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이웅렬의 인보사, 공든 탑에서 모래성으로?

  • 2019.05.08(수) 14:53

세포 뒤바뀐 사실 몰랐다 주장 거짓으로 판명
국내 품목허가 취소 물론 수출 계약 무산 위기

지난해 연말 전격적으로 물러난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이 19년 동안 1100억원을 쏟아부은 공든 탑 '인보사'가 모래성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그동안 인보사의 주성분을 이루는 세포가 뒤바뀐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온 코오롱 측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와 함께 기존에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 

업계에선 현재 중단 상태인 미국 임상 3상의 재개 여부가 향후 인보사의 운명을 판가름할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세포조직을 빨리 증식하도록 돕는 형질전환세포(TC)에 관절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를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지난 3월 국내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애초 코오롱은 미국 임상 3상을 준비하면서 유전자 분석검사인 STR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미 2년 전에 이 사실을 인지한 사실이 지난 3일 드러나면서 은폐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후 1년 후 파기하면서 코오롱생명과학과 소송 중인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제기한 계약금 반환소송에서 계약취소 사유로 형질전환세포를 추가로 제시했다.

미쓰비시다나베는 '지난 2017년 3월 인보사의 생산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STR 위탁검사를 진행했고, 당시 2액이 293유래세포(신장유래세포)였으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 설명대로면 국내에서 인보사 품목허가를 받은 2017년 7월보다 4개월 전에 주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인지하고도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고 허가를 진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을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다나베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만 언급하고 있어 코오롱생명과학도 이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확실하진 않다.

다만 이웅렬 전 회장의 야심작인 인보사의 세포 구성에 오류가 있었다는 중대한 사실을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 몰랐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알았어도 문제, 몰랐어도 문제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그동안 진실을 은폐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고, 몰랐다면 경영진의 무능을 대내외에 공식화하는 꼴이 된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왼쪽)와 라만싱 먼디파마 대표(오른쪽)는 지난해 11월 '인보사'의 일본 진출을 위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사진 제공=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이 이 사실을 고의로 은폐했다면 인보사는 국내 품목허가 취소가 유력하다. 그러면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과 맺은 기술수출 계약들도 줄줄이 파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인보사 기술수출 현황을 보면 지난해 일본 제약사 먼디파마와 67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하면서 초기계약금 300억원을 받았고 코오롱티슈진과 50%씩 분배했다. 또 중국 하이난성의 메디컬센터와 23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중동지역과도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들이 모두 파기되면 인보사는 사실상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일각에선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환자들의 손해배상 집단소송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도 최근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코오롱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 임상 3상의 재개다. 식약처는 앞서 코오롱티슈진이 신장세포로 인지한 시점과 미국 FDA 임상 중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어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재개하면 그나마  비빌 수 있는 언덕이 생기는 셈이다.   

이에 코오롱은 미국 임상 재개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FDA가 임상 재개를 위해 지난 3일 세포 특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임상 중단 사유에서 293유래세포의 종양 관련 데이터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 293세포가 암을 유발하는 종양원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자 안전성만큼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선 섣부른 판단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취소된 것도 아니고 안전성 문제도 드러난 바 없어 섣불리 단정하지는 말아야 한다"면서 "바이오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FDA와 식약처에서 철저히 조사한 후 그에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