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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갈린' 쿠팡·이마트, 하반기 공통 과제는

  • 2022.09.02(금) 11:30

'호실적' 쿠팡·'적자전환' 이마트
하반기 '수익성 확보'에 전력투구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오프라인 유통채널 대표 이마트와 온라인 유통채널 대표 쿠팡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쿠팡이 외형과 수익성을 모두 크게 개선한 반면 이마트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에도 적자전환에 웃지 못했다. 4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되면서 '리오프닝' 효과를 볼 것이라던 전망이 빗나갔다.

하반기에는 양 사 모두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적자전환한 이마트는 점포 운영 효율화와 자체브랜드(PL) 육성 등을 통해 반등에 나선다. 지난달부터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쿠팡에 최저가 전쟁을 선포했다. 쿠팡은 올해 안에 '만년 적자 기업' 이미지를 탈피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분기 기준 흑자 달성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섰다. 이미 1분기 2500억원이 넘었던 손실폭을 2분기 800억원대로 줄였다. 

대형마트, 2분기의 저주

이마트는 2분기에 7조14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1.9%나 늘어난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이다. 분기 매출이 7조원을 돌파한 것도 1분기에 이어 역대 2번째다. 하지만 웃지는 못했다. 악화된 수익성 때문이다. 2분기 이마트는 1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핵심 부문인 할인점(이마트)이 364억원의 손실을 냈다. 

유통업계에서는 2분기를 비수기로 본다. 1분기의 설이나 3분기의 여름 휴가, 4분기의 추석·연말 같은 대목 이슈가 없다. 2분기 시장을 이끄는 봄·여름 의류는 가격도 저렴하다. 2분기는 '재산세 시즌'이기도 하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오프라인 채널의 경우 실적이 좋기가 어렵다.   

이마트 역시 늘 2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냈다. 지난 2019년에는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299억원)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474억원으로 적자폭을 키웠다. 지난해 76억원의 흑자를 내며 간신히 균형을 맞췄지만 1년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그 이전에도 2분기는 '쉬어가는' 시기였다. 영업이익이 1분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올해 2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아쉬운 실적이다. 적자폭이 예상보다 컸다. 할인점 부문에서만 360억원이 넘는 손실이 났고 트레이더스도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온라인 부문도 대규모 적자를 냈다. SSG닷컴은 적자폭이 265억원에서 405억원으로 커졌고 G마켓도 182억원의 적자를 냈다. '믿을맨' 스타벅스도 영업이익이 5% 넘게 줄었다. 그나마 편의점(이마트24)과 호텔(조선호텔앤리조트) 등 그간 적자를 내던 계열사들이 흑자전환한 게 위안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쿠팡, 이러다 흑자?

쿠팡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6조3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손실은 847억원으로 전년 대비 5000억원 이상 줄였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1700억원가량이 감소했다. 쿠팡이 상장 후 분기 기준 1000억원 미만의 적자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예상했던 리오프닝에 따른 영향보다는 물가 급등이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전국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랐다.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한 2008년 이후 14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석유류는 국제유가 폭등에 36.3% 올랐고 외식(7.3%), 가공식품(7.6%)도 큰 폭으로 올랐다. 상대적으로 가격 탄력성이 낮은 대형마트보다 이커머스가 빠른 대처에 나설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물가, 특히 유가가 급등하면서 유통 비용도 크게 늘었지만 물류망을 일찌감치 확보한 쿠팡은 상대적으로 비용 증가폭이 적었다.  쿠팡은 현재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그간 적자기업이라는 오명을 견디면서 물류망을 확충한 것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쿠팡 관계자는 "전국적인 물류망 확보로 복잡한 유통단계를 줄인 전략"이라며 "주요 상품 가격 역시 평균적으로 쿠팡이 가장 저렴하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이 하나둘 새벽배송을 포기하며 수요가 집중되기도 했다. 4월 롯데온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했고 5월에는 헬로네이처도 발을 뺐다. 반면 쿠팡은 '로켓와우' 신규 가입 회원 혜택을 늘리며 적극적인 확대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신선식품 라인업인 로켓프레시도 물량을 확대하는 중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역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쿠팡 로켓프레시는 어떤 유통업체보다 가장 많은 신선식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하반기엔 모두 "수익성 강화"

하반기에는 양 사 모두 수익성 강화가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경우 2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형마트의 장점인 대규모 행사를 확대하고 PL브랜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가격 경쟁력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유·계란·김치·화장지 등 생활필수품 40종의 가격을 쿠팡이나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과 비교해 최저가로 판매한다.

점포 리뉴얼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해에만 10개점을 리뉴얼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지난 2020년 월계점을 시작으로 총 28곳의 리뉴얼을 마쳤다. 리뉴얼한 점포 모두 이전보다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 전체 점포 중 매출이 5~10위권이었던 월계점은 리뉴얼 후 전사 매출 1위 점포로 도약했다. 그만큼 점포 리뉴얼은 '확실한' 카드다.

지난 5월 리뉴얼 오픈한 이마트 경기광주점. /사진제공=이마트

쿠팡은 흑자전환이라는 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쿠팡은 최근 5년간 4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하지만 2분기 1000억원 미만의 적자를 기록하며 기대감이 높아졌다.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는 처음으로 흑자(835억원)를 냈다.

쿠팡이 그토록 기다렸던 '규모의 경제'가 시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유통 시장 점유율이 20% 초반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실폭이 줄어든 것 역시 '점유율 확대' 효과라는 해석이다. 3분기부터는 로켓와우 회원 월회비 인상 효과도 온기 반영된다. 와우 회원 수와 가격 인상폭을 감안하면 분기당 5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추가된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도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를 시작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만년 적자 기업' 쿠팡의 흑자전환이 꿈으로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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