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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화장품' 성장 왜 더딜까?

  • 2023.02.10(금) 07:40

아모레퍼시픽 맞춤형 화장품 매장 축소
투자대비 수익성 낮은 '다품종 소량생산'
"온라인 기술고도화, 데이터 정확도 높인다"

화장품 업계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시동을 건 맞춤형 화장품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인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서다.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화장품 업계가 가야 할 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고객 데이터를 정교화하고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맞춤형화장품 제품 시장규모 및 전망/그래픽=비즈니스워치

"투자대비 수익성 낮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맞춤형 화장품 매장 이니스프리 직영점 2곳(강남·명동점)과 아이오페 랩(IOPE LAB) 명동점을 정리했다. 본사 내부에 소규모 매장을 설치해 구색은 맞췄지만 주력 매장은 대부분 철수한 셈이다. 현재 맞춤형 화장품 운영매장은 총 8곳이다. 2016년 정부 시범사업으로 아이오페·라네즈·에뛰드 맞춤형 화장품 매장을 연 이후 6년간 단 5곳의 매장만 늘어난 것이다.

LG생활건강도 2017년 문 열었던 맞춤형 화장품 전문매장인 'CNP Rx' 매장 2곳을 2020년에 접었다. 현재 LG생활건강은 샴푸 등 생활용품을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는 '엘 헤리티지 1947' 리필스테이션 매장 2곳만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맞춤형 사업 관련해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오프라인 확산 속도가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초기 투자 대비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고가 장비를 구축해도 대량생산이 어렵고 원료와 기기개발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간다. 매장에 맞춤형 화장품 전문 조제사가 상주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현재 맞춤형 사업은 고객 개별적인 피부진단, 조제, 판매까지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며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아 아직까지 완전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모레스토어 본사에 구비된 맞춤형 화장품 '베이스피커' 매장 / 사진=이용준 기자 yjy@

"그래도 가야 할 길"

맞춤형 화장품의 성장 속도는 더디지만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 지난해 식품의약처는 글로벌 맞춤형 화장품 시장규모가 2019년 6억5500만달러에서 올해 22억18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에는 40억500만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는 온라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고객들이 맞춤형 화장품을 접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낮아서다. 온라인은 복잡한 절차 없이 고객 설문과 핸드폰 카메라만으로 바로 피부진단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 맞춤형 화장품 브랜드 커스텀미(CUSTOM.ME)는 내달 '비스포크 에센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피부상태와 고객의 설문응답을 활용해 인공기능(AI) 기술이 화장품 제형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코스맥스도 맞춤형 화장품 플랫폼 '페이스 링크'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CJ온스타일과 손잡고 '마이샴푸'를 출시한 이후 제품군 확대에 나선 것이다. 회사 측은 "맞춤형 화장품 카테고리를 점차 확대해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맞춤형 화장품 시장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맞춤형 화장품 상용화, 관건은 '데이터'

맞춤형 화장품의 온라인 채널 확대에도 난관은 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설문응답이 주관적이다 보니 정교한 데이터 규격화가 어렵다"며 "방대한 데이터도 정확도가 떨어지면 천차만별 고객 취향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는 '텍스처 표준 측정'이란 기술로 실마리를 찾았다. 화장품 사용감을 유형화하고 객관적 수치를 정립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규격화하는 것이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고객 선호별로 △수분감 △질감 △색상 등을 도출할 수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지금까지 화장품은 다수 감성평가단이 직접 사용한 후기를 바탕으로 제조돼 왔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 측정이 어려웠다"면서 "이번 기술로 수 백가지 화장품 제형 사용감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해 정밀한 사용감 분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Dr. Amore' 등 자체 피부 진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맞춤형 화장품의 온·오프라인 시장은 나름대로 제한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기술 고도화를 위해 내부적인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온·오프라인을 연계하고 있다. 맞춤형 화장품업계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블렌드온'은 고객이 온라인 맞춤형 서비스를 신청하면 구강인자를 채취하는 유전자 분석 키트와 자체개발한 피부 측정 디바이스(Skinalyzer)를 배송한다. 측정 결과는 다시 수거해 온라인 설문지와 종합적으로 피부데이터를 진단한다. 

아모레퍼시픽이 투자한 스타트업 '톤28'은 피부 전문 상담사가 직접 고객 집에 방문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온라인 설문응답과 오프라인 진단을 병행해 정확도 높은 피부상태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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