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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제약‧바이오]①약가인하의 굴레

  • 2020.05.29(금) 14:45

[비즈니스워치 창간 7주년 기획 시리즈]
사용량‧실거래가‧급여범위 확대 등 구실도 가지가지
R&D 투자 선순환 위해 약가인하 유예 및 개선 필요

과거 비주류 산업으로 꼽히던 제약‧바이오는 최근 몇 년 사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으며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하거나 개량한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 위주로 성장해왔다. 이제는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의 문을 활짝 열고 혁신 신약 개발을 향한 힘겨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을 향한 발걸음과 과제를 짚어봤다. [편집자]

우리가 병‧의원에서 처방받는 의약품의 가격은 국민건강보험 재정과 직결된다. 그래서 보건당국의 통제를 받는다. 보험 약가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이 이뤄지다 보니 정부가 의약품 등재시 적정 약가를 정하고 이후 등재의약품의 가격을 낮추는 약가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 2006년부터 본격적 약가인하 제도 시행

정부가 처음으로 약가기준을 제정한 것은 1977년이다. 2000년 7월 의약분업 당시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을 제외하고 전체 의약품에 일괄적으로 보험급여를 적용했다. 그러다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2006년부터 경제성 및 급여의 적정성 평가를 통해 비용 및 효과적인 의약품을 선별하고 약가 상한금액을 결정하는 ‘선별등재방식’을 도입했다. 여기까지는 등재 의약품의 약가를 정하는 약가제도로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약가인하 제도는 이후부터다. 정부는 의약품 시장의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고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2010년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실시한다. 약가 상한금액과 실거래가 차액의 70%를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실거래가에 따라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다. 1999년부터 시행된 실거래가 상환제도가 의약품 구매이윤을 인정하지 않아 음성적 리베이트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에 따라 의약품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선한 것이다.

이후 2012년 1월부터는 의약품 등재순서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던 계단형 결정방식을 폐지하고 동일성분 동일함량 제품은 동일가로 산정하도록 제네릭 약가산정 기준을 전면 개정한다. 이 기준에 따라 기등재 품목에 대해서도 일괄 약가인하가 이뤄지게 됐다.

◇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제도, 지난해 81개 품목 인하

현재 우리나라의 약가 사후 관리제도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실거래가 약가인하 ▲급여범위 확대시 사전인하 ▲특허 만료시 오리지널 약가인하 등이다.

먼저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제도는 신약과 제네릭 등 모든 급여등재의약품이 대상이다. 신약은 등재 시 합의된 예상 사용량을 일정 비율 초과한 경우, 제네릭은 사용량이 전년 대비 일정 비율 증가한 경우 협상을 통해 약가를 조정한다. 약제 특성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눠 협상대상 기준, 청구액 분석 대상기간, 협상시기, 약가 인하폭, 약가인하 시점을 각기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약가 사후관리제도와 중복 인하되는 경우가 있어 종종 제약사들과 소송으로 불거지기도 한다. 사용량 약가 연동 협상으로 지난해 81개 품목에 대한 일괄 약가인하가 이뤄졌고 정부는 전년 대비 연간 173억원의 건보 재정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난해 1000억원대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 제도는 의약품 공급내역 등의 유통정보를 근거로 실거래 가격의 가중평균가격이 기준상한금액보다 낮은 경우 해당 의약품의 상한금액을 가중평균가격으로 인하하는 제도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의약품 가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약품 유통 및 보험 상환과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의약품 공급내역과 요양급여비용 명세서를 통해 급여품목들을 조사해 최대 10%까지 약가를 인하한다. 이전까지 1년 주기로 약가인하가 이뤄졌지만 2017년부터는 2년 주기로 변경했다. 2017년 3619개 품목에 대한 약가인하를 진행했으며, 지난해는 2651개 품목을 대상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약가인하가 이뤄졌다.

이 제도는 시장경쟁 원리에 의한 저가거래 활성화가 목적이지만 저가 공급에 따라 상한금액을 인하하도록 하면서 오히려 제약사들의 저가 공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기등재 의약품의 사용범위 확대 시에도 1~5% 약가인하

의약품을 등재할 때는 특정 질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획득해야 한다. 첫 등재시 등록한 적응증 외에도 다른 질환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보하면 추가로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다. 이때 사용(급여)범위 확대에 따라 미리 약가를 인하하는 게 '사용범위 확대 사전 약가인하 제도'다.

급여범위 확대로 청구금액이 3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의약품이 대상이다. 예상 추가청구액과 청구액 증가율에 해당하는 인하율을 적용해 상한금액을 사전 인하한다. 인하율은 최저 1%에서 최고 5%까지다.

이는 사용범위 확대로 약의 가치 상승과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향상시키면서 제약사의 연구개발(R&D) 활성화를 도모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 증가청구액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불가능해 제약사나 건보 재정에서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 오리지널 특허만료시 제네릭 약가 차등 산정

오리지널 의약품은 물질이나 용도 등에 따른 특허기간 동안 제네릭 의약품이 침범할 수 없도록 보호를 받는다. 이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기업들도 제네릭 의약품을 등재할 수 있다. 다수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오리지널과 제네릭 모두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로 상한금액을 조정하는 게 '특허만료에 따른 오리지널 약가인하 제도'다.

특허만료 일괄약가인하 제도와 맞물려 오는 7월부터 제네릭 약가 차등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의약품 성분별 20개 내에선 건강보험 등재 순서와 상관없이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등 2개 기준 요건충족 여부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산정한다.

2개 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로 가격을 산정한다. 만약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45.52%,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면 38.69%까지 떨어진다.

건강보험 등재 21번째부터는 기준 요건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를 산정한다. 예를 들면 21번째 제네릭은 20개 내 제품 최저가의 85%로 산정하고, 22번째 제네릭은 21번째 제네릭 가격의 85%로 산정하는 식이다.

◇ 동시다발적 약가인하에 고통받는 제약‧바이오

정부는 이처럼 건보재정의 안정화와 불법 리베이트 차단을 위해 다양한 약가인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약가인하 제도 외에도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에 따라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약가 상한금액의 최대 20% 인하 또는 급여정지 처분을 받는다. [관련 기사: [제약 리베이트]③영업 판을 바꿔라]

결국 현행 약가인하 제도는 리베이트 차단이라는 구실을 앞세워 약가를 통해 건보재정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동시다발적인 약가인하로 고통받고 있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과도한 약가인하 제도가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차단한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1월 1000억원 규모의 실거래가 조사 약가인하에 이어 내년에는 사용량 증가, 가산기간 제한 등으로 약 2000억원 상당의 약가인하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약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과 인도 등에서 수출했던 원료의약품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약 1조 700억원의 비용 증가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면서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단기적으로 약가인하 제도 시행을 유예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적어도 약가인하가 중복 적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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