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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일본 불매운동, 담배는 안 통한 이유

  • 2019.10.02(수) 10:00

메비우스, 카멜 등 파는 JTI코리아 점유율 굳건
구매 패턴 다르고 국적 이미지 상대적으로 흐릿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활활 타오르던 일본 불매운동이 최근 많이 사그라들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건데요.

닐슨코리아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제품 불매 관련 게시글 수는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 결정 직전인 7월 넷째 주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서서히 감소했다고 합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한 언급이 줄긴 했지만, 불매 운동이 남긴 흔적은 뚜렷합니다.

먼저 일본 맥주는 대표적인 불매 타깃으로 꼽히면서 엄청난 타격을 받았습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과 비교해 무려 97%나 급감했다고 합니다.

유니클로가 받은 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브랜드 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유니클로의 국내 브랜드 가치는 27계단이나 하락한 99위에 그쳤습니다. 이 통계의 명칭이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순위권 탈락'의 위기에 처한 셈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불매 운동에 따른 불똥이 국내 기업으로 튀기도 했는데요.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7월부터 지난 15일까지 불매 운동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항목은 '여행'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애꿎은 국내 여행업계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여행 다음으로는 맥주와 자동차, 필기구, 화장품, 식품, 카메라 등이 불매 운동의 '대표주'로 꼽히면서 네티즌들에게 많이 언급됐습니다.

불매 운동에도 비교적 끄떡없는 제품군도 있었습니다. 담배가 대표적인데요. 일본계 담배회사인 JTI(Japan Tobacco International)의 경우 편의점 판매 기준으로 지난 8월 중순 7% 수준인 국내 점유율이 지난달 중순엔 8%대로 반등했다고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메비우스'(옛 마일드세븐)와 '카멜' 등을 파는 JTI의 국내 점유율은 평균 8% 안팎이라고 하는데요. 애초 불매 운동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았고 그나마 금세 제자리를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맥주와 담배는 모두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데다 소비자층도 비슷해 보이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제품을 구매하는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맥주를 살 때는 대부분 '오늘은 뭘 마실까'라고 생각하면서 제품들을 쭉 둘러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수입맥주의 경우 편의점에서 '4캔에 만원' 행사를 하면 '오늘은 어떤 캔을 고를까'라고 생각하면서 구매를 하는 식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반면 담배의 경우 계산대 앞에 서서 그냥 "ㅇㅇㅇ 주세요"라고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매대를 쭉 둘러보면서 '오늘은 어떤 담배를 피울까'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겁니다. 맥주와 비교해 담배의 '브랜드 충성도'가 훨씬 높은 셈입니다.

아울러 담배는 어떤 제품이 한국산이고, 어떤 제품이 일본산인지 분명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또 담배 개비 겉면만 보고 어떤 브랜드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주변의 시선을 덜 의식해도 되는 겁니다.

사실 JTI는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날 당시 '움찔'하긴 했습니다. 지난 7월 11일로 예정했던 JTI의 전자담배 신제품 플룸테크 출시 행사를 '내부 사정'을 이유로 돌연 연기했는데요. 이를 두고 업계에선 거센 불매운동 분위기 속 기자간담회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JTI는 전자담배 신제품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0일에는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자사 전자담배 제품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담배업계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그간 마케팅을 자제해왔던 일본업체들이 점차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가 읽히고 있습니다. 닐슨코리아는 "하절기 매출 급락과 함께 마케팅 활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일본 브랜드들이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고삐를 다잡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어쨌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움직임은 어느새 잔잔해진 분위기입니다. 그간 타격을 크게 입은 분야도 있고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은 제품군도 있습니다. 전 국민의 관심 속에서 뜨겁게 타올랐던 불매운동이 국내 소비시장에 어떤 흔적은 남겼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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