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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vs 신세계 vs AK…'영등포 대첩' 승자는

  • 2019.06.17(월) 09:32

영등포역사 상업시설 운영권 두고 치열한 접전
연 매출 5천억 알짜…신세계·AK, 롯데에 '도전장'

대형 유통업체들이 치열한 전투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전장(戰場)은 서울 서부 상권의 핵심인 영등포역사(驛舍)다. 지금은 롯데가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막강한 자금력과 오랜 운영 노하우를 앞세워 반드시 수성(守城)한다는 입장이다. 알짜 매장인 영등포역사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도전자들의 의지도 만만치 않다. 신세계는 영등포역사를 점령해 '신세계 타운'을 만들겠다고 구상하고 있다. 더불어 인천터미널에서 롯데에 당했던 패배를 설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서울 서부 상권 진출이 절실한 AK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 물러설 수 없다는 심정으로 배수의 진을 쳤다.

◇ '알짜'매장…롯데 "반드시 지킨다"

영등포역사 상업시설은 32년째 롯데가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들어서 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연 매출은 5000억원 규모다. 롯데백화점 전국 매장 중 매출 5위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부진 탓에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연 매출을 5000억원씩 거둔다는 것은 그만큼 '알짜'라는 이야기다. 롯데가 지키려는 것도, 신세계와 AK가 점령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등포역사 상업시설 운영권 계약은 올해 말 끝난다. 애초 지난 2017년이 계약 만료였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입점업체 및 종사자 보호를 위해 기존 사업자인 롯데에 2년간 임시사용을 허가했다. 이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최근 상업시설 운영권 신규 입찰을 위한 사전심사를 했다. 그 결과 롯데는 물론 신세계와 AK 모두 통과했다. 그러면서 이제 본격적인 3파전의 막이 올랐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현 운영자인 롯데는 '반드시 지키겠다'라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 30여 년간 운영해온 노하우에다 실탄도 충분한 만큼 충분히 수성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에 기초한 사업운영의 전문성과 MD 경쟁력 등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운영 노하우와 MD 경쟁력 등은 하루아침에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외형과 내용 모든 면에서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신세계와 AK의 도전도 만만치 않아서다. 특히 신세계의 공격이 매섭다. 롯데가 만일 영등포점을 신세계에 뺏기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롯데는 이미 2017년부터 전국 백화점 매장 매출 1위를 신세계 강남점에 내줬다. 따라서 알짜인 영등포점마저 뺏기면 매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롯데의 백화점 시장점유율이 매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이번 건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 신세계 "이번에는 잡는다"…AK도 '총력'

롯데에 가장 부담스러운 경쟁자는 역시 신세계다. 신세계는 현재 영등포역 근처에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을 비롯해 타임스퀘어 A관과 지하 명품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영등포역사 운영권마저 따낸다면 신세계는 영등포에 '신세계 타운'을 건설할 수 있다. 아울러 롯데에 뺏긴 인천터미널점에 대한 설욕도 할 수 있다. 사업 측면에서나 자존심 측면에서 이번 입찰은 신세계에 무척 중요하다.

신세계의 가장 큰 강점은 지역 상권에 대한 높은 이해도다. 여기에다 대형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도 갖췄다. 지난 35년간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을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과 데이터는 큰 자산이다. 또 스타필드 등 대규모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런 신세계 입장에서도 역시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는 롯데다. 결국 기존 사업자라는 이점에다 실탄도 넉넉한 롯데라는 성을 어떻게 공격할 것이냐에 성패가 달린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AK도 무시할 수 없다. 롯데와 신세계보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영등포역사 점령 의지만큼은 확실하다. AK는 오는 8월 구로점 영업을 종료한다. 과거 AK 구로점은 서울 서남권의 유일한 백화점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인근에 잇달아 백화점을 오픈하면서 점점 영향력을 잃었고 결국 폐점을 결정했다. 따라서 AK는 영등포역사를 통해 서울 서부권에서 영향력 회복을 노리고 있다.

AK는 현재 5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평택점을 제외한 나머지 4개가 모두 역사 매장이다. 그만큼 민자 역사 운영 경험과 노하우는 확실하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AK는 "문제가 없다"라는 입장이지만 롯데나 신세계보다 열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최근 애경그룹이 아시아나 인수전에 뛰어든 터라, AK의 영등포역사 도전에 그룹 차원의 실탄 지원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최후 승자는 누구?

그렇다면 '영등포 대첩'의 승자는 누가 될까. 업계에서는 아무래도 롯데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이유는 명확하다. 실탄이 많아서다. 이번 입찰의 첫 단계인 사전심사에선 후보자 세 곳이 모두 무난히 통과했다. 비록 순위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세 곳 모두 큰 결격사유가 없다는 얘기다. 결국 누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느냐에 이번 입찰의 향방이 결정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롯데는 현재 영등포역사의 상업시설을 운영 중이다. 자금력도 탄탄하다. 큰 결격 사유가 없다면 롯데가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입찰에서 승리하면 롯데는 향후 최대 20년간 영등포역사 상업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신세계의 '신세계 타운' 건설을 저지하는 것을 물론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을 계속 견제할 수 있게 된다. 롯데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인 셈이다.

애경그룹은 작년 8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통합 신사옥 애경타워에 지역 친화형 쇼핑센터(NSC)인 ‘AK& 홍대’를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결과는 알 수 없다. 오는 28일 최종 승자가 결정된다. 그때까지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영등포역사를 점령하려는 신세계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과 시너지 등을 고려하면 신세계도 쉽게 물러설 리 만무하다. 신세계도 영등포역사 점령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높은 가격을 써낼 가능성이 높다.

AK도 지난해 홍대에 'AK&홍대'를 오픈하는 등 서울 서부지역에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에 밀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AK가 막판 뒤집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 유동인구가 15만 명에 달하는 알짜 매장인 만큼 대형 유통업체들의 물밑 작전이 치열하다"면서 "현재로서는 누가 우위에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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