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사드보복 1년]⑤달라진 중국…과연 이번엔

  • 2018.04.02(월) 16:46

양제츠 특별대표 "이른 시일 내 가시적 성과" 강조
사드 보복 해제 기대 커져…"더 지켜봐야" 신중론도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피해자는 국내 유통업체들이다.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했던 면세점과 화장품 업계는 충격이 더 컸다.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희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사드 보복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내 유통업계의 현실과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1년간 시종일관 사드 보복을 밀어붙이던 중국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杨洁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사드 보복 해제를 공식화했다. 

그의 발언은 지금껏 중국 정부가 보여줬던 태도와는 달리 당국의 '의지'를 분명하게 확인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엔 의례적이고 외교적인 수사만 난무했다면 이번에는 의지를 갖고 진정성 있는 약속을 내놨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해제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 1년간 얼어붙어 있던 한중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서 시작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중국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해왔던 중국은 자신들을 배제한 채 한국-미국-북한의 삼각외교가 성공을 거두자 위기의식을 느꼈다.

한국 정부도 중국 측에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는 형식을 취했다. 외형상으로 중국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중국은 부랴부랴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대화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자신들이 먼저 나서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기회를 잡은 한국 정부는 중국에 사드 보복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단체관광 정상화는 물론 중국 내 롯데마트의 원활한 매각,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재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등 산적한 경제 현안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이에 양제츠 특별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국은 문 대통령의 관심사항을 매우 중요시한다"며 "관련 사항은 이른 시일 내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다. 대통령께서 믿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사드 보복 해제를 통해 한국과 관계 회복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경우 최근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만큼 이젠 한국과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이른바 '차이나 패스'를 미리 차단하려는 속셈인 셈이다. 양 특별대표가 "믿어달라"며 의지를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 높아지는 기대감

중국이 사드 보복 해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자 국내 유통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탓이다.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등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업종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지난 1년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이 먼저 나서 해빙 가능성을 거론했으니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롯데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은 "한중 양국이 중국 진출 기업의 어려움을 정상화하기로 밝힌 것을 환영한다. 정부의 노력에 따른 중국 당국의 약속에 대해 신뢰를 갖고 호응하겠다"면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매우 정제된 표현이지만 사드 보복 해제 기대감을 잘 드러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실제로 현장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3대 국영 여행사인 중국청년여행사(CYTS)의 홈페이지에는 한국 관광상품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 홈페이지에서도 최근 한국 카테고리가 다시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여행 성수기인 오는 7~8월쯤이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중국이 보여준 태도는 과거와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며 "지금까지는 의례적인 표현만 반복했다면 이번에는 확실히 사드 보복 해제를 염두에 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다시 예전처럼 한국을 찾는다면 면세점은 물론 국내 유통업계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 "아직 모른다" 신중론도

반면 중국의 태도 바뀌긴 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중국이 보여준 패턴 상 일단 유화 제스처를 보여준 뒤 사태 추이를 살펴보고 움직였던 만큼 성급히 판단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방중 이후에도 사드 보복 해제 기대감이 컸지만 실제로 특별한 후속조치는 없었다. 따라서 이번 양 특별대표의 발언에도 큰 무게를 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중국이 정말로 사드 보복 해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롯데의 제재를 먼저 풀어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이 목숨줄을 쥐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한국 기업이 롯데"라며 "롯데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기대감만 가지면 자칫 이용만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실제로 중국 여행사이트에 등장한 한국 관광상품에는 롯데면세점 상품이 빠져있다. 대신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방문 상품만 올라왔다. 여전히 중국 정부가 롯데를 겨냥한 제재를 풀어줄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현재 롯데가 추진 중인 중국 내 각종 대형 프로젝트 인허가도 지지부진하다. 롯데를 향한 전방위 압박과 제재를 풀지 않는 한 중국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철저히 실리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지금은 저자세로 움직여야 외교적인 측면에서 유리해 한국 내 가장 큰 관심사인 사드 보복 해제 카드를 내밀었지만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 그 카드를 다시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