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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한화 외식사업부 매각

  • 2019.07.30(화) 16:45

본입찰 일정 계속 연기…가격 이견 큰듯
예상외 흥행 부진으로 매각 무산 분석도
CJ프레시웨이, 초반 열세 딛고 기회 잡나

좀처럼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이미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하지만 그동안 예정됐던 본입찰 일정이 두 번이나 연기됐다. 마지막 본입찰 일자도 이미 지나쳤다. 그럼에도 낙찰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사업부 매각 이야기다.

업계에선 한화와 인수 후보자들 사이 간극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편의점 미니스톱 매각 당시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매각이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화 외식사업부가 생각보다 매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 처음에는 좋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사업부가 매물로 나온 것은 지난 6월 초다. 처음 매물로 나올 당시만 해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적이 좋지는 않았으나 한화 외식사업부만의 강점이 있어서였다. 최근 국내 외식업계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1, 2인 가구 증가와 집밥 열풍이 불면서 소비 패턴이 바뀐 탓이다. 이에 따라 외식업체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외식업체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컨세션 사업'이다. 컨세션 사업은 공항, 철도, 역사 등 공공장소 내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한화 외식사업부는 컨세션 사업에 강점이 있다. 특히 고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여기에 위탁급식 사업도 병행하고 있어 한화에서도 내심 매물로 내놓는 것을 아까워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수익성 탓에 한화도 결국 외식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 한화그룹은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는 등 유통사업 부문 축소에 돌입한 상태였다. 한화그룹으로서는 매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화 외식사업부가 적절한 매각 대상이었다.

한화 외식사업부가 매물로 나오자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였다. CJ프레시웨이를 비롯해 사모펀드들도 예의주시했다. 위탁급식 업체들 몇 곳도 초반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인수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 결국 관심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종적으로 예비 인수 후보로 거론된 곳은 CJ프레시웨이와 글렌우드 PE, SC PE 세 곳이었다.

◇ 치열한 줄다리기

한화 외식사업부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는 당초 본입찰 일자를 지난 12일로 잡았다. 하지만 이후 일주일 뒤인 19일로 미뤄졌다가 최근에는 26일로 다시 연기했다. 본입찰 날짜가 계속 미뤄지자 업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분명 정상적인 시그널은 아니어서다. 별일이 없었다면 본입찰 일정이 두 번이나 미뤄질 리가 없다. 분명 무엇인가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가격을 문제로 보고 있다. 현재 한화는 매각 가격으로 2000억원 수준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2000억원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화 외식사업부는 지난 2016년 6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이후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작년에는 7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올해 1분기에도 5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단위 : 억원.

더욱이 위탁급식 사업은 수익성이 높지 않다. 한화 외식사업부 역시 매출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매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아울러 막상 예비실사를 해보니 일부 외식사업의 경우 구조조정이 필요해 한화가 원하는 가격을 맞춰주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00억원 수준을 받으려는 한화와 그 가격으로는 못 사겠다는 인수 후보자들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본입찰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당초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던 한화는 인수 후보자들이 경쟁을 통해 가격을 올리기는커녕 오히려 깎겠다고 나서자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다른 인수 후보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본입찰 일정을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 CJ프레시웨이에 기회?

업계에선 CJ프레시웨이가 가장 적격한 인수 후보자라는 의견이 많다. 사실 CJ프레시웨이는 인수전 초반에만 해도 매우 불리한 여건에서 시작했다. 실탄이 문제였다. 아무래도 자금력이 풍부한 사모펀드에 비해 가격을 높이 쓸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도 사모펀드가 크게 베팅할 경우 인수는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매각 작업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CJ프레시웨이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화 외식사업부와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데다, 정부가 규제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내부매출 비중 축소에도 한화 외식사업부 인수는 묘수가 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CJ프레시웨이도 이번 인수전이 흘러가는 양상을 매우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반면 사모펀드의 경우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수익성이 낮은 한화 외식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훗날 엑시트(exit)가 어려워질 수도 있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현재 거론되고 있는 사모펀드들이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철저한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미 나와 있는 지표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 큰돈을 베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화는 매각 무산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본입찰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이 한화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무산 가능성이 조금씩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한화와 매각 주간사가 철저하게 정보를 차단하고 있어 예단이 어렵다"면서 "현재로서는 8월 초쯤에 다시 매각 일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만 들릴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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