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치킨 값 도미노 인상 현실화
이번 주는 '치킨 값'이 핫이슈였습니다. 우리는 치킨에 진심이죠.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만큼 가격 변동에 무척 민감합니다. 사실 치킨 값 인상은 지난달 교촌이 불을 댕겼습니다. 업계 1위인 교촌이 가격을 올렸으니 나머지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예상은 당연했습니다. 교촌이 먼저 깃발을 꼽은 만큼 다른 업체들은 좀 더 수월하게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을 테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bhc가 지난 13일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bhc는 "가맹점의 강력한 요청으로 현재 매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인건비와 배달료 상승, 배달 앱 이용 증가에 따른 수수료 부담, 임대료 상승, 원부자재 인상 등으로 가맹점 운영에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부득이하게 가격 조정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동안 치킨업계는 가격 인상 요인이 가득했지만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올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가는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을 것이 뻔했습니다. 그런데 교촌이 빗장을 풀어줬으니 지금이 기회였을 겁니다. 예상했던 대로 bhc의 가격 인상 소식이 들리자 소비자들은 반발했습니다. 치킨 가격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됐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선은 BBQ로 쏠렸습니다. 업계나 소비자들 모두 교촌과 bhc도 가격을 인상했으니 BBQ도 당연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BBQ 입장에서는 앞서 두 업체가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은 만큼 가격 인상을 단행해도 상대적으로 비난을 덜 받을 수 있습니다. BBQ라고 교촌이나 bhc와 상황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고요. BBQ의 가격 인상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BBQ의 역습(?)
하지만 BBQ는 bhc 가격 인상 발표 이틀 뒤인 지난 15일 '가격 동결'을 발표합니다. 예상과 다른 BBQ의 조치에 다들 놀랐습니다. BBQ는 "원재료, 최저임금, 배달료 등 상승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넘침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치킨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조치였습니다. 더불어 "국민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가격 인상 요인들을 본사가 부담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BBQ의 가격 동결은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지난 14일 열린 임원 회의에서 윤 회장은 "코로나19로 다들 힘든데 우리까지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더 힘들지 않겠나. 우리라도 가격을 동결하자"고 했습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들 모두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특히 재무파트에서는 강력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윤 회장은 '가격 동결'을 밀어붙였습니다.
숫자로만 놓고 보면 BBQ의 가격 동결 조치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영업이익률 30%가 넘는 bhc도 가격 인상에 나선 마당에 영업이익률 15% 정도인 BBQ가 가격 동결을 선언했다는 점은 재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BBQ는 결국 가격 동결을 선언했습니다. 가격 인상 요인은 전부 본사가 떠안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bhc는 가격 인상을 단행한 후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부자재 공급가를 함께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가맹점주들의 강력한 요구에 부득이하게 올렸다면서 정작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를 취한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주들은 치킨 가격 인상 효과를 볼 수가 없습니다. BBQ는 가격 동결 선언 하나로 경쟁사들과의 이미지 차별화에 성공하게 된 셈입니다.
후폭풍 거셀 수도
업계에서는 BBQ의 가격 동결 선언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BBQ가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가장 많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BBQ와 bhc는 앙숙입니다. bhc가 BBQ에서 분리될 때부터 시작된 앙금이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두 업체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업계에서는 BBQ가 가격 동결을 선언한 시점에 주목합니다. bhc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격 동결을 선언했습니다. 마치 "우린 너희와 다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더불어 BBQ가 가격 동결을 선언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가격 인상 요인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 분야별로 조목조목 상세히 설명돼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동결한다는 것을 강조한 겁니다.
BBQ의 이런 차별화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과연 언제까지 이 선언을 지킬 수 있을지입니다. 치킨 업계는 현재 공통적으로 가격 인상 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BBQ만이 이를 감당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대선 정국까지 맞물려 있는 데다 이미 선언한 것이 있어 단기간 내에 인상에 나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BBQ도 언젠가는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마 홀로 가격을 올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예전에 다들 올릴 때 안 올렸던 것을 지금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할 겁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시선은 BBQ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BBQ가 버티는 기간 동안 가맹점주들도 함께 견뎌야 합니다. BBQ는 이런 점도 계산해야 합니다.
BBQ의 이번 가격 동결 조치는 차별화 전략으로는 훌륭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그 전략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진행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자칫 눈앞의 이득에 꽂혀 '조삼모사(朝三暮四)'식 결정은 아니었는지 세밀히 짚어봐야 합니다. 자칫 부메랑이 돼 더 큰 손해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겁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