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지난해도 여전히 나홀로 대범한 행보를 이어갔다. 몸집을 키우겠다는 목표만 향해 내달렸고, 실제로 매출이 크게 늘면서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한편으로는 물류시스템과 마케팅 등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영업 적자 규모 역시 커졌다. 그러나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며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반신반의하고 있다. 매출 급증에 대해선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반면 매출이 늘어난 만큼 비용 역시 증가하는 구조에 대해선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쿠팡의 계획대로면 당분간 이런 구조가 지속할 가능성이 큰데, 결국 추가 투자 유치 여부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더 빨라진 성장…연 매출 신장률 40% → 65%
쿠팡이 최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조 4228억원으로 전년보다 64.7% 급증했다. 지난 2017년 매출 신장률이 40% 수준임을 고려하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는 추세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사상 최대 매출 규모"라고 강조했다.
쿠팡의 매출 규모는 최근 이커머스 시장 전체의 성장세를 고려하더라도 눈에 띄는 편이다. 쿠팡을 비롯해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7조 5000억원가량으로 전년보다 33.7% 늘었다. '업계 평균'보다 성장률이 두 배가량 높은 셈이다.
쿠팡은 급증하는 매출 규모에 맞춰 물류 인프라를 확대하고 판매 품목 수를 대폭 늘리는 등 투자도 계속 늘리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하는 로켓배송 상품은 지난 2014년 5만 8000종에서 지난해 500만 종으로 100배 가까이 크게 늘었다. 대형마트의 상품 품목 수가 5만 종가량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시장에선 쿠팡의 매출 규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고 오프라인 유통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는 점은 충분히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 영업이익률 더 악화…"지속적 자금 조달 여부 관건"
반면 쿠팡이 수익성보다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는 전략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비용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를 언젠가는 바꿔야 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쿠팡은 곳곳에 돈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쿠팡이 지난해 인건비에 들인 돈은 9866억원으로 전년 6555억원보다 50.5%가량 늘었다. 광고선전비 역시 전년 538억원에서 1548억원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직매입에 따른 재고자산 역시 2조 1665억원에서 3조 672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비교해도 확연하게 다른 행보다. 경쟁사들의 경우 최근 들어 점차 수익성을 챙기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위메프는 비용 부담이 큰 직매입을 줄이고 있고, 티몬 역시 올해 수익성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옥션과 G마켓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쿠팡의 영업손실률도 더 악화했다는 사실이다. 쿠팡의 영업손실률은 지난 2015년 -48%에서 2017년 -23.8%로 개선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24.8%로 다시 악화했다. 쿠팡은 그동안 영업적자 규모가 늘어나긴 하지만 매출 대비 비율은 줄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통상 매출을 크게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되면 비용이 점차 줄면서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기 마련인데, 아직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쿠팡은 앞으로도 계속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우리는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며 "앞으로도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벌써 추가 자금 유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현재 단기 영업손실을 고려하지 않는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2조 2000억원의 자금 수혈을 받은 뒤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배송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선 막대한 인건비와 더불어 물류 창고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라며 "규모의 경제가 완성돼 자체적으로 영업이익을 창출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