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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리베이트]③영업 판을 바꿔라

  • 2019.01.25(금) 15:10

약가인하 연동제·쌍벌제 등 허술하고 유명무실
한국판 선샤인액트와 생동성시험 제한 등 주목

정부가 제약 리베이트 척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최종 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징역형을 부과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규제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불법 리베이트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다수의 제약사가 수사 대상에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첫 달부터 JW중외신약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는 과감하게 끊어내야 할 불법 리베이트의 실태와 함께 정부 규제의 실효성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정부는 그동안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다양한 규제를 시도해왔다.
 
그런데도 매년 끊이지 않고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되면서 실효성은 물론 정부의 대응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 리베이트 규제인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와 '리베이트 쌍벌제' 모두 허술하고 또 유명무실했다.
 
이에 따라 처벌보다는 관리·감독에 초점을 맞춘 한국판 선샤인액트(Sunshine Act)를 활성화하고, 리베이트의 근원인 제네릭 과당경쟁 구도를 해소하는 등 제약 영업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첫 규제 '약가인하 연동제' 허술하고 유명무실
 
정부의 첫 제약 리베이트 규제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8월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의 매출 대비 리베이트 금액 비율에 따라 보험약가를 최대 20%까지 깎는 제도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허술하고 유명무실했다. 지난 2011년 강원도 철원의 한 보건소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7개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처분을 받았고 그러자 일부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제약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를 적용하려면 요양기관과 리베이트 금액, 처방총액 등에 대한 표본성을 갖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요양기관 한곳에 제공한 리베이트 금액이 해당 의약품의 전체 처방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채 0.1%도 안되는데 이를 근거로 약가를 20% 깎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 리베이트 쌍벌제, 죄는 제약사 벌은 환자 '모순'
 
그러자 정부는 지난 2014년 7월 '약가인하 연동제'를 폐지하고 대신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도입했다. '투아웃제'는 불법 리베이트 금액에 따라 최대 1년간 의약품 급여를 정지하거나 아예 퇴출하는 제도다. 얼핏 보면 약가인하보다 더 위압감을 주는 제도였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사건으로 4년 만에 없어졌다. 정부가 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를 적발해 글리벡의 급여를 정지하려고 했지만 고가의 약가 부담이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는 부작용이 드러났다. 죄는 제약사가 짓는데 벌은 환자들이 받는 모순덩어리였던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폐지하면서 '약가인하 연동제'를 다시 부활했다. 다만 이전과는 달리 약가인하는 물론 재적발 시 급여정지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1차 위반 시 최대 20%, 2차 위반 시 최대 40%의 약가를 깎고, 3차 위반 시 급여정지나 매출의 최대 60%의 과징금, 4차 위반 시 급여정지나 매출의 최대 100%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약가인하와 급여정지 처분의 실효성이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어서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선이 강하다.
 
정부는 이 밖에도 다양하게 불법 리베이트 제재에 나서고 있다. ▲제약사가 의사에게 제품 사용 대가로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면 제약사와 의사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 ▲공직자를 포함한 의사·교수 등이 금품 수수 시 형사처벌하는 '부정청탁금지법' ▲제약사나 의료기기 업체가 의료인에 경제적 이익 제공 시 해당 내역을 보고서로 작성해 5년간 보관토록 한 '경제적 이익 지출 보고서 의무화' 등이 대표적이다.
 

 
◇ 한국판 선샤인액트, 불법 리베이트 근절 대안 관심
 
한국판 선샤인액트로 불리는 '경제적 이익 지출 보고서 작성 의무화'가 특히 관심을 모은다. 이 규정은 1만원 이상 견본품이나 식음료 등 의료인에게 제공한 금전적인 내용을 상세히 기재하고, 해당 내역은 보고서로 작성해 5년간 보관하면서 보건복지부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다.
 
미국의 선샤인액트에서 따온 제도로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다른 제도들과 달리 '관리·감독'을 강조한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효과가 입증된 만큼 국내에서도 이 규정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제약사 등이 경제적 이익 지출 보고서를 작성해 보관하고 있지만 이를 열람할 권한은 정부뿐"이라며 "반면 다른 국가들은 제약사나 정부기관 웹사이트에 병원과 의사 등의 이름과 금전적 이익 거래 등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어떤 의사가 어느 제약사에 뭘 얼마나 받았는지 일반 환자(시민)들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제약사는 물론 의사들도 스스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특히 리베이트를 많이 제공하는 제약사의 경우 수사망에 오를 수도 있어 자제 효과가 크다.
 
◇ 리베이트 근원인 제네릭 과당경쟁도 해소해야
 
공동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제한해 국내 제약 리베이트의 근원인 제네릭 과당경쟁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주성분이 같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안전성과 효능이 같은지 입증하는 시험이다. 비용은 수천만원정도 들어가는데 인정받은 위탁제조업체에 맡길 경우 어느 제약사나 모두 제네릭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다수의 제약사들이 나란히 라이선스를 받아 같은 약을 팔다보니 과당경쟁과 함께 리베이트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최근 공동 생동성시험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제약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공동 생동성시험 허용 업체 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공동 생동성시험 허용을 제한하면 제네릭 시장에 참여하는 제약사 수가 크게 줄고 그만큼 과당경쟁도 해소할 수 있다. 과당경쟁 구도가 해소되면 과도한 리베이트 비용이 줄면서 약가 인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약업계도 선샤인액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다만 국내는 물론 외국계 제약사들 역시 불법 리베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이를 아우르는 시스템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선샤인액트는 당장엔 영업난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본사 시스템을 이용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항목별로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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