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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스마일 카드와 수저의 공통점

  • 2020.08.10(월) 17:01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 인터뷰
출시 2년만에 가입자 100만 '스마일 카드' 기획
"소비자 니즈를 단순·직선적으로 해결한 것이 핵심"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간장 게장을 무척 좋아한다. 간장 게장의 풍부한 감칠맛에는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식탁에 간장 게장이 올라오면 흐뭇해진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하지만 식탁에 경쟁자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긴장된다. 빨리 선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경쟁자가 맛있는 부위를 채가기 전에 빨리 젓가락을 내밀어야 한다. 한 번 빼앗기면 다음은 없다. 간장 게장은 자주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간장 게장에 지나치다 싶을 만큼 집착하는 데에는 높은 가격도 한몫을 한다. 마리 당 몇만 원씩 하는 까닭에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한다. 간장 게장이 먹고 싶다는 아이를 데리고 호기롭게 간장 게장 전문점을 찾았다가 아이가 먹고 남긴 간장에 밥만 비벼 먹고 온 아버지라면 이 마음을 이해하리라. "아빠도 드세요", "아냐, 아빠는 배불러. 그리고 게장 별로 안 좋아해". 슬프다.

그래서일까. 간장 게장을 집어 들면 가슴이 뛴다. 쉽게 잡은 기회가 아닌 만큼 최대한 효율을 뽑아내야 한다. 하지만 간장 게장은 난도(難度)가 높은 음식이다. 알차게 발라먹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다리 쪽은 잘 잡고 앞니로 씹으며 빨아먹으면 되지만 백미인 게딱지는 다르다. 대부분은 게딱지에 밥 한 숟갈을 올려 비벼 먹는 것을 정석으로 친다. 

하지만 난 다른 방법을 쓴다. 어떻게든 최대한 손실을 줄이는데 주목한다. 한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숟가락과 젓가락이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각자 용도가 다르다. 숟가락은 떠먹는 용도, 젓가락은 집는 용도다. 숟가락과 젓가락의 성격은 어찌 보면 상반된다. 그러나 이 두 도구가 합쳐지면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신석기 때부터 사용해온 숟가락과 젓가락을 지금껏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간장 게장의 게딱지를 가장 알차게 먹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손으로 게딱지의 양 끝 중 한 곳을 잡고 고정한다. 그리고 젓가락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내장은 기본, 안쪽에 숨어있는 살들을 젓가락으로 꼼꼼히 발라 게딱지 가운데로 모은다. 그런 다음 게딱지를 기울여 모아둔 내장과 살들을 밥 위에 올린다. 이젠 숟가락이 나설 차례다. 쌓인 내장과 살 아래로 숟가락을 넣고 밥을 크게 뜬다. 그리고 입에 넣는다. 천국이다. 

서로 다른 역할과 용도로 쓰이고 있는 숟가락과 젓가락. 홀로는 완벽한 역할을 해내지 못하지만 합쳐졌을 때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는 두 도구의 콜라보는 환상적이다. 물론 내가 모르는 더 획기적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사용해본 간장 게장 알차게 먹는 법 중 이 둘의 조화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 것은 없었다. 새삼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살다 보면 의외로 이런 경우는 많다. 서로 다른 성격의 것들이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사례는 늘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의외성이 주는 신선함이다. 가끔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시너지를 내는 구조를 '미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세상에는 늘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 생각을 해낸, 누군지도 모르는 그 사람에 대한 질투가 스멀스멀 생긴다.

늘 사람을 만날 궁리를 한다. 직업상 어쩔 수 없다. 먹고 살아야 하니 써야 하고 쓰기 위해서는 만나는 것이 제일이다. 만나서 듣고, 이해하고 그것을 글로 쓰는 작업이 녹록지 않다. 때로는 진이 빠진다. 하지만 어쩌랴. 아이들 입에 간장 게장 다리 한쪽이라도 물리려면 감내해야 한다. 아이 입에 걸린 간장 게장 다리만 봐도 행복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래도 행복해야 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행복하려고 아이템을 찾았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있었다.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 카드'다. 스마일 카드는 이베이코리아가 국내 오픈마켓 최초로 만든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다. 이 스마일 카드가 출시 2년 만에 가입자 수 1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례적인 일이다. 이커머스 업체와 카드업체가 콜라보를 진행했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게 대박을 터뜨렸다는 것은 더 놀라웠다.

