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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로봇이 '휙휙' 스타워즈인 줄…쿠팡, 대구FC 가보니

  • 2023.02.07(화) 08:00

축구장 46개 넓이…3200억 투자
AI 물류로봇 수백대로 '효율' 극대화
압도적 투자…'제2 로켓혁신' 나선다

쿠팡 대구FC의 '소팅 봇' / 사진=쿠팡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는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은 곳입니다. 사람이 했던 어려운 일 대부분을 이제 로봇이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사고율도 제로에 가깝다고 봐도 됩니다."

지난 2일 늦은 오후 대구 달성군의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이하 대구FC). 이곳에서 만난 박주호 대구 첨단물류센터장은 해당 센터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이날 쿠팡은 AI 기반 자동화 혁신기술이 도입된 대구FC를 언론에 첫 공개했다. 무인 운반 로봇(AGV), 소팅 봇(sorting bot), 무인 지게차(driverless forklift) 등 최첨단 물류기술이 적용된 곳이라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상품이 사람 찾아가

대구FC는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센터는 축구장 46개(지하 2층~지상 10층)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 단일 물류센터다. 쿠팡은 자동화 풀필먼트 구축을 위해 이곳에 3200억원을 이상을 투자했다. 풀필먼트는 여러 고객사의 상품을 공동 보관하며 재고관리, 포장, 검수, 출고, 배송 등 복잡한 물류 과정을 일괄처리하는 서비스다. 쿠팡 로켓배송의 '심장'과도 같은 곳인 셈이다. 

쿠팡 대구FC 전경 /사진=쿠팡

가장 먼저 피킹(상품을 꺼내는 작업) 등이 진행되는 7층을 방문했다. 내부는 흔히 알던 물류센터와 달랐다. 시끄러운 레일음도 사람들의 고성도 없었다. 센터는 박 센터장의 말처럼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았다. 이곳에선 1000여 대의 무인 운반 로봇이 운용되고 있다. 일반 물류센터에서는 작업자가 수많은 상품이 담긴 선반 사이를 오가며 주문한 물건을 찾아다니는 방식이다. 

반면 대구FC 센터는 상품이 작업자에게 오는 GTP(Goods-To-Person)를 적용했다. AGV가 바닥에 부착된 QR코드를 따라 이동하며 작업자에게 상품을 전달하고 있었다. AGV가 알아서 상품과 박스 이송을 해주는 덕분이다. 흡사 거대한 도서관에서 책장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작업자는 제 자리에서 피킹, 화면 터치, 바코드 스캔 등 사람 손길이 필요한 업무만 담당했다. 

무인 운반 로봇 AGV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이후 상품은 포장작업대로 보내진다. 여기서도 자동포장기를 이용해 작업자는 포장백에 물건을 넣기만 하면 알아서 포장되고 운송장이 부착된다. 박 센터장은 "AGV는 평균 2분 안에 수백 개의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직원에게 전달한다"며 "AGV를 통해 전체 업무 단계의 65%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이어 "AGV는 주문량이 많은 공휴일을 포함 1년 365일 24시간 가동된다"고 설명했다. 

'스타워즈' 인줄

5층에선 '사람 없는' 지게차가 물건을 나르기 바빴다. 직원이 누르는 버튼 한 번으로 무인 지게차가 알아서 대용량의 제품을 옮기고 있었다. 이 지게차에는 블루 라이트 센서가 달려있다. 이 범위 안에 장애물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운행을 멈춘다. 지게차가 운영되는 공간에는 사람이 들어가지 않아 보행로도 없다. 그만큼 남는 공간에 더 많은 상품을 보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보였다.

대구FC의 무인 지게차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상품의 배송지역이 분류되는 1층이야말로 이 센터의 백미다. 분류 작업은 상품을 주문자 주소와 가장 가까운 물류시설로 이동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운송장이 부착된 상품이 수십 여대의 로봇에 의해 분류되고 있었다. 바로 분류 로봇인 '소팅 봇'이다. 소팅 봇은 상품 포장지에 찍힌 운송장의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단 몇 초 만에 상품을 분류할 수 있다. 

작업자는 분류 로봇에 포장된 상품을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이 분류 로봇은 최대 8kg의 중량을 견딜 수 있고 1초에 최대 2.5m를 이동할 수 있다. 신호음을 내며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스타워즈의 한 장면과 같았다. 박주호 센터장은 "소팅 봇 도입으로 사람의 업무량을 65% 가량 줄였다"며 "현재 소팅봇 수백여대를 가동 중"이라고 했다. 

소팅 봇이 빠른 속도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대구FC는 김범석 쿠팡Inc 대표의 야심작이다. 그만큼 로봇에 진심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현재 증설이 진행 중인 신선물류센터를 포함, 전국 물류센터시설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로봇과 머신 러닝 등 자동화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프로세스 최적화를 이뤄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FC 공개한 이유

사실 물류센터는 쿠팡에게 아픈 손가락과 같았다. 유독 물류센터에서 사고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화재와 과로사 등 악재가 잇따랐다. 이는 쿠팡의 큰 리스크였다.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 대구FC를 공개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특히 쿠팡의 물류 '혁신' 이미지를 더하는 것도 가능하다. 로봇 물류는 아마존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이 격전을 벌이는 곳이다. 

소팅 봇이 상품을 내려놓는 모습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그동안 쿠팡은 경쟁자를 압도하는 대규모 투자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로켓배송이 대표적이다. 항상 한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번 '로봇 물류'도 다르지 않다. 이커머스와 물류업계에선 쿠팡이 추가 투자에 나설지 긴장하고 있다. 강정훈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는 "구체적 계획은 밝힐 수 없지만 대구FC에서 검증된 최신 기술들은 다른 지역 FC에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자동화에 따른 인력 감축 문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집품 등 물류 업무가 자동화 기술 관리 등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무인화가 진행돼도 인력은 꼭 필요하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쿠팡 측은 대구FC가 앞으로 2500여 명(간접 고용 1만 명)의 신규 고용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쿠팡 입점사 증가로 지역 소상공인 업체 등 상권 활성화도 기대했다.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대구FC는 쿠팡의 최첨단 물류 투자가 집약된 곳으로, 물류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직원들이 더 편하고 쉽게 일하는 근무환경을 조성했다"며 "AI를 비롯한 상품관리, 자동화 로봇 기술이 접목된 최첨단 물류 인프라 기반으로 꾸준한 고용 창출을 비롯해 지역 소상공인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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