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지만 백화점 업체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엔데믹을 앞두고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패션 부문이 백화점들의 실적을 견인했다. 여기에 백화점들의 효자 부문인 명품도 꾸준한 실적을 보이면서 백화점 업계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다만 자회사들의 경우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롯데쇼핑, '제 자리' 찾았다
최근 수년간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던 롯데쇼핑은 이번 3분기를 기점으로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대외적 환경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트렌드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 노력이 정착하고 엔데믹 등이 임박하면서 점차 예전의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이번 3분기 실적은 그동안과 달리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쇼핑의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0.2% 증가한 4조1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8.6% 늘어난 1500억원을 나타났다. 롯데쇼핑이 이처럼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그간 부진했던 자회사들이 실적 개선에 성공해서다.
실제로 백화점은 패션 상품군의 매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 3분기에 전년 대비 17.3% 증가한 768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흑자전환한 1089억원을 나타냈다. 여기에 해외 점포들도 호실적을 거두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그동안 롯데쇼핑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마트와 슈퍼가 리뉴얼 효과와 구조 혁신 노력 덕에 호실적을 거둔 것도 실적 개선에 한몫을 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고전했던 이커머스 부문도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컬처웍스는 '탑건2', '한산' 등의 흥행 성공 덕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하이마트는 가전 시장 침체 탓에 실적이 감소했다. 홈쇼핑도 실적이 좋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주력 사업군이 고르게 좋은 실적을 낸 것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고질병이었던 각 사업 부문의 부진이 일정 부문 해소된 것이 눈에 띈다"고 밝혔다.
신세계, 계속 달린다
꾸준히 호실적을 거둬왔던 신세계는 이번 3분기에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롯데쇼핑과 마찬가지로 패션 수요 증가와 차별화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던 것이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작년 8월에 오픈한 대전 신세계가 자리를 잡았고 대부분의 자회사들이 좋은 실적을 거둔 것도 전반적인 실적 호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3% 늘어난 1조955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4% 증가한 1530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8% 늘어난 6096억원, 영업이익은 50.5% 증가한 1094억원이었다. 야외활동 증가로 패션 수요가 늘어난 데다, 추석 명절 실적도 외형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도 롯데쇼핑과 마찬기지로 백화점이 중심을 잡고 자회사들이 호실적을 내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여성복을 중심으로 한 자체 패션 브랜드가 성장세를 보였고 명품 브랜드들도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코스메틱 부문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니치 향수가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7%, 영업이익은 71% 늘어났다. 센트럴시티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반면, 신세계디에프의 경우 공항 출국객 수 증가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856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7.7% 감소한 51억원에 그쳤다. 아울러 주택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신세계까사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8% 늘어난 679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된 58억원을 나타냈다.
현대백화점, 백화점이 '하드 캐리'
현대백화점도 백화점 부문이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연결 자회사인 면세점 부문과 이번 3분기부터 연결 실적으로 편입된 지누스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현대백화점의 연결 기준 전체 실적은 전년 대비 좋아졌다. 다만 롯데쇼핑이나 신세계의 경우 백화점이 중심을 잡고 자회사들이 전체 실적을 뒷받침한 반면, 현대백화점은 전적으로 백화점에만 의존한 실적이라는 점이 여타 업체들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현대백화점의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48.4% 늘어난 1조372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94.1% 증가한 922억원이었다. 백화점 부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2% 늘어난 560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4.6% 증가한 965억원을 기록했다. 패션, 스포츠, 화장품 등 고마진 상품군이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이 호실적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면세점의 경우 중국의 봉쇄정책이 지속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 3분기 면세점 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1% 증가한 558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된 150억원을 나타냈다. 한편 지누스의 경우 지난 3분기부터 연결 실적에 편입됐다. 지누스의 3분기 매출액은 2862억원, 영업이익은 106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누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6.3% 감소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백화점 부문은 늘 견고하지만 면세점과 이번에 편입된 지누스의 실적 변화가 향후 현대백화점 전체 실적에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면세점과 지누스의 경우 업계 환경 변화에 민감한 사업들인 만큼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이들의 실적에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