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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팔도에 '매운 도전장'을 내밀다

  • 2021.04.08(목) 15:42

농심 배홍동, 출시 한 달 만에 700만 개 판매
업계, '부동의 1위' 팔도 비빔면 대항마 될 지 관심

농심이 야심 차게 선보인 비빔라면 '배홍동'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배홍동'은 농심이 국내 비빔라면 시장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전략 상품이다. 국내 비빔라면 시장은 오랜 기간 팔도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농심 배홍동이 팔도를 위협할 새로운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 '부동의 1위' 팔도 비빔면

'팔도 비빔면'은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지난 84년 첫 선을 보인 이해 국내 대표 비빔라면으로 자리 잡았다. 짜장라면의 대명사가 농심 '짜파게티'라면, 비빔라면의 대명사는 팔도 비빔면이라는 데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만큼 팔도 비빔면은 오랜 기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작년 기준 팔도 비빔면의 국내 비빔라면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부동의 1위다.

팔도 비빔면은 집에서 끓여 먹던 비빔국수에서 착안한 제품이다. 당시 팔도 비빔면 개발팀은 비빔국수를 라면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소스를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비빔면 소스는 분말이 아닌, 액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숙제였다. 소스를 액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를 생물로 사용해야 한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생물을 소스로 개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위 : 만개.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의 최적 비율을 찾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개발팀은 전국의 유명 비빔국수 맛집을 직접 돌며 소스의 최적 배합 비율 찾기에 골몰했다.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당시 한국야쿠르트에서는 비빔면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37년째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국내 비빔면 시장을 휩쓸었다.

팔도 비빔면은 지난 2018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1억 개를 넘어섰다. 작년에는 1억 2500만 개가 판매됐다. 1위 제품인 만큼 다양한 시도도 가능했다. 팔도 비빔면은 그동안 여러 가지 형태의 변형된 제품을 선보였다. 가장 인기를 끈 제품은 '괄도 네넴띤'이다. 한정판으로 출시됐다가 큰 인기를 얻자 정식 제품으로 출시된 사례다. 이밖에도 양을 늘린 '팔도 비빔면 1.2', 소스양을 늘린 '팔도 비빔면 8g' 등도 있다. 

◇ 배홍동, '비빔면=팔도' 공식 깰까

국내 라면 시장의 1위는 농심이다. 하지만 농심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팔도가 장악하고 있는 비빔면 시장이다. 농심은 그동안 비빔면 시장에서 팔도를 잡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결과는 참혹했다. 국내 비빔면 시장에서 팔도 비빔면이 구축해 놓은 벽은 생각보다 높고 단단했다. 국내 라면 시장 1위라는 자부심에 상처가 났다.

농심은 절치부심했다. 팔도 비빔면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전국의 비빔국수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레시피를 분석했다. 유명 셰프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배홍동'이다. 배와 홍고추, 동치미로 맛을 낸 배홍동은 유명 개그맨 유재석 씨를 앞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위기의식을 느낀 팔도 비빔면도 배우 정우성 씨를 내세웠다. 비빔면 시장에 때아닌 유재석, 정우성 대결구도가 만들어졌다.

농심 배홍동

농심의 이런 노력이 통했을까. 농심은 최근 배홍동이 출시 한 달 만에 700만 개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초기 반응은 매우 뜨겁다. 농심에 따르면 배홍동은 출시 초반부터 대형마트 등 전 유통점에서 추가 공급 요청이 쇄도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농심은 현재 고속 라인에서 배홍동을 생산하며 출시 초기 대비 2배가량 생산량을 늘려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인스타그램에는 현재 3500여 개의 배홍동 시식 후기가 올라와 있다. 개인별로 느끼는 맛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호평이 많은 편이다. 농심 관계자는 “기존 비빔면과 차별화되는 매콤 새콤한 비빔장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비빔면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영업, 마케팅활동을 펼쳐 비빔면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말했다.

◇ 창이냐 방패냐

현재 국내 비빔면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부동의 1위 팔도 비빔면을 잡기 위해 주요 라면 업체들이 모두 뛰어들었다. 농심의 배홍동을 필두로 오뚜기는 '진비빔면'을 앞세웠다. 최근 풀무원도 ‘정·백·홍 비빔면’을 선보였다. 팔도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팔도 비빔면이 가져간 시장을 가져오겠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 목표다.

업계에서는 국내 비빔면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구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과연 누가 팔도 비빔면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사다. 국내 비빔면 시장은 성장 중이다. 올해는 15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아직까지는 팔도가 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농심이 무섭게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팔도 입장에서는 방어 준비를 해야 한다.

자료 : aT식품산업통계정보, 단위 : 억원. *21년은 예상치.

반면 농심은 창을 더욱 날카롭게 갈아야 한다. 팔도 비빔면이 37년간 국내 비빔면 시장을 장악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딘 창으로는 팔도의 방패를 뚫을 수 없다.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 등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쩌면 농심에게는 이번이 국내 비빔면 시장에서 팔도를 제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비빔면 시장 상황은 마치 과거 냉동만두 시장과 비슷하다. 당시 수십 년간 부동의 1위였던 해태를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로 단숨에 무너뜨렸던 것처럼 비빔면 시장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관건은 결국 비용이다. 농심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망과 마케팅력을 얼마나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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