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남녀 직원 성비 불균형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이오기업 보다 전통 제약기업들의 경우 유독 여성 임직원의 수가 남성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26일 총 직원 1000명 이상인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16곳의 성비를 분석한 결과, 평균 여성 직원 수는 10명 중 2~3명에 불과했다.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광동제약으로 1021명 중 18.7%인 191명이 여성이었다. SK케미칼도 1487명 중 여성 직원은 290명으로 19.5%에 그쳤다. 두 곳은 10명 중 여성 직원이 2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JW중외제약, LG화학, GC녹십자,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등은 평균인 20%대를 웃돌았다.
반면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 1, 2위는 바이오기업이 차지했다. 1위는 셀트리온으로 2158명 중 41.3%인 891명에 달했다. 다음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2886명 중 1135명인 39.3%가 여성 직원이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여성 직원 비율은 광동제약, SK케미칼의 두 배 수준이다. 이어 동국제약 36.1%, 일동제약 33.8%, 대원제약 30.5%, 보령제약 30% 순이었다.
임원급에서 여성들의 자리는 더욱 닫혀 있었다.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높았던 셀트리온의 경우 임원 49명 중 6명만이 여성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임원 29명 가운데 여성은 4명에 불과했다. 이는 각각 12.2%, 13.8% 수준이다.
전통 제약기업 중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높았던 동국제약도 임원 28명 중 여성은 2명, 일동제약은 22명 중 단 1명으로 모두 10%도 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여성 임원이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SK케미칼, 대웅제약, JW중외제약 외에도 일양약품, 휴온스, 안국약품 등 다수 중소 제약사 내 여성 임원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달리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여성 직원 비율은 평균 45%, 여성 임원은 무려 53%에 달한다. 유독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여성 비율이 낮은 이유가 업종 특성 때문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제약업계는 영업‧마케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과거 많은 접대자리 탓에 여성보다는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제네릭(복제의약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무리한 영업이 요구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경제적이익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등이 시행되면서 영업환경도 변하고 있어 성비 격차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여성 직원의 비율이 낮은 것은 결혼이나 임신, 출산 등에 따른 휴직, 퇴사가 많은 이유도 있다”며 “기존 직원들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아직까지 큰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최근 제약기업들의 여성 채용이 많이 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성비 격차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