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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감기엔 항생제?…"무심코 복용했다간"

  • 2022.10.16(일) 10:05

세균 억제 항생제, '감기 바이러스'엔 효과 없어
항생제 내성, 인류 전체 위협…올바른 복용 중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감기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로 감기약 대란 가능성도 나옵니다. 사실 감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감기 낫는 방법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잘 먹고 쉬면서 면역력을 올리는 게 유일하다고 하는데요. 그럼 평소 감기약으로 알려진 것은 무엇일까요. 항생제를 쓰면 좀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까요. 또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질병의 원인은 크게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나뉩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매우 작은 미생물입니다. 다만 크기와 구조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우선 바이러스의 크기가 세균보다 10~100배가량 작습니다. 또 세균은 세포 내 여러 소기관을 가진 형태로, 독립적인 생존이 가능합니다. 스스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번식도 합니다. 반면 바이러스는 단백질과 핵산의 단순한 구조로, 숙주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인 반쪽짜리 생명체인 셈입니다.

감기의 80~90%는 바이러스 감염증입니다. 감기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바이러스는 알려진 것만 200여종에 달합니다. 이중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인 감기 바이러스죠. 바이러스 감염엔 약이 필요 없습니다.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면서 우리의 몸이 스스로 회복하기 때문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보통 기침, 콧물, 가래 등 각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을 사용합니다. 해열제, 진해제(기침약), 항히스타민제(콧물약), 거담제(가래약) 등이 대표적입니다. 참고로 이들 치료제가 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밝혀진 바 없습니다.

병원에서 감기약으로 처방하는 약은 항생제입니다.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을 억제하는 약입니다. 항생제를 아무리 먹어도 감기 바이러스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당연히 감기 회복 속도와도 관련이 없고요. 따라서 감기 초기엔 2~3일간 고열이 동반돼도 바로 항생제를 쓰진 않습니다. 이후 의사가 중이염이나 폐렴 등 세균에 감였됐거나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즉, 항생제는 감기로 인해 생긴 2차 세균성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입니다.

항생제는 '인류의 구원자'로 불립니다. 최초의 항생제는 영국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입니다. 플레밍은 병원균 실험을 하던 중 실수로 배양 접시의 뚜껑을 열어놓고 휴가를 떠났습니다. 그동안 배양 접시에 푸른곰팡이가 슬었는데, 곰팡이 주변의 균이 죽어 있었습니다. 추가 연구를 통해 그는 푸른곰팡이의 항균 능력을 찾아냈습니다. 여기서 뽑아낸 물질이 페니실린입니다. 이후 수백 종의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인류의 평균 수명은 1950년대 50대에서 현재 80대 이상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수많은 감염병으로부터 생명을 구할 수도 있게 됐죠.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문제는 항생제를 잘못 사용하면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하기 위해 만든 방어 능력입니다.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 항생제가 듣지 않습니다. 폐렴·수막염·패혈증 등 항생제가 필요한 순간에 쓸 수 없게 됩니다. 세계적으로 개발된 항생제 종류가 한정된 만큼 내성이 생길 때마다 쓸 수 있는 항생제 종류도 줄어들고요. 특히 항생제에 대한 내성은 사람이 아닌 세균에 생깁니다. 강한 세균이 지역사회에 퍼지면 기존 항생제가 무용지물이 됩니다. 나 혼자 덜 쓴다고 내성을 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또 항생제는 사용할수록 내성균도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항생제 내성을 막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올바른 처방과 복용'입니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는 하루 이틀만 먹어도 증상이 나아집니다. 일부 환자는 내성을 걱정해 증상이 호전되면 약을 끊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개선돼도 세균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오히려 내성이 생기기 쉽습니다. 세균을 박멸하기 위해선 처방받은 항생제는 꼭 다 먹어야 합니다. 경구제(먹는 약)뿐만 아니라 항생제 연고나 안약 등 외용제(바르는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원에 가서 무조건 항생제를 요구해서도 안 됩니다. 부작용 등의 주의사항도 확인해야 하고요.

인류와 세균의 전쟁은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이 코로나19 이후 인류를 위협하는 보건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많은 과학자도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에 국내외 기업이 '슈퍼 항생제' 개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다국적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항생제 '저박사'가 국내 보험 급여권에 진입했습니다. 제일약품은 지난 7월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개발한 항생제 '세피데로콜'의 국내 독점 공급 권리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항생제 개발 속도가 세균의 돌연변이 속도를 따라잡기 못하는 상황입니다.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습니다. '항생제가 감기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낮은 약값 기준이 제약사의 신규 항생제 개발 의지를 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항생제 내성을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항생제를 바르게 쓰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그전에 아프지 않는 게 가장 좋겠죠. 건강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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