촉이 왔다. '그래 이거다'. 사전 조사를 시작했다. 주변에 스마일 카드를 쓰는 사람들을 찾아봤다. 의외로 많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구동성으로 "혜택이 많아요"라고 답했다. 사실 신용카드를 쓰면서 혜택을 꼼꼼히 따져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습관처럼 사용할 뿐 '내가 이 카드를 여기서 쓰면 얼마가 적립되는군' 하며 카드를 긁지는 않는다. 물론 나만 그럴 수도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스마일 카드를 기획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마침 여러 경로를 통해 연락이 닿았다. 스마일 카드를 기획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그렇게 만났다. 사실 인터뷰 시 임원을 선호하지 않는다. 임원들은 늘 뻔한 이야기만 한다는 선입견이 있어서다. 그래서 그동안 인터뷰 요청은 늘 실무자로 국한했다. 현장을 잘 알고 제품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쉽다. 

처음 인터뷰이로 나 본부장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심 실망했다. 또 뻔한 이야기만 듣겠다 싶었다. 그래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기로 했다. 입지 않던 재킷을 꺼내입었다. 인터뷰 날은 습도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날이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서울 역삼동 이베이코리아 본사에 일찍 도착했다. 땀에 젖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예의가 아닐 듯싶었다. 1층 로비에서 땀을 식혔지만 역부족이었다. 짜증이 났다.

약속 시간에 맞춰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안 그래도 땀이 많은데 습도까지 높으니 죽을 맛이었다. 재킷을 벗고 싶었지만 인터뷰이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벗지 못했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그를 기다렸다. 사실 그가 반가웠다기보다는 이제 재킷을 벗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좋았다.

그런데 회의실에 웃으며 들어서는 그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반바지 차림이었다. 충격이었다. 지금껏 수많은 인터뷰이를 만나왔지만, 반바지 차림의 인터뷰이는 처음이었다. 순간 배신감이 몰려왔다. '난 재킷도 벗지 못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어? 반바지!"라고 외쳐버렸다. 그러자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아직 우리 회사 기업 문화를 모르시나 봐요?". 당했다. 인터뷰가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경험상 인터뷰는 초반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인터뷰 내내 인터뷰이에게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내가 원하는 내용, 멘트를 듣기가 어려워진다. 가끔 인터뷰 도중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십중팔구 인터뷰이가 강렬할 경우다. 이번이 그랬다. 그리고 이런 법칙은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터뷰는 상대방을 마주 보고 한다. 그렇다 보니 상대방의 눈을 유심히 볼 기회가 많다. 나 본부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반짝였다. 한눈에 자신만의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이베이코리아에서 기타 등등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초장부터 말렸다. 나 본부장은 "서비스 상품군, 도서, 일본 K팝 관련 사업, 역직구, 스마일 페이 등등이 다 제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 '기타 등등'이었다.

나 본부장은 2007년 G마켓에 합류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합류했다고 했다. 친한 후배가 불러서 나간 자리에서 제안을 받았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합류했다. 나 본부장은 "처음 합류했을 때가 차장 직급이었는데 전 직장에서도 차장이었다. 수평 이동이었던 셈이다. 연봉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서 "G마켓이 2009년 이베이에 인수되면서 본의 아니게 영어 면접 없이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차그룹, LG텔레콤, 코오롱, 롯데 등에서 일했다. SK그룹을 제외하고 국내 상위권 대기업을 대부분 거쳤다. 중간에 스타트업에서도 일했다. 3개월간 실업급여도 받아봤다. 이커머스를 처음 접한 것은 롯데에서다. 그는 "당시 대홍기획이 최초의 이커머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커머스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합류했다"고 회상했다.

대홍기획에서 이커머스를 경험하며 롯데닷컴의 창립 멤버로 일했다. 그때의 경험들은 이제 오롯이 모여 스마일 카드에 집약됐다. 나 본부장은 "이베이코리아에서 스마일 페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스마일 페이도 아마존처럼 전용 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카드 업체들을 상대로 함께 할 곳을 찾았고 경쟁입찰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현대카드와는 이때 만났다. 현대카드는 국내 최초로 PLCC를 시작한 곳이다. 마침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동안 현대카드는 여러 곳과 PLCC를 출시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국내 최대 오픈마켓 업체인 만큼 시너지가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베이코리아와 현대카드의 협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현대카드의 PLCC에 불을 붙인 곳이 우리"라면서 "다만 지금껏 출시한 PLCC와 스마일 카드가 다른 것은 그동안의 PLCC는 주체가 카드사였던 반면 스마일 카드는 이베이코리아가 주인이다. 우리 것인데 어떻게 하면 잘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여타 PLCC와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스마일 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이 가장 불편해하는 점에 주목했다. 나 본부장은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카드를 사용하면 어디에서 얼마만큼의 혜택을 받는지를 숙지하고 쓰는 경우는 드물다"며 "어떤 사람은 카드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적어두고 다니는 사람들도 봤다. 이런 불편 없이 스마일 페이 가맹점에서는 2%, 비가맹점은 1%를 적립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했다"고 밝혔다.

