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식품' 라면의 가격 방어선이 무너졌다. 13년동안 가격을 동결해 왔던 오뚜기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가격을 올렸다. 소맥·팜유 등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농심·삼양도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면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우려된다.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터 '진라면'과 '스낵면' 등 주요 라면 제품의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고 15일 밝혔다. 오뚜기의 라면 가격 인상은 2008년 이후 13년 4개월만이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진라면의 가격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12.6% 오른다. 스낵면과 육개장 용기면의 가격도 각각 11.6%, 8.7% 인상된다.
오뚜기는 연초 즉석밥·컵밥·캔참치 등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당시 라면 가격도 올리려 했지만 여론의 반발에 번복했다. 지난달에는 냉동피자 일부 상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원자재와 인건비 등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결국 라면 가격도 인상키로 했다.
라면의 원재료인 소맥과 팜유의 국제 가격은 올 들어 큰 폭으로 올랐다. 소맥의 부셸(27.2㎏)당 가격은 1년 사이 30% 가까이 뛰었다. 팜유 가격은 70%나 올랐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남미 지역의 가뭄과 서리 피해, 코로나19에 따른 생산량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이 소비자 물가에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설비 자동화, 원료 및 포장재 원가 절감 등으로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 왔다"며 "다만 최근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오뚜기가 총대를 멨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라면업계는 원가 부담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상을 꾸준히 검토해 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저항을 우려해 쉽게 나서지 못했다.
실제로 라면 시장 1위 농심은 2016년 12월 이후 5년째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삼양식품 역시 2017년 5월이 마지막 가격 인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뚜기가 먼저 가격 인상을 한 만큼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오뚜기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아직 구체적인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삼양식품 관계자 역시 "가격 인상을 검토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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