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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코로나19 백신, '첫 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 2020.09.14(월) 16:00

해외서 임상중단·임상3상 없이 허가…안전성 우려
'최초' 경쟁 벗어나 안전하고 우수한 백신 개발에 중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기 위해서는 백신이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 세계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백신 개발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이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3상이 돌연 중단됐다가 지난 12일(영국 현지시간) 재개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성인 3만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중이었다. 해당 백신은 각종 검증 절차를 생략하는 ‘패스트트랙’ 후보에 오를 만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가운데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다 지난달 임상시험 도중 참가자에게 부작용으로 의심될 수 있는 질환이 나타나면서 임상이 중단됐다. 앞서 7월에도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참가자 1명이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으면서 임상시험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 해당 질환이 백신 후보물질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임상은 재개됐다. 이번에도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승인을 받아 임상 시험이 재개됐다.

그러나 이번 임상 재개는 지난 번과는 다르다. 일부 임상시험만 재개된다. 미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던 임상시험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해당 국가들의 임상재개 여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타 국가에서는 아직 안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 여파로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모회사 SK케미칼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이 지난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 L하우스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 및 생산 준비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러시아의 경우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사용을 승인했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이 승인 받은 사례다. 그러나 세계 다수 국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스푸트니크 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센터가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함께 공동 개발한 백신이다. 해당 백신은 지난 6월 첫 임상시험에 돌입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개발을 완료했다. 문제는 임상 1, 2상에 대한 데이터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데다, 임상3상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치료제와 백신은 임상시험에 차이가 있다. 임상 1상은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확인한다. 2상은 더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살펴본다. 3상은 수백에서 수만명에 이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효능은 치료제의 경우 증상 완화, 백신은 항체 생성이다. 즉, 치료제와 백신은 임상 2‧3상의 대상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치료제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을 진행한다. 치료제 복용 후 짧은 시간 내에 증상 완화 등 약물의 발현 여부가 나타난다.

반면 백신은 접종 이후 항체 생성까지 1~2주 가량이 소요된다. 건강한 사람들에게 항체가 생성되는 지 여부를 살핀다. 치료제와 달리 항체 생성 전 바이러스 감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효능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치료제보다 더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한다. 항체 생성을 살펴봐야 하는 임상 2상만도 최소 수 개월이 걸린다. 러시아산 백신을 ‘코로나19 백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급한 마음에 필리핀 등 일부 국가는 러시아에 러브콜을 보낸 곳도 있다. 이는 국민을 마루타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백신은 온전히 개발을 마쳐도 효능이 대중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예로 들면 평균 예방률은 60~80%로 알려져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50% 정도다. 실제로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허가 기준을 예방률 50% 이상으로 잡았다. 그만큼 대중이 기대하는 백신의 드라마틱한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백신만으로 코로나를 완벽히 잡을 수 없다. 결국 치료제도 병용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다.

의약품은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코로나19를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한 치료제와 백신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해서는 안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제백신연구소와 제넥신이 각각 6월부터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1/2a상을 진행중이다.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인 글로벌 제약사들은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해 화이자, 모더나 등 6곳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형 제약사다. 경험도 훨씬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 보다 더 빨리 백신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최초’이자 ‘첫 번째’라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가장 먼저 개발에 성공하면 그만큼 해당 의약품 시장을 한동안 독점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빠른 것만이 꼭 승리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토끼와 거북' 우화에서 토끼가 빨랐지만 승리는 결국 거북이에게 돌아갔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주어진 길을 따라 가다보면 반드시 결승점은 나온다. 빠르기보다 더 안전하고 우수한 백신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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