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유통부문 구조조정의 대략적인 윤곽이 나왔다. 구조조정의 주된 대상은 '롯데슈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슈퍼는 롯데쇼핑의 다양한 사업군 중 가장 수익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 니케이신문(日本經濟新聞) 인터뷰에서 "롯데가 운영하는 점포 수가 많았다"라며 "슈퍼나 가전 양판점, 백화점 등 다양한 업태가 있다. 이 중 폐점의 규모가 특히 큰 것은 슈퍼"라고 밝혔다.
롯데는 최근 유통사업 부문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온라인으로 소비자들이 대거 이탈한 가운데 오프라인 중심으로 짜인 롯데의 유통사업 구조론 더 이상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온라인 중심 사업 재편이 여의치 않았던 것도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꼽혀왔다.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은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회장은 롯데쇼핑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강 부회장은 작년 말 유통BU장에 취임한 이후 실적 컨퍼런스콜에 직접 참여해 'One CEO'를 강조한 바 있다.
강 부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롯데 유통사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다양한 사업군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대상 선정작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총 700여 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점포 중 200여 개의 비효율 점포를 정리키로 했다.
강 부회장의 이 같은 구상에 대해 신 회장도 힘을 실어줬다. 신 회장은 인터뷰에서 "지난 1월에 과거 롯데는 모두 버리라고 했다"면서 "특히 유통 사업에 대해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강 부회장의 이번 구조조정 계획은 신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큰 틀을 잡고 강 부회장이 실행에 옮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만큼 신 회장이 강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이야기다. 강 부회장이 최근 롯데쇼핑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독 'One CEO'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언급대로 롯데쇼핑은 현재 각 사업부문별 구조조정 대상 선정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탓에 롯데쇼핑 내부 분위기는 무척 뒤숭숭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신 회장이 구조조정 핵심 대상으로 언급한 롯데슈퍼는 롯데쇼핑 내에서도 만성 적자가 가장 심하다. 작년에만 104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롯데슈퍼는 현재 직영점과 FC가맹점 등을 합쳐 총 521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점포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이번에 롯데쇼핑의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되면서 업계에선 롯데슈퍼가 핵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슈퍼는 2015년 1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수익성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점포 수 축소 등의 노력을 해왔지만 성과가 나지 않았다. 작년 기준 기존 점포의 매출이 2.8%나 역성장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지 않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도 롯데쇼핑의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된 직후 "여러 사업군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은 슈퍼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그동안 수익성이 너무 나빠 고민이 많았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인터뷰에서 온라인 사업의 역량을 더 강화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그동안 별도로 운영되던 온라인 사업을 '롯데온'으로 통합해 진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전자상거래 사업 등 온라인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고 디지털 분야에 대한 투자 비율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신 호텔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신 회장은 "한국 중심이던 호텔 사업을 앞으로 세계로 확장할 생각"이라며 "M&A를 통해 현재 약 1만 5000 규모인 객실을 향후 5년 안에 3만 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시애틀에서 고급 호텔 오픈에 이어 영국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