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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대차, 중국서 고전하는 진짜 이유

  • 2018.02.21(수) 14:43

[2018 차이나워치]⑬충칭 둘러보니
높은 품질기준탓 원가↑ 가격경쟁↓

▲ 충칭 시내 모습. 충칭은 일년 중 절반 이상이 안개에 휩싸여있는 도시다. [사진=정재웅 기자].


충칭(重慶)은 중국서 떠오르는 도시다. 서부대개발의 중심지다. 여느 글로벌 기업과 비슷하게 현대자동차도 오래 전 충칭 진출을 모색했다. 하지만 기존 공장이 있는 베이징 지역에서 반대했다. 현대차는 곤혹스러웠다. 결국 현대차는 베이징을 달래기 위해 허베이 지역에 공장 하나를 더 짓기로 하고 간신히 충칭 진출을 승인받았다. 현대차 충칭공장은 그만큼 심혈을 기울인 곳이다.

현대차가 진출하자 협력업체들도 동반 진출했다. 덕분에 충칭에 거주하는 한국인 규모가 2000여 명에 육박할 만큼 커졌다. 현지에서도 현대차의 충칭 진출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충칭시도 중국 내에서도 인지도 높은 현대차가 온다고 하니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현대차 충칭 공장은 예상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충칭공장은 가동률이 낮다. 당장 이달부터 신차가 투입될 예정이지만 현지 판매가 급격하게 줄어든 탓에 계획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 1월 중국 판매량은 전년대비 25% 감소한 6만10대에 그쳤다. 전월대비 50.2%나 줄었다.

 

▲ 2015년 베이징현대차 충칭공장 기공식 당시 정의선 부회장의 모습. 당시 현대차는 충칭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현대차가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탓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현지 관계자들 견해는 다르다. 사드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가 부진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관계자는 "현대차의 원가가 상대적으로 로컬 기업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원가가 높으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은 로컬업체들의 전성시대다. 글로벌 업체들과 합작을 통해 다년간 선진 기술을 습득한 로컬업체들은 자신들만의 디자인과 기술로 가성비 높은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충칭 시내에서 현대차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충칭에 본사를 둔 로컬업체 장성기차(長城汽車) 차가 많았다. 택시는 주로 일본 스즈키 차 였다.

현대차가 가격 경쟁력에 발목을 잡혔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원인은 품질에 있었다. 현대차는 품질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 과거 해외 진출 당시 저급 품질로 홍역을 치른 이후 품질에 대해선 병적이라고 할 만큼 집착했다. 그 탓에 품질 점검을 위해 많은 장비와 라인이 필요했고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다. 현대차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 현대차 충칭공장. 중국 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생산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지 관계자는 "값싼 베르나를 만들면서 품질 기준은 값비싼 제네시스급을 따르다보니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일례로 중국 로컬업체들의 자동차 강판은 눈으로 보기에도 얇지만 현대차 자동차 강판은 로컬업체 강판보다 수 배는 두꺼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현대차 충칭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파급효과가 협력업체까지 전해진다는 것. 또 다른 현지 관계자는 "현대차 충칭공장 가동이 원할하지 못하자 각종 대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상당수 협력업체들이 고사(枯死) 위기에 직면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고 밝혔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충칭공장에 다녀갔다. 신차 투입을 앞두고 라인상황과 각종 현안을 챙기기 위해서다. 정 부회장이 떠난 직후 연구개발 임원들도 대거 충칭 라인을 점검했다. 이는 현대차가 그만큼 충칭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비록 지금은 고전하고 있지만 충칭공장을 통해 반전을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 충칭 시내에서 현대차를 찾아보긴 힘들다. 대신 중국 로컬 브랜드 차가 시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충칭에 본사를 둔 장성기차(長城汽車) SUV '하발(HAVAL)' 모습.


이제 현대차는 선택을 해야한다. 중국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자명하다면 좀더 유연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차급에 맞는 품질 기준을 세우고 그것에 맞춰 비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도태될 위기에 직면한다.

충칭은 송나라때 꽁저우(恭州)로 불렸다. 1189년 송나라 효종은 자신의 아들을 공왕으로 임명했다. 두 달뒤 공왕은 효종에 이어 황제(광종) 자리에 올랐다. 이때부터 도시이름이 충칭, 즉 경사(慶)가 겹쳤다(重)는 뜻으로 불렸다. 현대차가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충칭에서 겹경사를 맞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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