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경기 부양의 하나로 만들어진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올해도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첫해는 민간 유통·제조업체들의 참여 의지가 크지 않았고, 지난해부터는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도 시큰둥한 분위기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행사기간과 예산이 줄었고 참여업체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열흘로 축소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오는 28일부터 내달 7일까지 열흘간 진행된다. 할인행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38일에서 대폭 줄였다. 집중도를 높여 내수진작 효과를 더욱 높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개막 전날 서울광장에서 케이팝(K-POP) 스타들이 다수 출연하는 전야제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간 정작 소비자들이 행사를 잘 알지 못한다는 비판에 따라 마련한 방안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사무국 관계자는 "이번 공연을 통해 3회째를 맞이한 국가적 쇼핑 할인행사의 국내외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역시 기대만큼 흥행이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일단 정부부터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이번 행사 예산은 34억원으로 지난해 56억원에서 대폭 줄었다. 첫해 예산은 45억원가량이었다.
참여업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한 기업들은 첫해 341개사에서 지난해 446개사로 늘었지만 올해는 지난 10일 현재 209개사로 저조한 편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사무국 관계자는 "아직 보름이나 남았고 계속 참여업체 등록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3년 만에 유명무실화…메르스 악재까지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지난 정권에서 만들었던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행사 기간이 줄면서 백화점 등 기존 유통업체들이 매년 추석 직후 진행하는 가을세일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모양새가 됐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1~2회 행사도 가을세일과 겹치긴 했지만 올해는 기간이 줄어들면서 특별히 더 신경 쓸 만한 건 없다"며 "다만 정부 주도 행사이니만큼 할인 폭이나 참여업체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방식의 할인행사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유통사들이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직매입한 뒤 이윤을 남기고 되파는 구조여서 팔지 못한 재고를 대폭 할인해 팔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조사가 상품을 판매하고 유통사는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다. 결국 제조사가 일부러 초과 생산해 재고를 남기지 않는 한 큰 폭의 할인이 어렵다는 의미다.
내수진작을 위해선 국내 소비자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참여를 이끌어야 하는데 이 역시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한 것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단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신경 쓰기보다는 메르스 확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3년 전 워낙 타격이 컸던 만큼 위생용품 준비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