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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순혈주의에 칼 빼들다

  • 2021.11.25(목) 17:03

롯데쇼핑 새 대표에 김상현…첫 외부 인사
백화점·호텔도 비(非)롯데맨…BU는 HQ체제로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동빈 회장이 롯데 그룹의 오랜 '순혈주의'에 칼을 빼 들었다. 유통 부문을 총괄하는 롯데쇼핑 신임 대표이사에 처음으로 '비(非)롯데맨'을 중용했다.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P&G 등에 몸담았던 김상현 신임 대표다. 롯데의 핵심 사업인 유통 부문이 시장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롯데호텔 신임 대표로 LG그룹과 모건스탠리PE 등을 거친 안세진 놀부 대표를 선임한 것도 파격적이다. 롯데쇼핑 내 핵심 부문인 롯데백화점 대표에도 신세계 출신 인사를 내정했다. 이처럼 그룹의 주요 부문에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수혈해 변화를 꾀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는 기존 조직구조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 BU 체제를 HQ 체제로 바꿨다. 더욱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 조직 구조를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유통 총괄에 김상현 대표…"글로벌 유통 전문가"

롯데 그룹은 롯데지주를 포함한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롯데쇼핑과 호텔, 백화점 등 주요 사업 부문에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중용했다는 점이다.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를 확보하라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다. 또 기존 BU(비즈니스 유닛·Business Unit) 체제를 HQ(헤드쿼터·HeadQuarter) 체제로 바꿔 더욱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롯데는 우선 그룹의 유통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DFI는 홍콩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1만여개 점포를 운영하는 홍콩의 소매유통 회사다. 김 신임 대표는 지난 1986년 미국 생활용품 업체인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등을 거친 뒤 홈플러스에서 부회장을 지냈다. 국내외 유통 시장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2022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서 주요 보직에 발탁된 '비(非) 롯데맨'. (왼쪽부터)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부사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이 지난 1979년 롯데쇼핑을 출범한 이래 유통 부문을 총괄하는 수장에 '비(非)롯데맨'을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롯데가 이커머스 등 국내 유통 업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산하 백화점 사업부 대표에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내정한 점도 눈에 띈다. 그룹 유통 부문의 핵심 보직에 모두 '외부 출신 인사'를 앉혀 변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이번 인사 방향에 대해 어떤 인재든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과 인재들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조직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대표, 호텔 총괄…IPO 숙원 푸나

롯데는 호텔 사업군을 총괄하는 자리에도 '외부 인사'를 앉혔다.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다. 안 신임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지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과 사업 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신사업과 경영전략, 마케팅 전반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다.

안 신임 대표는 호텔 사업에 몸담은 인사는 아니다. 롯데호텔의 숙원인 기업공개(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 그룹 측은 "안 신임 대표는 신사업과 경영 전략,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호텔 사업군의 브랜드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유통과 호텔 사업을 이끌었던 강희태 부회장과 이봉철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강 전 BU장은 유통사들의 구조조정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했고, 이 전 BU장의 경우 롯데렌탈 IPO 등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며 "두 BU장 모두 각 사업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변화를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HQ 체제 가동…"빠른 의사 결정"

롯데는 그룹의 변화를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BU 체제를 대신해 HQ 체제를 새로 도입했다. BU체제는 롯데 그룹이 지난 2017년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분야에 독립 체제를 만들기 위해 구축한 구조다. 각 BU장이 해당 사업군의 경영을 총괄하도록 하는 식이었다. 롯데는 약 5년간의 BU 체제 유지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 더욱 빠른 변화 관리와 실행을 위해 HQ 조직을 만들었다.

롯데 그룹이 새로 도입한 HQ 각 부문 총괄 대표. (왼쪽부터)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 사장,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사장, 김교현 화학군 총괄대표 부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롯데는 우선 출자구조와 사업의 공통성 등을 고려해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했다. 이중 주요 사업군인 식품, 쇼핑, 호텔, 화학 사업군은 HQ 조직으로 해 1인 총괄 대표를 임명했다. 이밖에 IT, 데이터, 물류 등 그룹의 미래 성장을 뒷받침할 회사들은 별도로 두고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지주사와 HQ 간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산하 사업지원팀도 신설했다.

롯데 그룹 측은 "HQ는 기존 BU 대비 실행력이 강화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사업군과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해 사업군의 통합 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성과주의' 기조…승진·신임 임원 늘어

성과주의 기조에 따라 승진 임원과 신임 임원 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화학BU장 김교현 사장과 롯데지주 이동우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신임 부회장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화학BU 부문의 뛰어난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것을 인정받았다.

식품군 총괄대표는 식품BU장 이영구 사장이 맡는다. 이영구 총괄대표는 롯데제과의 대표이사도 겸직한다. 고정욱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는 부사장으로 승진 후 롯데지주의 재무혁신실장을 맡는다. 추광식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로 이동한다. 김용석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는 부사장 승진 후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여성과 외국인 임원이 늘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롯데는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백화점 우순형 상무, 롯데정보통신 곽미경·강은교 상무, 롯데물산 손유경 상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심미향 상무, 롯데정밀화학 강경하 상무 등 총 6명의 신규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마크 피터스 LC USA 총괄 공장장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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