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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대차 정의선 '중국행'에 담긴 절박함

  • 2018.04.24(화) 11:24

지난 10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중국 베이징(北京)현대 엔씨노(ENCINO, 국내명 코나) 신차발표회 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업계에서 쉽게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정 부회장도, 그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해외 개별차량 신차발표회 정도 행사에 나선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현지 스태프 사이에선 2003년 12월 베이징현대가 처음으로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를 출시할 때 정몽구 회장이 왔던 것 이후 처음 아니냔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당시는 현대차가 처음 중국이란 대륙에 진출하던 시기다. 그 만큼 정 부회장이 참석한 이번 신차발표회는 이례적이었다.

 

 

그 즈음 정 부회장 중국 방문이 예상되고는 있었다. 사흘 앞서 하이난(海南)에서 열린 '보아오(博鰲) 포럼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정재계 유력인사들이 교류하는 장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보아오 초청을 물리고 며칠 지나 상하이 신차 출시 현장에 섰다. 현대차 관계자가 "보아오보다는 챙길 현안이 많지 않겠냐"고 했는데, 그 현안이란 결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난국 이후 부진 수렁에 빠진 중국 현지 판매시장이었던 셈이다.

 

이에 앞서 한 차례 잠행(潛行)도 있었다. 지난 2월초께다. 이번처럼 모습을 공식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정 부회장은 중국 서부내륙과 남부에 위치한 직할시 충칭(重慶)과 선전(深圳)을 바쁘게 돌아보고 왔다.

 

충칭은 엔씨노를 생산하는 베이징현대 제5공장 생산라인이 있는 곳이다. 출시에 앞서 품질이나 양산계획에 차질은 없는지 먼저 챙겨봤던 걸로 전해진다. 선전은 중국 '4차 산업혁명'의 핫 플레이스. 스타트 업 창업열기가 뿜어져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커넥티드카 등 현대차 미래전략 구상에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정 부회장은 충칭과 상하이에서 판매부진에 처한 현대차그룹의 '현재'를, 선전에서는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지에 대한 '미래'를 점검한 셈이다. 두 차례 중국행 모두 그룹의 중국 시장 정상화에 그가 얼마나 신경을 쏟는지 보여준 사례라는 후문이다.

 

중국에서는 오는 25일부터 베이징모터쇼가 열린다. 연간 3000만대가 팔리는 세계 최대 차시장 중국이다보니 그 규모도 크고 주목도도 높은 행사다. 정 부회장은 이번 모터쇼에도 출격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게 되면 석달 사이 세 번째 중국행이다.

 

▲ (왼쪽부터) 설영흥 현대차그룹 중국사업 담당 고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쉬허이 베이치그룹 동사장 등이 중국 소형 SUV 엔씨노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모터쇼에서 현대차는 중국 전용으로 개발한 스포티 세단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것을 포함해 완성차, 친환경차 등 총 14대를 전시한다. '르 필 루즈(Le Fil Rouge, HDC-1)'라는 이름의 콘셉트카와 판매에 박차를 가할 '올 뉴 위에둥', '엔씨노', 수소전기차 '넥쏘', 'ix35' 바이두(百度) 커넥티드 쇼카 등을 앞세워 총력전을 편다.

 

기아차 역시 중국 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E'를 세계 최초 공개하는 것과 함께 신차와 양산차 총 14대를 모터쇼에 선보인다. '텔루라이드' 콘셉트카,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신차와 얼마전 중국서 출시한 신형 '즈파오(智跑, 국내명 스포티지)'를 비롯해 '스팅어', 'K2', 'K3', '카이션(K4)' 등을 라인업으로 내세운다.

 

당장 현대차그룹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이슈도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정 부회장이 중국을 직접 챙기는 이유는 있다. 결국 경영권 승계로 연결될 지배구조 개편도 정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경영 역량을 증명해내야 순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8'에서 "지난해 중국시장 위기는 굉장히 심각했지만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 부진을 '주사'로 만들어 내는 건 대권을 앞둔 정 부회장이 걸머진 숙제다. 당분간 정 부회장 중국 행보와 그 성패를 관심있게 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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