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꿈을 품었지만
롯데가 처음 중국시장을 노크한 것은 1994년이다. 롯데제과가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롯데의 중국 역사가 시작됐다. 이어 롯데는 주요 계열사들을 중국시장에 진출시켰다. 중국이 가진 소비 잠재력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은 롯데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당시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지휘 아래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롯데마트다. 롯데마트는 2008년 중국내 네덜란드계 대형마트인 마크로 8개점을 인수하면서 중국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경쟁사인 이마트에 비해 10년 가량 뒤처진 중국진출이었지만 공격젹인 행보로 영역을 확대했다.
롯데마트는 이듬해 로컬 할인점인 타임스 68개점을 인수했고 2010년에는 100호점을 오픈했다. 현재 롯데마트는 중국에 112개 매장을 운영할 만큼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다.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케미칼 등 유통, 식품, 관광·서비스, 유화 및 제조에 이르기까지 총 22개 계열사가 진출했다. 투자금액만도 10조원에 달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롯데는 최근까지 중국에서 대규모 사업을 진행중이다. 3조원을 투자하는 선양(瀋陽) 롯데월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신동빈 회장이 중국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힐만큼 신 회장의 야심작이다. 청두(成都)에 1조원을 투입한 복합단지 프로그램도 롯데의 대표적인 대형 중국사업이다.
◇ 끝없는 사드 보복에 '휘청'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롯데의 중국사업은 올해초 큰 암초를 만났다. 롯데그룹이 사드 배치 장소로 성주 골프장을 제공하면서 중국 정부의 타깃이 됐다. 이후 중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롯데의 중국 사업들에 대해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각종 소방안전 점검은 물론 세무조사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국영매체를 동원한 여론전에 중국 소비자들도 발걸음을 끊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롯데마트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재 112개 매장 중 87개가 영업정지 상태에 있다. 나머지 매장들도 자진 휴업하거나 문을 열어도 찾는 소비자가 없는 개점휴업 상태다. 이 기간동안 현지 직원들의 임금은 꼬박꼬박 나가야 했다. 이 때문에 롯데마트는 올해에만 두차례에 걸쳐 약 7000억원 가량을 추가투입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손실규모는 1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롯데백화점·롯데마트는 해외 부문 매출액 *롯데제과는 상반기 매출액 *단위:억원 |
실적도 급락했다. 롯데마트의 2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대비 94.9% 줄었다. 중국 적자가 급격히 늘면서 전체 해외부문 영업손실은 550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롯데백화점의 2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대비 28.6%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10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롯데제과의 상반기 중국 매출은 전년대비 59.2%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의 2분기 중국 매출도 전년대비 55%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롯데는 중국에서 철수는 없다고 강조해왔다. 신동빈 회장도 직접 나서 중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실적악화와 개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한·중 관계는 결국 중국 철수를 결심하게 했다.
◇ 롯데 계열사 연쇄 철수 '주목'
롯데그룹의 중국 진출에서 롯데마트가 차지하는 의미는 컸다. 롯데마트보다 먼저 중국시장에 진출한 여러 계열사들의 제품을 롯데마트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소비자들이 롯데제품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었던 셈이다. 단기간에 롯데마트 점포수를 크게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고 롯데제품을 확산시키기 위한 큰그림이었다.
롯데마트가 철수하면 롯데는 중국 각지에 분포돼있는 대규모 유통망을 잃게된다. 롯데마트의 중국매장 매각 소식에 많은 글로벌 업체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도 롯데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촘촘한 유통망 때문이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구축한 유통망이다.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롯데상품이 중국 소비자들을 만나는 접점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케미칼과 같은 B2B 제품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하지만 롯데의 이미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데 롯데마트가 해왔던 역할을 감안하면 롯데마트 중국철수가 다른 계열사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다. 일각에서는 롯데마트 중국 철수를 롯데의 중국사업 정리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현재 롯데마트 전면철수와 매장 부분 매각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더불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의 중국 철수설도 나오고 있다. 롯데제과나 롯데칠성음료는 "철수계획은 없다"며 신중한 반응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는 단순히 마트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향후 롯데의 중국 전략에 큰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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