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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인천공항 임대료가 뻘쭘해진 이유

  • 2017.10.24(화) 15:18

제주공항, 면세점임대료, '매출 연동 방식' 도입
2년마다 임대료 조정협의도 가능
업계 "환영"‥'최소금액 보장' 인천공항 눈총


요즘 면세점 업계가 참 어렵습니다. 주요 매출처였던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사라진 때문입니다. 중국의 사드보복 탓이죠. 이 때문에 국내 면세점 업체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현금 뭉치를 신문지로 싸서 들고와 폭풍 쇼핑을 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없어졌으니 수익을 올릴 수 방도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수익은 나지 않고 비용만 늘어가자 면세점 업체들은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버텨야하는데 묘안이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찬찬히 어떤 비용이 많이 나가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임대료입니다. 특히 공항면세점 임대료가 비쌉니다. 이것만 좀 깎아도 숨통이 트일 듯 싶었습니다.

최근 격론을 벌이고 있는 롯데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인하 협상은 이런 이유 때문에 생겼습니다. 롯데면세점은 만일 임대료 인하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인천공항에서 철수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상태입니다.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서는 큰 타격입니다. 세계 2위, 국내 1위 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면 그 큰 공간을 채울 도리가 없습니다. 더불어 짭짤한 임대료 수입도 잃게 됩니다.

롯데면세점은 처음 계약을 맺을때 높은 임대료를 주겠다고 한 것은 인정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사정을 좀 봐달라는 입장입니다. 일면 억지스럽기도 합니다만 현재 면세점 업계가 처한 상황을 보면 롯데면세점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다른 면세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 설명회에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총출동한겁니다. 심지어 세계 1위 면세점 업체인 스위스의 듀프리까지 참석했습니다. 적자로 힘들어서 죽을 판이라던 업체들이 왜 면세점 사업자 입찰 설명회에 모두 모여들었을까요?

지금까지 제주공항면세점은 인천공항면세점과 똑같은 방식의 입찰을 진행해왔습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면세점에 입점하려는 업체들에게 매출액과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정해두고 이 이상을 내겠다는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해왔습니다. 입찰때 금액을 가장 많이 내겠다고 적어낸 업체가 낙찰받는 형식입니다. 이 금액을 '최소 보장액(최저수용금액)'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인천공항공사는 업체들에게 최소 보장액을 매년 전년대비 2% 이상씩 올려서 내야한다는 조항도 포함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A업체가 최소 보장액 100원에 인천공항공사 면세점을 낙찰받았다면 계약 2년차에는 기존 최소 보장액 100원에 100원의 2%에 해당하는 2원을 추가한 102원 이상을 내야하는 조건입니다. 이 조건은 계약 만료시까지 매년 적용됩니다. 업체로서는 장사가 잘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최소 보장액이 매년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 인천공항공사가 2014년 공고한 '인천국제공항 제3기 면세점 사업권 운영사업자 공고' 중 일부. 빨간 테두리 부분이 인천공항공사가 지정한 '1차년도 최소보장액'이다.

하지만 제주공항면세점은 이번 입찰에서 이런 룰을 바꿨습니다. 업체에게 매년 매출의 20.4% 이상을 내도록 했습니다. 입찰에서는 20.4% 이상을 내겠다고 한 업체중 가장 많이 비율을 제시한 업체가 낙찰됩니다. 기본 임대료도 2년마다 한번씩 공사와 업체가 협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과거 인천공항공사가 일방적인 우위를 점했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업체 관계자는 "기본 임대료를 2년에 한번씩 협의하겠다고 나선 점부터 인천공항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했습니다.

면세점 업계는 현 상황을 반영한 방식이라며 환영하고 있습니다. 한 면세점업체 관계자는 "지금껏 이런 방식은 없었다. 처음 도입되는 방식이다. 그동안 업계가 원해왔던 가장 합리적인 입찰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뭄 끝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국내 면세점 입찰제도가 현실을 반영한 방식으로 개편되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제주공항면세점 입찰 설명회에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총출동한 것은 사전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입찰 자격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또 정부의 면세점 입찰제도 개선안에 대한 설명도 들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주공항면세점을 운영하다 '최소 보장액'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권을 반납한 한화면세점도 이번 설명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높았습니다. 입찰보다도 제도개선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역시나 설명회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제주공항면세점 입찰 룰이 바뀌자 '분위기나 한번 보자'던 업체들이 하나둘씩 입찰 참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빅3는 물론 중소·중견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대형 면세점 업체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참여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룰이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업체들의 관심은 예상 밖으로 큽니다. 그동안 '최소 보장액'라는 족쇄에 얽매어 있던 업체들이 마침내 자유를 얻은 겁니다. 업체들은 제주공항면세점이 아직은 수익이 적게 나겠지만 이런 조건이라면 향후 어떤 식으로든 수익이 날 수 있겠다고 본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면세점은 중국의 사드보복이 풀리면 바로 수익이 나는 곳"이라며 "매출액에 연동해 비용을 내는 구조라면 적어도 사드보복 해제때까지 버티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다보니 업체간 신경전 양상도 나타납니다. 한 업체는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면세점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감점요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계약주체부터 다릅니다. 인천공항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인 반면, 제주공항면세점은 한국공항공사입니다. 따라서 롯데의 인천공항면세점 철수 검토와 이번 건은 연관이 없습니다.

이번 입찰은 다음달 6일에 마감됩니다. 업황 부진으로 침체된 면세점업계에 오랜만에 활기가 돕니다. 이런 활기가 과도한 베팅으로 이어져 또 다시 인천공항면세점과 같은 상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입찰이 면세점업계에서는 큰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과거 건물주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찰방식에서 벗어나는 첫 단추를 뀄다는 겁니다. 

 

이번 제주공항면세점 입찰은 두가지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나는 향후 제주공항과 면세점 사업자가 상생의 성과를 낼 것인지, 또 하나는 제주공항 때문에 면세점사업자들에게 더 눈총을 받게된 인천공항공사가 태도를 바꾸게 될 것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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