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구조조정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롯데쇼핑은 장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전체 매장의 30%가량을 줄인다는 공격적인 목표도 내놨다. 이미 국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빅마켓 등 전국 매장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 해외 사업들도 성과가 나지 않는 부문들을 중심으로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라 대안으로 꼽았던 동남아 사업들이 그 대상이다. 해외 사업에서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과감히 접겠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외형보다 수익성 확보로 방향을 확실하게 틀었다는 방증인 셈이다.
◇ 동남아서 잇따라 철수
롯데쇼핑이 부진한 해외 사업에 대한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사실상 중국 사업을 접어야 했던 롯데그룹은 대신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동남아 시장은 인구가 많은 데다 계속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롯데엔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롯데는 동남아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시도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성과가 나지 않았다. 여기에 롯데그룹의 주력인 롯데쇼핑의 실적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롯데는 국내외 사업 중 성과가 나지 않는 사업들을 정리키로 했다. '인도롯데막무르(Indo Lotte Makmur)'가 대표적이다. 인도롯데막무르는 2017년 롯데쇼핑과 인도네시아의 대기업인 살림그룹이 합작해 세운 이커머스 업체다. 롯데쇼핑과 살림그룹이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인도롯데막무르는 이커머스 서비스 '아이롯데'를 출범하고, 인도네시아에 한국산 화장품과 의류 등을 판매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출범 이후 매년 손실을 기록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롯데쇼핑은 결국 보유하고 있는 지분 50% 전량을 살림그룹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대신 인도네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공략에 집중키로 방향을 바꿨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쇼핑은 싱가포르 현지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해 중국의 알리바바가 론칭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허마셴셩(盒馬鮮生)' 모델을 싱가포르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진행하려다 보니 현지 업체의 역량이 부족했다. 여기에 최근 롯데쇼핑의 실적마저 나빠지면서 자금 투입이 부담스러워졌다. 결국 롯데쇼핑은 싱가포르 허마셴셩 프로젝트도 백지화하기로 했다.
◇ 실적 악화에 전략 수정
롯데쇼핑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동남아 사업들에서 잇따라 손을 떼고 있는 이유는 실적 악화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8.3% 감소한 4280억원에 그쳤다. 매출도 1.1% 줄었다. 최근 수년간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정점을 찍은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의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은 주도권을 온라인에 빼앗긴 탓이 크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롯데쇼핑은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쿠팡 등 온라인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롯데쇼핑은 수 년째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롯데쇼핑은 최근 극약처방을 내렸다. 전체 점포의 30%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비수익 점포들이 그 대상이다. 실적 부진에 따른 다운사이징을 결정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왔던 각종 신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만큼 예상보다 성과가 나지 않거나 실적이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접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방침은 해외 사업에도 영향을 줬다. 최근 롯데쇼핑의 인도롯데막무르 지분 매각, 싱가포르 합작사 설립 백지화 등도 모두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해외 사업들은 그동안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사업들을 주도한 롯데쇼핑의 동남아 지주사인 LOTTE SHOPPING HOLDINGS(SINGAPORE) PTE. LTD.의 경우 지난해 9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 국내 사업 구조조정은?
롯데쇼핑은 현재 해외 사업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 역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국내 점포 200여 개를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이에 구조조정 대상 점포 선정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대략적인 윤곽은 이미 나온 상태다. 백화점보다는 마트, 슈퍼, 롭스 등이 주요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롯데쇼핑은 그동안 백화점이 벌고 마트, 슈퍼 등이 까먹는 수익구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대상 점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슈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 니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롯데가 운영하는 점포 수가 많았다"라며 "슈퍼나 가전 양판점, 백화점 등 다양한 업태가 있다. 이 중 폐점의 규모가 특히 큰 것은 슈퍼"라고 밝혔다. 롯데슈퍼는 그동안 수익성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작년에만 104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업계에선 롯데쇼핑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디.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점포 수가 대폭 줄면서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하고 있는 롯데쇼핑 입장에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업의 근간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점포 구조조정 대상은 실사를 통해 추리는 중"이라며 "해외 사업도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수익성 확보에 전념하겠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다. 일련의 비수익 해외 사업을 정리하는 것도 이 같은 방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