스마일 카드는 여타 카드와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주유소에서 사용하면 리터당 얼마, 백화점에서 사용하면 얼마 이런 식의 혜택 조건이 없다. 최대 얼마까지 혜택을 준다는 제한도 없다. 단순하다. 스마일 페이 가맹점과 비가맹점으로 나뉠 뿐이다. 즉 어디서 사용하든 스마일 카드를 사용하면 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출시 2년 만에 가입자 수 1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가장 불편한 점이 발급 절차다. 스마일 카드는 이마저도 직선적으로 바꿨다. 나 본부장은 "카카오뱅크의 사례에서 은행 계좌 개설이 이렇게 간단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카드 발급 절차도 이렇게 하자고 했다"며 "현대카드도 받아들였다. 현재 현대카드의 카드 발급 시스템은 물론 다른 카드사들도 스마일 카드 발급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일 카드는 발급 신청 후 빠르면 30초 안에 승인 절차가 끝난다. 100% 비대면이다. 승인이 나자마자 신청인의 휴대폰으로 모바일 스마일 카드가 발급된다. 실물 카드는 하루 정도면 받아볼 수 있다. 그는 "바로 발급이 되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특히 바로 받아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스마일 카드가 히트를 한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스마일 카드의 디자인도 화제다. 간결하면서도 독특한 색감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일 카드의 디자인은 카드 디자인으로 유명한 현대카드의 작품이 아니다. 이베이코리아 디자인팀에서 제작했다. 나 본부장은 "카뱅 체크카드를 사용하다 보니 카드인 것을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스마일 카드에 현대카드 로고를 넣었다"고 말했다. 스마일 카드의 성공에는 이런 디테일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스마일 카드 100만 장의 비결은 단순하고 편리해야 한다는 핵심 가치와 내부에서 원활한 소통을 통해 팀워크를 다져온 것을 서비스에 고스란히 반영한 덕분"이라면서 "사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현대카드에서 스마일 카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스마일 클럽과의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확신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터가 쌓이면서 현대카드도 수긍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나 본부장에게 현대카드와의 협업이 성공한 비결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인사이트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인은 협업을 잘 못 한다. 성과주의, 정치 등이 작용해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업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다. 현대카드와 그런 것과의 단절을 위해 노력했다. 모든 질문은 항상 '열린 질문'으로 던졌다. 무엇을 잘하고 싶은지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PLCC에 대한 이야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문득 나 본부장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에게 살아온 궤적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는 "이미 다 이야기했는데"라며 웃었다. 그리고는 하나둘씩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그는 "늘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대학 시절 친구의 자취방에 있는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접하고 다음 세대에는 인터넷이 대세가 되겠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아버지 시절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 직장에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이 미덕이었다"면서 "하지만 난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현대차에 입사했을 때 신입사원들이 공장에서 자동차 조립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때 공장에 계신 연세 지긋하신 분들과 함께 조립하면서 아버지와 다른 삶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트렌드를 인지하고 맞닥뜨리고 그 트렌드에 약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하는 회사들을 찾아다녔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늘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 만남들이 점이 돼서 여기까지 선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나 본부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언가 뒤통수를 세게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에게는 오랜 기간 동안 그만의 시각으로, 그만의 방법으로 쌓아온 '인사이트'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 인사이트를 직접 실현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꿈을 이루려고 애쓰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명쾌했다. "점을 찍으세요. 대신 '꾹' 찍으세요. 그래야 이뤄집니다".

인터뷰 내내 즐거웠다. 인터뷰는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래야 상대가 마음 편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때문이다. 이는 곧 내게는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각양각색 인터뷰이들의 성향에 맞추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 인터뷰는 지금껏 인터뷰와는 달랐다. 시종일관 주도권을 그에게 빼앗겼지만 기분 좋은 빼앗김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내가 인터뷰를 당한 느낌이랄까.

파란색 리넨 셔츠에 베이지색 반바지를 입고 한 손에 노트북을 든 나 본부장은 회의실을 나서면서까지 인상적이었다. "PD를 할 걸 그랬나 봐요" "아, 원래 꿈이 PD셨어요?" "아니, 나영석, 나영호 라임이 맞잖아. 저 가요". 또 당했다. 인터뷰에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재미,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배울 점을 찾아가는 재미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인터뷰는 두 가지 모두를 건졌다. 매력적이었다.

완전히 다른 업에 종사하는 두 회사가 만나 최고의 시너지를 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각자의 비전을 맞추고,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누고, 서로가 취할 것과 버릴 것을 명확히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간장 게장을 공략하는 숟가락과 젓가락처럼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건물을 나서니 비가 오고 있었다. 후텁지근한 기운이 온 몸을 감쌌다. 그의 반바지가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도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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