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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편의점이 'NO재팬' 선봉에 선 이유

  • 2019.08.09(금) 11:12

트렌드 민감한 젊은층 주 고객…애국심 마케팅 경쟁까지

요즘 유통업계에선 너도나도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워낙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어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았다가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여러 유통 채널 중에서도 유독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있는데요. 바로 편의점 업체들입니다.

국내 편의점 업체들은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맥주제품을 할인행사 리스트에서 제외하며 눈길을 끌었는데요. 맥주뿐 아니라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제품을 더 이상 들여오지 않는다거나 매대에서 아예 빼버리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CU는 모찌롤 등 일본어가 들어간 제품명을 '롤케이크' 등으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요.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일본 브랜드로 지목된 세븐일레븐은 부랴부랴 가맹점주들에게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이라며 긴급 공지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업체의 경우 광복절을 맞아 '애국 마케팅 전략'을 내놨거나 준비하고 있고요. 일본 업체인 미니스톱까지 일본 맥주제품을 할인행사 품목에서 제외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전쟁통이나 다름없는 모습입니다.

물론 편의점뿐 아니라 대형마트나 백화점,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거나 광복절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다른 업계는 혹여 불매운동의 불똥이 튈까 우려하며 몸을 사리며 움직이는 모습이라면, 편의점 업계는 마치 선봉에 나서서 불매운동을 이끄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도대체 왜 편의점 업체들은 이렇게 적극적인 걸까요.

GS25가 광복절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태극기 역사, 독도 영유권 알리기 전국민 캠페인' 포스터. (사진=GS리테일 제공)

사실 편의점 업체들의 애국 마케팅은 나름의 '역사'가 있습니다. 국내 편의점 산업은 일본 브랜드들이 진출하며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CU는 과거 일본 훼미리마트와 보광그룹이 손잡고 만들었고요. 세븐일레븐의 경우 롯데와 손잡고 국내에 진출했습니다. 반면 GS25는 이들과는 다르게 LG그룹이 LG25라는 간판을 걸고 사업을 시작한 '토종' 업체입니다. 이 때문에 GS25는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유일한 한국 토종 편의점 브랜드'라며 이른바 애국 마케팅을 꾸준히 펼쳐왔습니다.

경쟁사들은 처음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요 업체 중 GS25만 토종이라는 건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보광그룹이 일본 훼미리마트와 맺은 계약 기간이 2009년 종료되면서 일본 자본이 철수했고, 이에 따라 간판도 CU로 바뀌면서 '토종' 기업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이후 이마트가 위드미라는 편의점을 인수하면서 주요 편의점 업체 중 '토종' 브랜드는 하나 더 늘었고요.

이로써 애국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업체는 세 곳으로 늘었습니다. 실제 이 업체들은 올해 초 3·1절을 앞두고 애국 마케팅을 펼쳤고요. 이번 광복절에도 제각각 각종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 불매운동까지 벌어지자 편의점 업체들은 바빠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애국 캠페인을 한다고 해놓고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여기에 더해 경쟁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요.

편의점은 특히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소비자들이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인 데다 젊은층의 이용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젊은 층의 비중이 높은 네티즌들이 일본 불매운동을 주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편의점들이 이렇게 발 빠르게 대응했던 게 이해가 갑니다.

여기에 더해 편의점 점포는 가맹점주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대기업 본사가 직영으로만 운영했다면 이런저런 요소와 부작용 등을 고려해가며 '차분하게' 움직였을 테지만, 매출 타격을 우려한 가맹점주들이 목소리를 높이면 즉각 대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일본 업체인 미니스톱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아마 가맹점주들의 우려가 컸기 때문일 겁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편의점 점포가 '포화' 상태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편의점은 워낙 곳곳에 많이 자리 잡고 있어 특정 업체를 '보이콧'하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업체가 있다면, 바로 근처 다른 업체 점포를 찾아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편의점 업체들은 이런 이유들로 앞으로도 당분간 분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바쁜 중에도 혹여 부작용은 없을지 한 번씩 뒤돌아보며 불매운동을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부 점주의 경우 본사가 일본 맥주제품을 대책 없이 할인 품목에서 제외한 탓에 본인들이 재고를 떠안아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토종 브랜드들이 '과하게' 애국 마케팅과 불매운동에 열을 올리며 경쟁사들과 '선 긋기'를 하다 보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일본 업체나 일본 자본이 투자한 브랜드의 경우 더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는데요. 이 브랜드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우리나라 자영업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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