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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푸드, '매각설'에 시달리는 이유

  • 2020.06.15(월) 13:42

스무디킹 자회사 부진…단체급식도 고전
수익성 악화속 그룹사업재편 일환 검토된듯

신세계푸드가 매각설로 곤욕을 치렀다. 신세계그룹에서 부인하면서 일단 진화된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 등에서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고 본다.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신세계그룹이 신세계푸드 매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그룹 내부에서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민의 시작 단계에서 외부에 알려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 떨어진 체력에 실적 악화

신세계푸드 매각설이 관심을 받는 것은 신세계그룹의 사정과 관련 있다. 지난 1분기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은 부진했다. 신세계백화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7% 감소한 226억 원에 그쳤다. 이마트도 34.8% 줄어든 484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난 탓이 크지만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비수익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신세계푸드 매각설이 불거지자,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본격적인 사업재편을 위한 신호탄을 쏜 것으로 봤다. 이후 신세계그룹 측에서 부인하면서 일단은 없던 일이 됐지만, 매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신세계푸드가 처한 상황이 여러모로 매물로 나올 만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단위 : 억원.

우선 신세계푸드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을 정점으로 작년까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매출액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패턴이다. 신세계푸드의 실적이 이처럼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신세계푸드의 사업구조와 관련 있다. 신세계푸드는 단체급식사업, 외식 사업, 식품 유통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 단체급식사업과 식품 유통사업 등은 신세계그룹 내 계열사를 통한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마트에 PB상품 납품, 스타벅스코리아에 샌드위치나 베이커리류 납품 등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가정간편식(HMR)이 주목을 받으면서 '올반' 브랜드의 냉동만두 등을 제조·판매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신세계푸드는 한동안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저마진의 단체급식사업 등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기 부진 탓에 외식사업까지 움츠러들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2017년 2.5%였던 신세계푸드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1.68%까지 떨어졌다. 지난 1분기에는 3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탓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체력이 약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 잃어버린 수익성…취약해진 재무구조

사실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4년까지 무차입 경영을 이어갈 정도로 탄탄했다. 하지만 2015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세린식품과 스무디킹코리아를 인수하면서 무차입 경영이 종료됐다. 신세계푸드는 이때부터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차입금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이후 매년 차입금이 늘어 작년 기준 신세계푸드의 순차입금은 2380억 원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차입금이 매년 늘어가는 반면,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5년 야심 차게 인수했던 스무디킹코리아의 경우 '제2의 스타벅스'로 키우겠다는 선언이 무색할 만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무디킹코리아는 신세계푸드가 인수한 이후 작년까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신세계푸드 인수 후 가장 큰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단위 : 억원.

다행히 세린식품의 경우 HMR 시장 성장에 힘입어 그나마 버텨주고 있는 형국이다. 신세계푸드 인수 당시 5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성장해 지난 2018년에는 1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에는 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잠시 주춤했지만, HMR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신세계푸드를 향한 시장의 시선도 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작년 6월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세계푸드의 단기신용등급을 A1에서 A2+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작년 말에는 한국신용평가도 신세계푸드의 단기신용등급을 A2+로 낮췄다. 저수익 구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차입금 증가 등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신용등급 하향의 이유였다.

여기에 신세계푸드의 핵심 사업 중 하나였던 단체급식사업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단체급식사업 시장에도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등과 경쟁하면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그룹 내 계열사들에 의존하는 물량이 대부분이나,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부진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개선 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여전히 살아있는 '매각 불씨'

최근 신세계푸드가 매각설에 휩싸인 것은 이 같은 이유가 복합적으로 고려됐다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실제로 신세계조선호텔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푸드 지분 8.6%와 단체급식사업부 매각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체급식사업에 대한 기대치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마땅한 매수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푸드는 HMR 사업과 '노브랜드 버거'를 앞세운 외식 사업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MR의 경우 신세계그룹 내에서도 신세계푸드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업 전망도 좋은 편이다. 외식 사업의 경우 '노브랜드 버거'가 최근 30호점을 오픈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 신세계푸드의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세계푸드의 매각설에 대해 여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그룹 내 계열사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돼있지만, 시너지 측면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기여하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기회만 닿는다면 그룹 차원에서 언제든 신세계푸드를 정리할 이유는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그동안에도 비수익 사업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정리해왔다"며 "신세계푸드 매각설은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은 맞았던 것으로 안다. 이마트 입장에서도 매각을 통해 실탄을 확보할만한 것이 신세계푸드 밖에 없는 만큼 매각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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