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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베트남]③-5 "2017년 하노이는 1980년대 서울"

  • 2017.06.23(금) 14:20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PART II. 산업>
도시인프라·건축·플랜트 수요 분출 '韓건설 경연장'
대우, DECV 세워 매출↑..대림, 건자재까지 현지화

[베트남 하노이 = 윤도진 기자]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내려 차로 약 30분만 달려오면 하노이 도심에 닿는다. 재작년까지 1시간도 넘게 걸린 길이지만 작년 공항과 시내 중심가를 잇는 8차로 도로가 뚫리면서 교통은 1년새 수월해 졌다. 요즘 하노이는 해가 바뀔 때마다 도시 풍경이 달라질 정도로 개발 변화가 빠르다. 현지 교민들은 "'1980년대 서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혀를 내두른다.

 

개발 수요가 넘치는 이 곳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이름은 하노이 택시기사들에게도 익숙할 정도다. '롯데'라고 하면 높이 65층 높이 '롯데센터 하노이'로, '껭남(경남기업)'이라고 하면 '랜드마크 72'로 간다. 모두 우리 건설사들 작품이다. 베트남은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로 계속 발주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중동 수주부진으로 해외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건설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 대우건설, 시공법인 'DECV' 세운 이유

 

하노이는 1000년의 도시 역사를 가진 베트남의 중심지다. 하지만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지로 이름난 호안끼엠 등 구도심 지역에는 거미줄처럼 얽힌 길가에 좁게 창문을 낸 베트남 특유 양식의 3~4층 주택이 줄지어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대우건설의 '스타레이크 시티'는 이런 하노이에서 벌어지는 대표적 도시재생 사업이다.

 

하노이 시청에서 북서쪽으로 5km 떨어진 곳에 있는 이 부지는 '여의도 3분의 2' 규모인  186만3000㎡를 개발하는 도시내 신도시 사업이다. 현장을 지휘하는 김성욱 대우건설 베트남DECV 스타레이크 현장소장은 "하노이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자리잡은 유일한 대형 개발 부지"라고 사업을 소개했다.

 

대우그룹 시절인 1996년 첫 제안을 통해 시작된 이 사업은 2006년 1월 베트남 투자기획부(MPI)로부터 투자허가를 받았다. 처음엔 포스코건설, 코오롱건설 등 6개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했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주간사인 대우만 남았다. 이후 2010년 6월 토지보상에 착수해, 2012년 11월 첫삽을 떴다. 총 사업비는 25억2800만달러. 부지 내에 상업 및 업무용 빌딩, 정부기관, 주거용 빌라, 아파트, 주상복합이 순차적으로 개발된다.

 

▲ 하노이 떠이호떠이(Tay Ho Tay) '스타레이크 시티' 현장 부지/윤도진 기자 spoon504@
▲ 김성욱 대우건설 베트남DECV 스타레이크 현장소장.

 

김 소장은 "하노이 시민이 선호하는 호수 주변에 자리잡은 도심 입지인데다 공항과 도심 상업지역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개발 후 토지가치에 대한 현지 자산가들 관심이 높아 작년 한국돈 20억원을 넘는 가격에 분양한 고급빌라가 모두 완판 됐다"고 말했다. 얼마 전 국내 한 대기업도 이곳에 베트남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빌딩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은 작년 이 사업에서 매출이 본격화하기 시작하면서 시공만 전담하는 현지법인 'DECV(대우비나)'를 따로 설립했다. 다른 건설사들이 '외국기업' 자격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움직임이다. 김 소장은"부지만 파는 것이 아니라 직접 건축 시공까지 맡아 매출을 극대화하는 게 1차 목표"라며 "나아가 현지 업체들과 경쟁·협업하면서 사업 기회가 커지고 있는 베트남에서 현지기업으로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들 베트남이 '블루 오션'이라고 얘기하지만 모두 뛰어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사업 조직의 실질적 현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인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지 직원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직원들의 베트남어 습득까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보는 베트남 건설사들의 성장속도는 이미 위협적인 수준이다. 그는 "5년전 하청업체였던 작은 골조업체가 어느덧 중견 건설사급으로 커 20층 이상 아파트를 분양할 정도"라며 "도시화와 함께 수요가 늘어나는 전력·환경 플랜트, 인프라 등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외화획득 1호' 대림산업, 인프라·플랜트 주력

