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택배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투자설명서(IM) 배포를 위한 비밀유지각서(Non-Disclosure Agreement, NDA)를 30곳 가까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가 바뀐 뒤에도 정작 사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다.
업계에선 로젠택배가 영업이익률이 높고 부채 비율도 낮아 당장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인프라 측면에선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어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 주인 3번이나 바뀐 비운의 회사
로젠택배는 설립 이후 3차례나 주인이 바뀐 비운의 회사다. 로젠택배는 지난 1999년 KGB물류그룹과 상표사용권 및 지분투자 계약을 맺은 관계사로 설립됐다. 당시 사명은 KGB택배였다.
이후 2004년 KGB물류그룹이 자체 택배사업 확장을 위해 새로운 택배법인을 설립하면서 KGB택배라는 이름을 쓰려 한다. 로젠택배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결국 상표권 소송 등을 거쳐 로젠택배로 사명을 바꾸고, KGB택배라는 이름은 KGB물류그룹이 세운 택배법인이 가져간다.
그러다가 2007년 유진기업이 300억원에 로젠택배를 인수하지만, 유진기업의 사세가 기울면서 2010년 미래에셋증권과 나이스F&I이 참여한 컨소시엄 '미래에셋나이스사모투자전문회사(미래에셋나이스PEF)'에 800억원을 받고 팔린다.
미래에셋나이스PEF는 3년 뒤인 2013년 베어링PEA에 158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베어링PEA는 2015년 로젠택배와 애증관계였던 KGB택배를 인수해 시너지를 시도하다가 2017년 되팔기도 했다.
◇ 매각 과정서 투자자들은 짭짤한 차익
로젠택배는 잇달아 주인이 바뀌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꾸준히 몸값을 높이면서 투자자들에겐 짭짤한 수입을 안겨줬다. 유진기업과 미래에셋나이스PEF 모두 3년간 수익률이 각각 167%, 98%에 달했다.
베어링PEA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2016년부터 로젠택배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6년 당시엔 CVC캐피탈파트너스와 3000억원에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맺었으나 국재중재까지 거쳐 무산됐다. 알고 보니 재무구조가 열악하고 자체 자산이 부족하다는 게 CVC 측이 밝힌 계약무산 이유였다.
이번에도 매각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현재 베어링PEA가 원하는 로젠택배의 매각 가격은 2016년때보다 1000억원 높은 약 4000억원대로 알려졌다. 높은 몸값의 근거는 로젠택배가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8년 말 기준 로젠택배는 매출 3717억원, 영업이익 207억원에 영업이익률은 5.5%였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그해 영업이익률인 2.6%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았다.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베어링PEA는 지난해 1096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뒤 이를 100% 매입해 보통주로 전환했다. CB발행으로 유입된 자금 1096억원은 장기차입금을 상환했다. 그 결과 로젠택배의 부채비율은 는 지난 2017년 말 457%에서 2018년 말엔 27.18%로 뚝 떨어졌다.
◇ 미래 경쟁력 측면에선 치명적 단점
하지만 걸림돌도 뚜렷하다. 특히 수익 구조가 복잡하고 경쟁사와 비교해 허브터미널의 수가 적어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2016년 CVC캐피탈파트너스와 매각 협상이 깨진 후 재무구조는 보완했지만 성장성 측면에선 여전히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로젠택배는 에이전트(대리점) 방식의 '에셋 라이트(Asset-light; 보유자산이 적은)'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자산을 적게 유지하면서 사업을 벌이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물량이 개인이 개인에게 발송하는 C2C(소비자 간 거래)다.
반면 최근 택배시장은 주로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위주로 커지고 있어 로젠택배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제라도 허브터미널을 추가로 확보해 B2C에 대비하려고 해도 치솟는 부동산 가격 등을 고려할 때 '하늘의 별 따기'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지금 택배업계는 영업이익률이 아니라 좋은 입지의 허브터미널 확보가 가장 큰 관심사"라며 "영업이익률은 뛰어나지만 최근 택배 패러다임이 C2C가 아니라 B2C가 대세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