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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끗]①'월드콘'의 시작은 기원전이었다

  • 2022.10.05(수) 06:50

아이스크림의 시작…기원전부터 다양한 설 존재
왕과 귀족의 전유물…19세기 미국서 대중화 시작
냉동기술 발전 덕에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 진입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늘 우리 곁에서 사랑받고 있는 많은 제품들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그 한 끗 차이가 제품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비즈니스워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에 숨겨져 있는 그 한 끗을 알아봤습니다. 지금 여러분 곁에 있는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함께 찾아보시죠. [편집자]

아이스크림의 시작은 언제?

아이스크림 참 좋아합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그 맛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죠. 예전에는 여름에 주로 찾았지만 이제는 사시사철 즐겨 먹습니다. 때로는 해장용으로 먹기도 합니다. 술을 많이 마신 날, 집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 들려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들어가면 다음 날이 괜찮더군요. 아, 이건 극히 제 개인적인 임상 실험 결과입니다.

아무튼 이제 아이스크림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겨 찾는 식품이 됐습니다. 과거에는 아이스크림은 왕과 귀족들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식품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스크림은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요?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그 탓에 명확히 언제부터, 누가 처음 만들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대신 아이스크림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설(說)들이 난무합니다.

알렉산더 대왕과 그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더 대왕은 아이스크림의 원조인 얼음에 꿀 등을 섞은 것을 매우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그 탓에 아무 때나 이것을 자주 즐겨 곁에 있던 군사 및 정치 조언자들을 자주 짜증나게 했다고 한다. / 사진=The New York Public Library Digital Collection

우선 가장 오래된 아이스크림 기원설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원정 시 지친 병사들을 위해 높은 산에서 얼음을 운반해와 과일즙을 섞어서 먹였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로마의 네로 황제도 아이스크림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네로 황제는 알프스의 만년설에서 얼음을 가져와 꿀을 타서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의 기원에 대해서는 동양에서도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중국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서는 얼음과 얼린 음료를 판매하는 상점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원나라 때 중국을 경험했던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우유로 만든 빙과자를 거리에서 팔고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혹자는 마르코 폴로가 고향으로 돌아와 중국에서 먹어봤던 아이스크림의 제조법을 유럽에 전파한 것이라고도 주장합니다.

'셔벗'에서 '아이스크림'으로

문헌이나 각종 기원설을 종합해 보면 초창기 아이스크림의 형태는 지금의 것과는 달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디저트인 '소르베(sorbet)'나 '셔벗(sherbert)'의 형태였을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그런데 이 소르베와 셔벗도 나라마다 분류 기준이 다르고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전혀 다른 종류의 식품입니다. 아무튼 현재의 아이스크림과는 달리 입자가 거친 빙과 형태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탈리아 피렌체의 공주 캐서린 데 메디치(Catherine de' Medici)는 프랑스의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이탈리아에 있던 아이스크림 제조법을 가지고 갔다고 합니다. 이때의 아이스크림은 지금 같은 형태가 아닌 셔벗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훗날 프랑스 요리사 등을 통해 영국으로 전파됩니다. 아이스크림은 영국에서 다시 한번 진화합니다.

'메리 에일스 아주머니의 요리책(Mrs. Mary Eales’s receipts)'에 소개된 아이스크림 제조법 / 사진=The Gale Review

지금과 같은 형태의 아이스크림이 처음 등장한 것은 17세기 영국입니다. 당시 찰스 1세의 프랑스인 요리사 제랄드 티생은 최초로 우유와 크림을 사용해 아이스 디저트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찰스 1세는 그가 만든 아이스크림 맛에 반합니다. 그래서 그에게 평생 연금을 약속했죠. 대신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유출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탓에 아이스크림 레시피는 꽁꽁 감춰진 채 왕과 귀족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 됐습니다.

