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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첫 '여성 CEO' 임일순 대표, 홈플러스 떠난다

  • 2021.01.07(목) 11:59

작년 말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 표명
실적 악화 등 부담…차기 CEO 물색

국내 대형마트 업계 첫 '여성 CEO'이자 ‘주부 CEO’였던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홈플러스를 떠난다.

홈플러스는 임일순 대표가 지난해 하반기 일신상의 이유로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사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최근 회사에서 이를 수용했다고 7일 밝혔다. 임 사장은 개인적인 사유로 고용 계약 종료를 먼저 요청했고 회사 측은 몇 차례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사임 시기는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사업전략에 대한 최종승인일에 맞춰 이달 중순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각 사업부문장을 중심으로, 차기 CEO가 선임될 때까지 임 대표의 경영 공백을 메운다는 생각이다.

임 대표는 연세대에서 MBA를 이수한 뒤 1986년 모토로라와 컴팩코리아 등 IT업계에서 근무했다.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의 엑스고 그룹(Exego Group) 등 유통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 후 '1호 임원'으로 그를 영입했다. 이후 재무부문장(CFO)과 경영지원부문장(COO)을 역임하고 201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임 대표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 최초 '여성 CEO'이자 '주부 CEO'로 주목받았다. 홈플러스 대표이사 선임 당시 '유리 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통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데다, 재무 전문가였던 만큼 이번 사임에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에서도 무척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임 대표는 퇴근 후 홈플러스 매장에 들러 직접 장을 보면서 각종 개선 사항들을 현장에 건의, 소비자들이 겪어왔던 불편함을 개선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형마트의 CEO임과 동시에 대형마트의 주고객인 주부의 시각에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는 데에 주력했다. 
 
또 2019년에는 당시 홈플러스의 무기계약직 직원 약 1만 50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별도의 자회사 설립이나 직군을 신설하지 않고 조건 없이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으로 발령했다. 그 결과 당시 홈플러스의 전체 임직원 2만 3000여 명 중 정규직 비중은 99%(2만 2900명)에 달했다. 

이밖에도 ▲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된 ‘올라인(All-Line)’ 서비스 도입 ▲ 창고형할인점과 대형마트의 장점을 ‘홈플러스 스페셜’론칭 ▲ 대형마트 내 입점된 테넌트를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몰 ‘코너스’로의 전환 등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홈플러스는 최근 수년간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야했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6년 회계연도를 기점으로 계속 하락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2019 회계연도에는 영업이익 1602억원, 당기순손실 5322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최근 점포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임 대표가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 파워와 코로나19로 고객들이 매장을 찾지 않으면서 홈플러스의 타격이 여타 대형마트보다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온라인으로의 전환, 배송 서비스 등에서 경쟁업체와 이커머스에 밀렸던 것도 홈플러스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임 대표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홈플러스는 현재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맡을 인물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역량과 경험을 갖춘 다수의 후보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임 대표처럼 유통산업과 재무에 능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차기 CEO 선임에 어려움을 겪지 않겠냐는 분석이 많다.

한 대형마트 업계 고위 관계자는 "업계 첫 여성 CEO이자 주부 CEO로 홈플러스의 체질 개선에 많은 노력을 해왔던 것으로 안다. 내부에서도 임직원들 사이에서 매우 신망이 두터웠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실적 악화가 계속된데다 그동안 해왔던 다양한 시도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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