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K-제약바이오의 글로벌 진출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K-제약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매출 1조 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개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메가펀드' 조성, 정부 지원 등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30일 온라인으로 ‘K-블록버스터 글로벌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K-블록버스터 창출전략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거론이 일부에서는 아직 이르다는 인식도 있다”며 “그러나 K-제약바이오가 주목받고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지금 글로벌 진출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도전할 충분한 역량을 갖춰가고 있지만 해외 기술수출이라는 중간 출구전략을 주로 선택하고 있다”면서 “선진 제약강국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성공 사례를 살펴 우리만의 최적화된 전략으로 K-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지금 K블록버스터인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발표한 송시영 연세대 의대 교수는 “1970년 당시 한 제약기업의 매출은 삼성전자와 비슷했지만 현재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현저히 벌어져있다”며 “작은 내수시장, 높은 수입의존도 등 많은 원인들이 있지만 글로벌 경쟁 속에서 범국가적인 체계적 대응이 미흡했던 것이 주요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신약 개발의 문제점으로는 ▲ 작은 내수시장 ▲ 산업체의 영세성과 높은 수입의존도 ▲ 글로벌 성공 경험 부재 ▲ R&D 투자 미흡과 방향성 조절 기능 미흡 ▲ 글로벌 경쟁 속 범국가적 체계적 대응 미흡 등을 꼽았다.
송 교수는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IPO(기업공개)에 의존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파마들은 벤처창업, 기술이전, M&A(인수합병) 가속화를 통해 성장해왔다”면서 “우리나라는 정부의 투자가 대학에 집중돼 있거나 부처별로 지원과제가 분산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경우 보건의료 R&D(연구개발) 예산의 약 90%를 국립보건원(NIH)에 투자해 10년간 48억 달러 규모를 혁신 프로젝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금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 잠재력이 용솟음치는 현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개발 모델'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형 블록버스터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허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의 신약 개발은 초기단계로 기술수출 등에 강점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혁신신약의 글로벌 임상과 사업화 성과가 미비한 국내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약개발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신약개발 투자를 위한 자본시장은 ▲ 정부지원 ▲ 민간펀드 ▲ 제약바이오기업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대부분 초기 단계에 R&D 투자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거나 임상 후기 R&D 투자에 대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기업들이 초기 기술수출에 의존하는 이유다.
허 대표는 “투자규모는 늘고 있지만 블록버스터 개발을 위해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후기 단계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 민관 합동형 파트너십(PPP)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PPP는 유럽 혁신의약품 이니셔티브(IMI)가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과 후기 임상에 집중 투자하는 민간펀드 블랙스톤 등도 대표적인 메가펀드 구축 사례다.
허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후기 임상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약 1조 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초기 기술수출에서 후기 임상개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메가펀드를 조성해 기술의 혁신성 및 사업성을 기반으로 후보물질을 선별해 국가 대표 신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