아이스크림이 최초로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1781년 영국에서 출판된 '메리 에일스 요리책(Mrs. Mary Eales Receipts)'에서 입니다. 이 책에는 아이스크림 제조법이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있습니다. 이때부터 서서히 아이스크림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냉동 기술이 부족했던 터라 아이스크림이 보편화되기에는 아직 기술이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본격적인 대량 생산

아이스크림이 확산된 것은 미국에서입니다. 1843년 평범한 주부였던 낸시 존슨(Nancy Johnson)은 커다란 바퀴처럼 생긴 기계인 크랭크로 손잡이를 돌려 손쉽게 크림을 얼리는 수동식 냉동기를 개발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 기술을 단돈 200달러에 주방기구 회사인 윌리엄즈&컴퍼니에 넘깁니다. 이후 윌리엄즈&컴퍼니는 70여 차례의 개량을 거쳐 '챔피언'이라는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선보입니다.

아이스크림 제조기의 등장으로 아이스크림 만들기는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생산량은 많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수동이다 보니 그랬을 겁니다. 그랬던 아이스크림이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집니다. 1851년 미국의 우유 판매상이었던 제이콥 푸셀(Jacob Fussel)은 여름에 팔리지 않고 남은 유제품 처리가 고민이었습니다. 이들을 처리하는 방법을 고심하던 그는 얼려서 보관하기 시작했죠.

제이콥 푸셀의 아이스크림 수레 / 사진=icecream4us.weebly.com

제이콥 푸셀은 이 방법에서 착안, 세계 최초로 아이스크림 공장을 짓습니다. 그래서 그를 '아이스크림의 아버지'로 부릅니다. 그는 펜실베니아 공장에서 생산된 아이스크림을 기차를 통해 볼티모어로 배달합니다. 가격도 종전의 3분의 1로 낮출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큰 인기를 끕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수요를 따라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냉동 기술이 발전하지 못해 전적으로 얼음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1870년대 독일의 엔지니어 카를 폰 린데(Carl von Linde)가 냉동기술을 개발해 얼음에만 의존해야 했던 냉동 기술에 일대 혁신을 가져옵니다. 여기에 1926년 연속식 냉동기가 등장하면서 아이스크림 산업은 날개를 달기 시작합니다. 냉동고의 보급은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 제한 없이, 언제든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아이스크림, '산업'이 되다

냉동 기술의 발전으로 아이스크림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합니다. 덕분에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관련 상품들도 연이어 출시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스크림 스쿱(scoop)입니다. 1897년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던 알프레드 크랄(Alfred L. Cralle)이 처음 선보였습니다. 알프레드 크랄은 스쿱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틀도 발명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담는 콘(cone)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설들이 있습니다. 국제낙농식품협회(IDFA)에서는 1896년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이탈로 마르끼오니(Italo Marchiony)가 미국 뉴욕에서 처음 만들었고 1903년 12월 특허를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IDFA도 소개하고 있는 설인데요.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국제 박람회 유래설입니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국제 박람회 당시 콘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 사진=Missouri Historical Society

당시 시리아 출신 이민자 에르네스트 함위(Ernest Hamwi)는 박람회장에서 고국의 전통 음식 '잘라비아(Zalabia)'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잘라비아는 바삭하고 둥근 와플 모양의 과자입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종이 접시가 부족해 곤혹스러워하자 이를 본 함위가 잘라비아를 원추형으로 얇게 구워 옆 아이스크림 가게에 건넸습니다. 여기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판매한 것이 아이스크림 콘의 시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후 함위는 미주리에서 콘을 만드는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합니다. 아이스크림이 산업화하면서 콘 사업도 급성장합니다. IDFA에 따르면 1924년 콘 생산량은 2억4500만개를 기록했고 자동화 시설이 발명되면서 현재는 매일 수백만 개의 원뿔형 아이스크림 콘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냉동기술의 발전이 아이스크림을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월드콘을 이야기하려다 아이스크림의 역사부터 훑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생각보다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참 길고도 다양한 사연들이 많더군요. 이어질 [결정적 한끗]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한국 아이스크림의 역사와 혜성같이 등장한 1등 아이스크림 월드콘에 대해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답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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