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마스터스, 1982년 US오픈, 1983년 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다. 준수한 성적이지만 그에게는 우승이 어울렸다. 팬들은 걱정했고, 미디어는 질타했다. 골프보다 비즈니스를 우선시한다며 비판했다.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1984년에는 4대 메이저대회에서 톱10을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25년 만에 처음이었다. 1985년 마스터스에서 4위를 해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US오픈에서 컷 탈락하며 좌절했다. 이 또한 22년 만의 사건이었다. 그러자 ‘45세 노쇠한 골퍼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포기할 수 없었다. 누구도 오르지 못한 메이저대회 17승 고지. 절대 깨지지 않을 대기록을 작성했다. 그렇기에 더욱 화려한 퇴장을 꿈꿨다. 옛 스승을 찾아 전성기 시절 스윙 느낌을 되찾았고, 문제였던 쇼트게임에 집중했다.
1986년 마스터스. 처음 세 라운드에서 74타, 71타, 69타를 적어냈고 최종라운드를 선두에 4타 뒤진 채 출발했다. 어느새 46세. 게다가 기라성 같은 젊은 선수들이 우승컵을 노리고 있었다. 아무도 그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다.
최종라운드가 시작됐다. 9~11번홀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하지만 12번홀에서 보기를 범했다. 그립을 더욱 강하게 잡았다. 15번홀 이글로 추격을 이어갔고, 18번홀을 앞두고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은 파로 충분했다. 갤러리들은 환호를 보냈다. 감동에 겨워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18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린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 얘기다. 그는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로 인정받고 있다.
‘골프 황제’가 돌아왔다. 타이거 우즈는 지난 24일 끝난 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2013년 8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5년 1개월을 기다린 우승컵이다. 날짜로 따지면 무려 1876일만이다. 통산 80승 고지에 오른 우즈는 샘 스니드(82승)에 이어 역대 2번째로 80승을 달성한 선수가 되는 영예도 안았다.
기적을 만들었다. 각종 추문에 시달리면서 내리막길을 걸었고, 허리 수술도 네 차례나 받을 정도로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호랑이 포효는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를 바라보는 현실은 냉혹했다. 우즈 스스로도 자신을 하지 못했다.
우승 순간. 퍼터를 그린에 내리치면서 고개를 숙였다. 모자도 꾹 눌러썼다. 팬들은 환호했지만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잠시 후 요란하지 않게 화답했다. 눈시울은 붉어졌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멈췄던 우즈의 기록 시계는 다시 움직이고 있다. 3승을 더하면 역대 최다승, 메이저 5승을 추가하면 이 부문도 1위 자리에 설 수 있다. 46세 때 메이저 우승을 했던 니클라우스보다 여전히 세 살이나 젊다. 가능성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뜻이다. 우즈는 “지난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주위 모든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누구보다 기뻐한 이는 니클라우스다. 그는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다. 그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매우 힘겹게 노력했다"며 축하했다. 자신이 보유한 메이저 최다승 기록을 깰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우즈는 앞으로 40번쯤 메이저 대회에 더 출전할 수 있다. 그 중에 5번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황제의 귀환을 진심으로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