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업계가 '제로 슈거' 라인업 확장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제로 슈거 시장을 연 콜라와 사이다 등 탄산음료를 시작으로 차, 에너지드링크 등 다른 음료 라인업도 '제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간 축적한 대체당 블렌딩 노하우를 이용해 탄산음료 외 부문에서도 '제로 슈거' 시장을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제로 슈거'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제로 슈거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189억원에 달했다. 2016년 903억원의 2.4배에 달한다. 올해에도 성장세가 거세다. 국내 제로 탄산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롯데칠성의 올해 상반기 제로 탄산음료 매출은 85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342억원보다 2.5배 늘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2월 칠성사이다 제로와 펩시 제로를 연달아 출시했다. 펩시의 경우 꾸준히 '제로 슈거' 제품을 시도해 왔지만 칠성사이다가 제로 슈거 제품을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시장이 성숙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글로벌 본사가 레시피를 만드는 펩시와 달리 칠성사이다는 롯데칠성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레시피다. 칠성사이다 제로가 성공할 경우 다른 음료들에도 '제로' 컨셉트를 입힐 수 있는 기회였다.
실제 칠성사이다 제로와 펩시 제로가 큰 성공을 거두자 롯데칠성은 올해 3월 자체 신규 브랜드인 '탐스 제로'를 론칭하며 제로 탄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5월에는 에너지드링크 '핫식스'의 제로 라인업을, 10월에는 RTD(Ready to Drink) 실론티 캔 제품의 제로 라인업을 선보였다. 내년에는 우유탄산음료 '밀키스'의 제로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칠성이 시장을 이끌며 전체 시장 규모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상반기에만 1500억원 이상을 달성, 지난해의 70%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농심(웰치스), 동아오츠카(나랑드 파인애플), 웅진식품(815) 등 경쟁사들도 제로 탄산 신제품을 내놓으며연말까지 3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왜 새삼 제로가 떴을까
음료업계가 대체당을 사용한 음료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 코카콜라와 펩시 모두 설탕을 빼고 인공감미료를 넣은 '다이어트 코크'와 '다이어트 펩시 맥스' 등을 통해 제로 탄산음료 시장의 문을 두드린 바 있다. 이 '다이어트 탄산음료'들은 기존 제품보다 맛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존 탄산음료를 대체하는 데는 실패했다. 대체당이 '당도'를 대체할 수는 있었지만 설탕만의 고유한 맛을 흉내내지는 못했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제로 슈거 음료들은 기존 음료와 맛을 구별하기 힘들다는 소비자들이 많다. 오히려 맛이 더 좋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실제로 SNS 등에 올라온 제로 슈거 탄산음료 후기를 살펴보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봤는데 오히려 제로 슈거 제품이 더 맛있더라"라는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대체당을 블렌딩해 기존 탄산음료의 맛을 상당 부분 구현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제로 슈거 음료들은 최소 3가지 대체당을 블렌딩한다. 제로 탄산 음료라고 일컫지만 콜라와 사이다, 과일 탄산 음료는 제각각 당도와 향, 바디감이 다른 음료다. 각 음료의 특성에 맞춰 대체당의 종류와 함유량을 조절하는 게 '제로 슈거' 음료의 가장 중요한 점이다.
예를 들어 펩시 제로의 경우 아스파탐과 아세설팜칼륨,수크랄로스 등 3가지 대체당을 넣는다. 반면 코카콜라 제로는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만 들어 있다. 칠성사이다 제로는 액상알룰로스와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을 사용한다. 각 브랜드 별 맛의 지향성이 다른 만큼 대체당의 종류와 비율도 다르다.
롯데칠성이 새로 선보인 탐스는 같은 라인업임에도 향에 따라 대체당의 종류와 비율이 다르다. 오렌지·레몬향은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등 4가지 대체당을 넣지만 사과키위향에는 에리스리톨을 뺀 대신 수크랄로스 비율을 높였다. 반대로 핫식스 제로에는 알룰로스를 빼고 에리스리톨을 가장 많이 넣었다.
대체당마다 맛도 특색도 가지각색
이는 각각의 대체당마다 단 맛의 정도와 특성이 달라 비율과 블렌딩에 따라 완성된 음료의 맛도 크게 달라져서다. 대체감미료는 크게 인공적으로 합성한 합성감미료와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감미료,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천연당과 당을 알코올로 바꾼 당알코올 등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대부분 설탕보다 달기 때문에 미량의 비율 조정으로도 맛이 크게 달라진다.
이 중 음료업계에서는 주로 합성감미료인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 천연당인 알룰로스와 당알코올인 에리스리톨을 이용한다. 수크랄로스는 설탕에서 일부 작용기가 염소 등으로 대체된 합성감미료로, 감미 프로파일이 설탕과 흡사하지만 마신 후 단맛이 남는 특성이 있다. 아세설팜칼륨은 반대로 앞부분에 감미가 강하고 음용 후 감미가 끊기는 게 특징이다. 이 두 대체당을 제품 특성에 따라 조합하면 설탕을 사용한 기존의 탄산음료와 흡사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과 함께 주로 사용되는 알룰로스와 에리스리톨은 모두 체내에 흡수되지 않는 특성이 있고 바디감 있는 단맛이 나 기존 대체당의 약점인 바디감 보완을 위해 사용된다.
반대로 한 때 제로 칼로리 음료의 필수 성분으로 여겨졌던 아스파탐의 경우 한 차례 유해물질 논란을 겪으면서 지금은 펩시 제로 정도를 제외하면 탄산음료에 잘 쓰이지 않는 추세다. 탄산음료와 마찬가지로 단맛 위주였던 껌 시장을 제패한 자일리톨은 2000년대 초 사이다와 RTD 차 등에 주로 쓰였지만 특유의 '화한 맛' 때문에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자일리톨맛'을 강조한 제품이 아니라면 사용 빈도가 낮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제로 음료에 각각 최적의 맛 조합을 위해 감미료들을 적절히 사용한다"며 "그 조성, 조합은 제품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