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배달앱 서비스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을 사실상 불허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다. 딜리버리히어로 측은 공정위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공방을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 30%에 달하는 요기요를 매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배민 인수 건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르면 내달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번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마저 안 되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장기전도 예상된다.
◇ 공정위 "요기요 팔아야 배민 인수 가능"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우아한형제들 인수 건을 승인할 수 있다는 심사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DH는 지난해 말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뒤 공정위에 기업결합 승인 신청을 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은 공정위에서 검찰 격에 해당하는 '사무처'다. 법원 격으로 볼 수 있는 전원회의에서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최종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공정위 사무처가 '조건부 승인안'을 내놓은 것은 두 기업이 결합할 경우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월간 실사용자)으로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59.8%)과 요기요(30%), 배달통(1.2%)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할 경우 향후 배달료나 수수료 등 가격 인상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반면 DH가 요기요를 팔 경우 점유율이 60%대로 낮아지는 만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DH는 곧장 반발했다. DH 관계자는 "공정위의 요기요 매각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면서 "추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위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 DH "동의 못 해"…이르면 내달 예정 '전원회의' 주목
업계에서는 DH가 배민을 인수하기 위해 요기요를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간 DH가 주력 브랜드로 키워왔던 요기요를 매각할 경우 자칫 쿠팡이츠나 위메프오 등 후발주자에 '기회'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굳이 배민을 인수할 이유가 없어진다.
실제 최근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쿠팡이츠의 경우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급성장하는 추세다. 이미 시장점유율이 7% 정도로 성장했다. 반면 요기요의 경우 지난해 39%가량에서 30%로 점유율이 낮아졌다. 만일 쿠팡이 요기요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시장점유율이 40%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달 열릴 예정인 전원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원회의에서는 9명의 위원이 공정위 사무처의 의견과 피심의 측의 의견을 듣고 최종 합의를 하게 된다. DH측은 전원회의에서 충분히 사무처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으리라 자신하고 있다.
DH 측은 배달 앱 시장의 독과점 여부는 일반 전화주문 시장을 포함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달앱 서비스는 전화주문 등 전체 음식 배달 시장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의미다. 이 경우 배민과 요기요를 결합해도 독과점이 아니라는 논리다.
물론 공정위 사무처 역시 DH의 이런 주장을 1년 가까이 검토해왔다. 그 결과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만큼 전원회의에서 이번 결정을 뒤집는 게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DH가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DH 측은 공정위에 의견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M&A 심사에서 기존 자회사를 매각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전원회의에서도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게다가 DH가 외국 회사라는 점에서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