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과자 하나를 사도 성분표시를 꼼꼼히 확인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소맥분(밀), 백설탕, 혼합식용유 등 다양한 원료가 들어갑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분이 있습니다. 바로 '프로필렌 글리콜(Propylene Glycol)'입니다. 'PG'라고도 불리는 이 낯선 원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윤기나고 촉촉한 식품의 비결
PG는 석유 추출물을 물과 혼합해 만든 화학물질입니다. 무색·무취·점성이 있는 액체입니다. 맛은 거의 없지만 예민한 분들은 미세한 짠맛을 느끼죠.
무색·무취의 이 화학물질의 효능은 다양합니다. PG를 식품에 넣으면 윤기가 나죠. 보습효과가 뛰어나 음식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듭니다. 면류나 만두피를 만들 때 반죽이 들러붙지 않게 도와주죠. 산화방지 효과도 있습니다. 곰팡이 번식을 방지해 음식을 오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PG는 2차 세계대전 때 처음 사용됐다고 합니다. 수술에 필요한 글리세린이 부족해지면서 대체품으로 도입됐는데요. PG가 상용화되기 전에 사용되던 '과산화수소수'는 발암성 물질로 판명돼 사용이 금지됐죠.
이후 PG는 식품제조를 위한 필수품이 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위해평가부는 2017~2019년까지 PG함유 식품을 817개로 파악했습니다. △과자 △빵류 △즉석식품 △면류 △빙과류 △초콜릿까지 거의 대부분의 식품에 PG가 들어가죠.
PG는 식품에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모이스처라이저'라고 들어보셨나요? 피부 수분 밸런스를 유지해 윤기를 주는 화장품이죠. 여기에도 PG가 첨가됩니다. PG의 보습효과를 활용해 피부 결에 각질이 생기는 '플레이킹' 현상을 줄여주죠. 이 밖에 액상형 전자담배, 치약, 자동차 부동액, 샴푸에도 들어갑니다.
PG, 먹어도 괜찮을까?
생활용품에 쓰이는 PG가 음식에 들어간다니 찝찝합니다. PG는 먹어도 안전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오랫동안 PG의 유해성 문제를 연구했습니다. 안전하다는 결론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프로필렌글리콜 함유 식품을 'GRAS(안전한 물질)'로 분류했습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하루 섭취허용량(ADI, 25mg/kg/day)을 도출했죠. 체중 70kg 남성의 경우 하루 1.75g까지 먹어도 좋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연구도 같은 입장입니다. 식약처가 발표한 '식품 중 향미증진제 및 습윤제 안전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인구집단 하루 PG 추정섭취량은 26.3mg/day로 ADI 기준 대비 2.1% 높은 수준이지만 안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량 복용 시 신장장애, 중추신경계 기능저하, 기형유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해집니다. 미국 독성물질관리프로그램(NTP) 산하 인체생식독성위해평가센터(CERHR)의 '생식 및 프로필렌글리콜의 발달 독성(2004)' 논문에는 PG 15g/kg 기준량에서 독성이 발생했다는 연구결과를 냈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2002년 '알긴산 프로필렌글리콜' 독성을 분석한 결과 알레르기 체질 사람은 피부발진을 보인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알긴산프로필렌글리콜은 알긴산과 PG를 결합한 염(salt)으로 식품점성 증가제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다량의 PG를 섭취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식약처도 허용량 이상을 섭취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죠. △만두류(1.2%) △견과류(5%) △아이스크림류(2.5%) △과자·면류(2%) 등 최대허용함량을 정했습니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허용 초과치를 사용하는 비양심적인 기업도 있기 때문이죠. 실제 2018년 식약처는 PG 사용 기준 위반 업체를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왠지 찜찜한 PG를 식품에서 뺄수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업계는 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확히 "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 식품연구원 관계자는 "PG는 식품에 직접 넣는 게 아니라 합성원료로 만들어 첨가되고, 식품제조 과정에서 용매 작업을 할 때 맛을 첨가하거나 조절해주는 기능을 한다"며 "식약처 허용량을 사용한다면 식품제조 과정에서 꼭 필요한 물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유통되는 거의 모든 식품에 PG가 들어간다"며 "식약처 허용치 수준인 극소량을 사용하는 만큼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