 

하노이시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38개 도시인프라 프로젝트에 22조원 이상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물결처럼 달리는 오토바이 행렬로 인한 교통체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수도 하노이를 국제적 도시로 키우는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역시 전철이 놓이기 시작한 1980년대 서울과 흡사하다.

 

대림산업은 이런 투자 계획보다 앞서 이미 하노이에서 경전철 시범사업격인 3호선 철로공사(8.5km 구간)를 수행하고 있다. 사업비 8400만달러의 크지 않은 공사지만 앞으로 쏟아져 나올 교통인프라 사업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최성화 대림산업 하노이지사장은 "대림은 베트남과 가장 인연이 깊은 기업"이라며 "과거엔 대림 오토바이가 하노이를 뒤덮었는데 이제는 대림이 놓은 경전철이 시내를 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림이 첫 수주한 해외 사업도 베트남에서였다. 대림은 이곳에서 해외건설 외화획득 '1호 사업' 타이틀을 갖고있기도 하다. 1966년  미 해군시설처(OICC)로부터 수주한 남부 끼엔장성 락자 항만 파일박기 공사에서 같은 해 6월 공사 착수금 4만5000달러를 한국은행에 맨 처음 송금했다. 당시 갓 입사해 외사부 계장으로 근무하던 이준용 명예회장이 직접 호치민(당시 사이공)지사에 파견근무한 것도 건설업계 안팎에 꽤 알려진 일화다.

 

대림산업은 이후 베트남전이 끝난 1975년까지 현지에서 20여건의 크고작은 공사를 수행했다. 이후 30년 넘는 공백이 있었다. 최 지사장은 "2008년 리먼사태 직전엔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 많은 국내 건설사들이 앞다퉈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대림은 과거 현지 사업 실적도 있었지만 당시 시장 과열과 급격한 환율 변동을 피해 경기가 안정화한 뒤 토목, 플랜트 사업 위주로 사업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 최성화 대림산업 하노이지사장.

 

대림은 2010년 1억3800만달러 규모의 '제마링크 항만 터미널 조성 공사'를 수주하면서 35년만에 베트남 시장에 재진출했다. 이어 수주한 남부도시 껀터에 짓는 3200억원 규모의 '오멍 화력발전소'는 작년 11월 준공했다. 현재는 경전철 외에 하노이 남동쪽 약 110km 거리에 자리한 타이빈에 총 1200MW(메가와트)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최 지사장은 "타이빈은 직접 시공을 제외한 설계·조달과 시운전을 일괄 도급 방식으로 수행하는 사업"이라며 "시공은 베트남석유공사에서 진행하며 대림은 시공 관리만 맡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대림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공사 중 최대 규모이자 베트남 발전 시장의 첫 진출 사업이다.

 

대림산업은 콘크리트파일(PHC) 등을 생산하는 건자재 계열사인 대림C&S의 베트남 현지화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지 업체 인수를 통해 합작기업을 세우는 일이 막바지 단계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건설사업의 전후방 '밸류체인'을 국내에서처럼 베트남 현지에서도 확대하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한국 건설사들은 베트남에서 7억6873만달러어치 공사를 수주했다. 전세계국 중 5위 규모다. 2010년대 들어 2014년(7위)를 제외하고 국가별 수주액 3~5위 수준이다. 최 지사장은 "베트남은 자국 건설사 보호를 위한 제도가 있지만 우리 건설사들로서는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임에 틀림없다"며 "국내 건설사끼리 경쟁하기보다 강점을 살리는 협업으로 고부가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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