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열린 행사는 지난달 7일 폐막한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다. 지난 정권에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하며 정부 주도로 3년째 진행하고 있지만 매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참여업체가 줄고 있는 것은 물론 관련 매출이 되려 감소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코세페가 미국의 대형 쇼핑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가 될 수 없는 이유로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주로 거론되곤 한다. 미국의 경우 유통사가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직매입하는 경우가 많아 팔지 못한 재고를 일정 기간 대폭 할인해 팔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사가 상품을 판매하고 유통사는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 가져가는 구조여서 큰 폭의 할인행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코세페 폐막 한 달 뒤 개별 유통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이면서 이런 설명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달부터 온라인 쇼핑업체를 시작으로 대형 유통업체까지 가세해 제각각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내걸고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는데 반응이 뜨겁다.
국내 쇼핑업체들이 느닷없이 대규모 할인행사를 시작한 건 사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가 11월에 몰려있어서다. 해외 직구족들이 이즈음 지갑을 연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부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시작한 이 '행사'에 올해부터는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판이 커진 모양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관심도 예상 밖으로 뜨겁다. 위메프의 경우 결제액의 5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블랙프라이스데이' 행사를 기획해 지난 1일 하루 거래액 48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도 '빅스마일데이' 행사로 지난 1일 총 454만 개의 상품을 팔았다. 이 역시 하루 판매 신기록이다.
이밖에 쿠팡과 티켓몬스터도 특정 시간대를 겨냥한 초특가 상품을 한정 판매해 연일 '완판'을 기록하고 있고,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아 '블랙이오' 행사를 하는 이마트 역시 완판 행진을 펼치고 있다.
그간 11월은 유통업계의 비성수기로 여겨졌는데 유통업체들이 할인행사에 대거 가세하면서 이제는 옛말이 된 분위기다. 국내 소비시장의 계절적인 흐름까지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번 쇼핑 대전으로 '코세페'는 머쓱해졌다. 국내 유통업계의 상품 판매 구조 탓에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무색해진 탓이다.
물론 개별 업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행사 역시 미국처럼 대규모 물량을 90% 안팎까지 싸게 팔고 있지는 않다. 물량도 제한적이고 할인 폭도 작다. 다만 업체들이 너도나도 참여해 '한국식'으로 할인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진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릴 만하다.
결국 문제는 정부가 참여를 강요하는 식으로 기획하는 '관제'냐 아니냐의 차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2016년 45억원, 2017년 56억원, 올해 34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들여 코세페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소비 침체를 극복하자는 기획 의도를 고려하면 큰돈은 아니지만 예산 낭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11월 '쇼핑 대전'을 계기로 이 돈을 더 유용할 게 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