다.
총 309개 부스로 채워진 박람회에는 사흘간 3만2000명 가량의 방문객이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전시, 컨벤션산업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베트남에서 부스당 평균 100명 이상의 관람객은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된다. 박람회의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베트남 프랜차이즈 시장을 선점하려는 외국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베트남 프랜차이즈 시장은 2009년 국제무역기구(WTO) 양허안에 따라 외국인에게 개방되면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그럼에도 시장은 아직 초기 형성단계로 평가된다. 베트남 산업무역부에 등록된 프랜차이즈는 172개다. 우리나라의 경우 4000개가 넘는다.
외국 프랜차이즈기업에게 베트남은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베트남의 프랜차이즈시장은 최근 몇년간 연평균 20~30% 성장해 연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상당기간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베트남은 인구 9400만명중 65%가 30세 이하이고 34%가 도시 거주자다. 1인당 GDP는 2016년 국제통화기금 기준 2306달러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호치민과 하노이 등 대도시는 3500달러~500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베트남은 매년 6%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 사진/방글아 기자 |
한국기업들도 일찍부터 베트남 프랜차이즈시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베트남 정부에 등록된 172개 가맹본부 가운데 한국기업이 12곳으로 국가별 순위를 놓고 볼때 4위다. 미국기업이 44개로 가장 많고 싱가포르와 영국계가 각각 31곳과 19곳으로 그 뒤를 따른다. 국내 첫 주자는 2007년 10월 등록한 제네시스(BBQ). 이어 ▲2009년 CJ푸드빌·롯데리아 ▲2011년 카페베네 ▲2012년 위도 ▲2014년 SF이노베이션·홀리스F&B ▲2015년 락앤락·더본코리아 ▲2016년 본촌인터네셔날·대교·MPK그룹이 진출했다.
이 가운데 롯데리아, 뚜레쥬르 등 대기업계열사는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998년 직접투자 형태로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리아는 현재 204개 현지점포를 두면서 베트남 패스트푸드 업계 1위다. 2007년 호치민시 1호점을 시작으로 베트남에 뛰어든 뚜레쥬르는 후발주자임에도 34개 직영점을 여는 등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베트남 프리미엄 베이커리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한국보다 베트남에서 더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들도 있다. 카페베네와 휴롬주스 등이 대표적이다. 호치민 한인사회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한국 빙수를 베트남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에서는 한류 영향으로 2014년부터 눈꽃빙수 타입의 한국식 빙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망고빙수가 특히 인기인데 '망고빙수=카페베네'로 통할 정도로 유명하다는 전언이다. 휴롬주스는 호치민 6개 매장, 하노이에 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류스타 이영애씨를 모델로 기용해 빠르게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 베트남 호치민시 동커이 거리에 위치한 카페베네 매장에서 베트남 여성 트란씨가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간판 한켠을 한글로 구성하고 메뉴도 한국어인 빙수(BINGSOO)를 그대로 사용하는 마케팅을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방글아 기자 |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의 베트남 진출 여건은 상대적으로 좋은 상황이다. 외자유치에 적극적인 베트남정부가 투자 1위국인 한국기업에게 호의적이다. 국제 컨설팅기업 NSO의 킴 디렉터는 "외국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라이선스를 발급받을 수 있느냐"라며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는 관료의 재량권이 큰데, 관료들은 프랜차이즈 라이선스를 발급할때 국가간 관계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남재현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지원실 관세사는 "최근 한국기업의 베트남 소비재시장 진출이 많아지면서, 원산지 증명서 발행 관련 상담 요청도 늘었다"며 "한국-베트남 FTA 협약에 따라 한국 세관으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수출품목에 따라 최대 40%의 세율을 줄일 수 있어 가격경쟁력 면에서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간에 FTA가 체결돼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 기업들의 진출에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기업의 진출이 늘면서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코트라도 바빠졌다. 윤주영 코트라 호치민무역관장은 하루에 적게는 서너개에서 많게는 예닐곱개의 미팅 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윤 관장은 "베트남은 '동중동(動中動) 시장'이다. 많은 나라들이 고령사회로 접어들어가는 가운데 베트남의 젊은 인구구조는 크나 큰 메리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운 기후의 국가임에도 국민들의 교육열의가 높고 부지런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체계적인 준비없이 장밋빛 전망만으로 무작정 뛰어드는것은 경계했다. 소득수준과 제도, 문화 등 베트남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윤 관장은 "젊은 인구구조와 저렴한 인건비 등 장점만 보고 들어온 뒤 제도나 현지시장의 인건비 상승 등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기업들을 적지않게 본다"며 "베트남에도 중국의 '꽌시'와 비슷한 '꽌헤이' 문화가 있고 특히 행절절차의 복잡함, 세무 등과 관련해 제도적 고충이 많다. 정확한 정보수집과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윤주영 코트라 호치민무역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