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요기요와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 업체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현재 6만개 정도인 입점 식당 수를 연내 10만개 이상으로 늘리고, 채용과 마케팅 투자도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급속도로 커지는 배달앱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지난 2017년 15조원가량에서 지난해 20조원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 배달앱 업체는 물론 이커머스와 국내외 투자기관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은 지난해 말 36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더해 쿠팡이나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도 이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추세다. 당분간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요기요·배달통, 올해 투자 두배로 확대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는 27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투자 확대 방안을 내놨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전 세계 40개국에서 28개 배달서비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글로벌 업체다. 국내에선 요기요와 배달통 등을 운영하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우선 입점 식당 수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요기요의 입점 식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만 개가량인데 이를 올해 안에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8만 개)보다 많은 10만 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만 기존 인력의 40%에 달하는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등 인재 채용과 마케팅 투자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올해 예상하는 순수 마케팅 비용만 1000억원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며 "인력의 경우 현재 500명 수준에서 연말까지 700~800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또 지난해 투자한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와 협업해 '비배달 레스토랑'을 선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비배달 레스토랑'이란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던 식당을 말한다. 요기요와 같은 배달앱이 이들을 대신해 소비자들에게 배달을 해주면서 관련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이를 위해 올 상반기 바로고와 전략적 협업 상품인 '요고(YOGO)'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상품을 통하면 식당주들이 기존보다 훨씬 간편하게 배달대행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딜리버리히어로 측 설명이다.
'프리미엄 딜리버리 서비스' 모델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직접 완성도 높은 음식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전문 요리사(셰프)가 만든 음식을 배달해주는 '셰플리'와 직화로 구운 고기를 만드는 '직화 반상' 등이 대표적이다.
권유진 딜리버리히어로 푸드플라이 콘텐츠본부 본부장은 "셰플리는 재구매율이 400%를 웃돈다"면서 "앞으로 셰플리 비즈니스를 통해 기반을 더 공고히 다진 후에 다양한 파트너들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모델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급성장하는 배달앱 시장…"놓치고 싶지 않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이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건 최근 배달앱의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만큼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와 배달통이 함께 차지하고 있는 국내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45%가량이다.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점유율 55%)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두 업체가 국내 배달시장을 사실상 다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커머스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쿠팡의 경우 올해 상반기 음식 배달서비스인 '쿠팡이츠'를 내놓기로 했다. 위메프 역시 배달 서비스인 '위메프오'를 내달 중 시범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들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 사업자 대부분이 배달앱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신봉 대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객을 연결할 수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모두 다 이 시장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네이버 등 포털업체도 이 시장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란 두려움도 있다"고 했다.
강 대표는 다만 다른 업종에 있던 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저희와 배달의 민족엔 각각 6만 개, 8만 개가량의 식당이 있는데 이걸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투자"라며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